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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칼럼] 증기기관차와 엔진 차, 그리고 전기 차량의 폼 팩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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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토머스 피케티(Thomas Piketty)는 달력 상의 날짜가 새로운 세기(世紀)로 바뀐 뒤 대체로 10~20년이 흐른 이후부터 비로소 새로운 시대의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주장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의 시차(時差)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21st Century)」에서 지난 20세기 초에 나타난 다양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대부분 그러한 시차를 가지고 있었음을 근거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시차를 둔 변화는 20세기 초의 자동차산업에서도 관찰됩니다. 그것은 대량생산에 의한 제조 방식의 변화로, 헨리 포드(Henry Ford)가 1915년에서 1920년 사이에 대량생산에 의한 차량 제조 기술을 완성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솔린 엔진 동력의 차량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차량들이 제작되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증기기관 동력 차량은 1769년에 니콜라스 조셉 퀴노(Nicolas Joseph Cugnot)가 포병대에서 대포를 견인하기 위해 제작한 저속의 트랙터였습니다. 이 차량은 시가지 도로를 주행하는 일은 적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후 1784년에 스코틀랜드의 발명가였던 윌리엄 머독(William Murdoch)이 소형 증기기관 동력의 도로 주행 차량의 시제품을 실험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 동력으로 운행한 최초의 여객 수송 차량이었던 「런던 증기 객차(London Steam Carriage)」는 1803년 리처드 트레비딕(Richard Trevithick)이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증기 차량은 1820년대까지 대중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그야말로 새로운 세기의 변화의 시초를 위한 조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증기 객차의 크기를 SAE 95%ile 휴먼스케일로 분석한 그림을 보면 정말로 크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후 가솔린 엔진이 발명되면서 차량의 크기는 더 작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차량과 사람의 크기와 형태의 관계는 엔진 종류에 따라 변화됩니다. 이것을 형태와 구조라는 관점에서 차체 디자인 폼 팩터와 휴먼 팩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해설로 「폼 팩터(Form factor)」는 컴퓨터나 전자기기 하드웨어의 전체 디자인 및 구성을 의미하며, 이를테면 QWERTY 키보드, 터치스크린 또는 장치의 개폐 방법과 같은 대표적 특징, 또는 내부 구성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장치 하드웨어의 크기, 구성 또는 물리적 배열 및 사양을 지정하는 데 사용된다는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폼 팩터 개념을 보여주는 컴퓨터의 기판(基板; mother board) 이미지입니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다른 제조업체에서 제공하더라도 유사한 폼 팩터의 장치 간에 하드웨어의 배치(配置; layout)와 호환성(互換性; inter-change-abilty) 수준을 유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표준이나 범주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본래 「폼 팩터(Form factor)」는 전자 공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에 관한 정의를 설명한 내용을 보면, 전류 또는 전압이 교류하는 양의 평균값에 대한 제곱 평균과 제곱근 값의 비율을 폼 팩터 라고 지칭한다는 해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그 사례로, 하나의 완전한 주기로서 전류와 전압의 모든 순간 값, 즉 피크 값, 평균값 및 교대 량의 세 가지 양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두 가지 요소, 즉 피크 요소와 폼 요소가 사용되며, 이들의 평균값을 의미한다고 설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폼 팩터라는 용어에 관한 간략한 설명은 이정도일 것입니다. 이 개념을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공간과 동력장치, 구동계, 구동륜 등으로 폼팩터를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증기 동력 차량과 엔진 동력 차량의 크기 비교로 런던 증기 객차와 포드 모델T를 비교하면 그 크기 차이가 정말로 큰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증기기관에 비해 내연기관은 밀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런던 증기 객차와 포드 모델 T를 외형이 아닌 폼 팩터 개념으로 분석하면 기계로서의 차량이 얼마나 작아진 것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좀 더 사람과 친숙해진 크기가 된 것입니다.

한편, 10년 전, 「2015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가 최초로 공개했던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은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전기 동력 차량이면서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 기능의 차량이었습니다. 가히 런던 증기 객차 등장 이후 200년만의 전혀 새로운 ‘객차’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F-015」의 동력은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두 개의 전기 모터를 통해서 구동되며, 차체는 알루미늄과 고강도 철제, 탄소섬유 등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측면 유리 창문의 투명도를 낮추어 차체 색으로 만들어 차체와의 경계를 없앤 모습입니다.
 
「F-015」는 4인승에 4개의 문을 가진 차체에 길이 5,220mm에 높이 1,524mm이며, 휠베이스는 3,610mm로 대형 리무진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체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물방울 형태의 단일 곡선(one bow curve)으로 이루어진 차체 형태이며, 구동 장치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모터와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한 구조입니다.
 

런던 증기 객차의 폼 팩터 분석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초기의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차량으로 런던 증기 객차는 승차 정원이 6인 내외였음에도 차체는 전체 높이가 2,300mm 정도였던 점이나, 20세기에 마지막으로 제작된 증기기관차 「C62」 의 차체 크기를 보면, 증기 동력 차량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증기기관차는 기관사 만을 위한 공간이 있고, 객차를 연결함에 따라 객실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점은 있습니다.
 
 최초의 후륜 구동 차량이었던 1899년의 시스템 파나르, 모델T, 1973년의 골프 1세대 승용차, 1996년의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V1과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 등으로 이어지는 폼 팩터 비교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사람을 위한 탑승 공간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몇 종류 차종의 고찰을 통해 본다면, 동력 운송 기기의 차체 폼 팩터는 주행의 효율성과 공간 확보라는 관점에서 변화돼 왔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간의 크기에서도 길이 방향의 공간 확보가 주요한 특징 이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폼 팩터의 변화 방향이 초기의 차량이 동력 장치와 구동장치 등이 산발적으로 배치된 구조에 의해 승객을 위한 공간의 위치나 공간의 물리적 크기 등이 높거나 분산된 형식을 가지던 것에서, 동력 밀도가 높아지고 구동장치의 통합 설계에 의해 기계 요소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사람을 위한 공간의 크기가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빌리티의 기술 개발이 진전될수록 이런 사람을 위한 공간 증대의 경향은 더 명확해질 걸로 보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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