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랜 경영권 갈등
상속세로 ‘합심’ 발표 화제
상속세 최대 60% OECD 1위
한국의 직계 상속 시 최고세율이 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다시 합심한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은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는 올해 초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상속세 문제 등에 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밝혔다. 이는 상속세 미납분을 비롯해 주식담보 대출 상환 등 당장에 필요한 재원만 약 8,000억 원이 필요한 만큼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을 비롯해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등 4인은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로서 “합심하여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는 올해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또한 협력 의지를 내포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 3월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정기주주총회에서 12.15%의 지분을 보유한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과 협력하여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주도로 끌어낸 OCI그룹과의 통합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이후 송 회장과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체제를 세우면서 한미약품 관련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미약품그룹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송 회장과 임종훈 대표 모자 사이에 인사권 등을 두고 불화와 반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4일 임종훈 대표는 송 회장을 대표직에서 해임 후 단독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약품을 두고 상속세 및 가족 갈등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발생하기도 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배경에는 상속세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20년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308만여 주가 오너 일가에 상속됐다.
이에 따라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송 회장과 세 자녀가 납부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시 한미 오너 일가는 5년간 분할 납부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3년간 상속세를 납부하여 현재 약 2,644억 원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한미 오너 일가는 주식 보유 지분을 담보로 4,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부진으로 ‘추가 증거금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하여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하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대량의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오버행 우려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심려로 한미사이언스도 우회하여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합심’을 밝힌 이날 한미사이언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자사주 배당 및 취득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주식 보유 지분을 담보로 거대 규모의 대출을 받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구체적인 상속세 해결 방안 및 재원 마련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약품그룹뿐만 아니라 재벌계에선 높은 상속세로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주주 할증 시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LG그룹 오너 일가는 과세당국을 상대로 상속세 일부 감액을 요구하는 소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구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오너 일가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결정했다. LG그룹의 상속세 규모는 약 9,900억 원으로 알려졌으며, LG CNS 지분가치 평가 과다하단 이유로 과세당국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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