퇴임 두달 남겨놓고 해외 떠나
불분명한 목적 의혹 제기
비지니스석 차관급부터 가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퇴임을 두 달여 앞두고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어 ‘외유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2024년 5월 미국 출장 계획’이란 제목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문서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과 실무진 4명이 5월 14일부터 3박 5일간 워싱턴 D.C.로 출장 간다고 적혀있다. 명목은 구글과 미국 실종 학대 아동방지 센터를 찾아 ‘업무 협의’를 위해서이다. 일정표에 나오는 방문지는 2곳이 전부인데 경비는 2,800만 원이나 들어간다.
계속되는 비판에 방심위는 해명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기존 일정 두 곳에 주미한국대사관 방문 계획이 갑자기 추가되었다. “다른 기관장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협의가 통상적이지만, 류 위원장은 평균 1시간 반”이라며 “강행군이고 심도 있는 협의”라고 밝혔다. ‘출장 목적’은 해외 불법 정보, 디지털 성범죄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라고 하였다.
특히 구글의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워싱턴의 정부·공공정책 부사장을 왜 만나냐는 의구심이 솟구쳤다. 이에 “구글 본사의 콘텐츠 검열 정책에 대해 토의 하고, 국내 온라인 상 불법과 유해한 정보들에 대한 규제 상황 역시 전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2021년 업무협약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실종 학대 아동 방지센터’ 방문에는 “관련 현황이나 개선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역대 방심위원장이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던 주미한국대사관 일정은 “방심위 업무에 대한 미국 내 이해를 높이기 위한 협력을 논의한다”고 해명하였다.
방심위 노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역대 방심위원장의 9차례 국외 출장 중 임기 종료 전 6개월 이내였던 적은 단 한 건이다. 고위공직자들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은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우 차관급 이상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많다.
규정에 따르면 장관급 이상은 비행기를 탈 때 일등석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장급 이하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수 있다. 단, 예외로 4급 이하지만 임신 중인 공무원은 필요시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 여비 규정에는 해당 공무원의 급수에 따라 출장에 소요되는 경비들 중 식비. 숙박비의 한도 역시 정해져 있다.
또한 공무원들은 2018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만 탑승할 수 있었다. 이는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 제도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1990년 두 항공사와 맺은 협약에 따른 제도이다. 하지만 2018년 GTR은 폐지 되었다. 항공시장 다변화 등 국외 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서이다. 국적항공사가 다른 외항사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이유이다.
GTR 제도 폐지 이후엔 부처별로 계약한 여행사가 공무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직사회에선 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는 관행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료는 다른 외항사에 비해 비싼 편이다.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 항공편 또한 대부분 비즈니스석 또는 1등석이고, 숙소는 최상급 호텔인 경우이다. 국회의원 역시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현안 외교는 비즈니스 클래스 기준 항공료와 숙박비 등이 지급되기도 한다. 만약 이렇게 국회의원 한 명이 출장을 떠나면 통상 2천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202억 원이 올해 국회의원 해외 출장 예산에 배정 되어 있다. 이전 국회 19대 및 20대는 100억 원 정도 였기에 물가 상승을 감안하고도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 계획과 경비 등을 심사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은 없다. 특히 피감기관 등의 지원으로 간 출장 경비는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출장으로 인해 본회의나 상임위에 결석하는 경우가 국회의원 전체 출장자의 70%에 육박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이런 행태에 “국회의원의 본분인 회의를 빠지고 가야만 할 정도의 중요한 해외 출장이 과연 있을까 싶은 의심이 든다”고 하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래도 차관급 이상이면 비즈니스석 정도는 타야 국격에 맞지 않나”는 의견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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