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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대전환시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있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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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대전환이라는 화두가 등장한 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이는 2016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시한 C.A.S.E라는 화두와 맞물려 자동차 업계의 격변으로 이끌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15년 파리협정을 계기로, 전기차로의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커넥티비티는 AI의 등장과 함께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방향성인 SDV를 향해 가고 있다. AI는 그동안 머뭇거렸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도 추동하고 있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자동차공학한림원이 창립 1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올해에는 서울대학교 주영섭 교수의 대전환 시대의 한국 자동차산업의 과제와 대응방향,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본부장의 모빌리티, 미래를 혁신하다라는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거론된 내용을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도전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AI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디지털화가 대세인 시대에 AI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21세기 최대의 발명품인 스마트폰을 넘어선 혁신이 예상된다. 그동안 마케팅 용어로만 사용됐던 4차산업혁명은 AI를 통해 촉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통신망이 완성되어야 한다.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한계도 분명히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투자와 설비규모로 인해 대기업 중심으로밖에 이루어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업의 집중화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인류의 최대 목표는 지구촌에서 생물체의 여섯 번째 멸종을 막는 것이다. 그것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시중에는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니 AI 혁명이니 하는 산업혁명 시대의 사고, 즉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먹거리식’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태양광 발전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대표적이다. 그 배경에는 세대변화와 팬데믹, 신냉전 시대 등으로 대변화는 지정학적 환경이 있다. 정치가 미래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영섭 교수는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내 세운 하노버 메세 2024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와 머신러닝, 탄소중립, 에너지, 인더스트리 4.0, 수소와 연료 전지 등은 결국은 그런 화두를 집약한 것이다. 

CES 2024에서도 그런 흐름은 같았다. 모두를 위한 인류의 안보를 위해 환경, 식량, 보건, 모빌리티, 커뮤니티, 정치적 자유, 경제안보, 기술에의 접근성 등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시대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주영섭 교수는 그런 대표적인 예로 CES 2023에 존디어(John Deere)가 출품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들었다. 인구 증가로 인해 늘어난 농작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 트랙터를 사용하는 것이, 이 시대 인류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CES는 목적과 미션, 사람 중심의 미래를 위한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한국에서 자동차산업의 위상은 전기전자산업을 앞선다. 다른 데이터도 많이 있지만,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비교하는 것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원은 약 4만 5,000명으로 전자공학회가 3만 8,000명, 기계공학회가 2만 7,000명 등이다. 자동차 관련 업종이 가장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제조업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전자와 기계 모두 자동차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에너지 대 전환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 온 소위 말하는 중후장대형산업이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빅뱅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날 모빌리티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항공, 선박, 로보틱스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 모든 부문에서의 기술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거기에서 무엇을 위한 기술 혁신인가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폴로 우주선을 개발해 달에 보낸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소련에 뒤질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를 계기로 수많은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 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의 목적은 물론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산업의 존폐가 위태롭다. 더 나아가 인류의 존망이 걸려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은 환경 최우선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탈탄소화와 ESG 경영이 그것이다. 독일은 5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58.4%에 달했고 중국은 설비용량이 50.4%를 넘었다. 캘리포니아는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량을 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한국은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8.1%에 불과하다. 감축목표도 하향 조정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전 세계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17%인데 한국은 37로 두 배가 넘는다. 교통 운송 부문에서는 그나마 세계 평균이 16%인데 한국은 13.5%로 앞서 있다. 탄소중립 실현이 에너지(발전)과 산업(제조) 대 전환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현실은 암울하다. 발전에서 RE100을 달성해야 하고 제조에서는 전동화 등을 통한 순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탄소중립 제조를 위해서는 전동화를 필두로 에너지 절감 및 공정 효율성 제고, 순환경제, 수소기술과 수소 경제, 공정 기술의 혁신, 디지털화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는 2027년 배터리부터 적용을 목표로 DPP(Digital Product Passport)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볼보는 올 하반기 출시될 EX90에 세계 최초의 배터리 패스포트를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영국 스타트업 서큘러(Circulor)와 5년 동안 개발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구매자에게 구성, 재료의 출처, 재활용 내용물 및 탄소 발자국과 같은 차량 배터리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볼보는 물론이고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그룹, 보쉬 등은 공장별로 탄소중립 실현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의 탄소중립이 구현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자동차회사들의 움직임은 크게 보면 파워트레인의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에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개량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에 더해 e퓨얼과 탄소중립 연료 등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마다 에너지 수급환경이 다르고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 전지차로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 신에너지차 50%, 하이브리드 전기차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은 최근 그들의 목표를 7~9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품과 시장 경쟁력의 차이가 만든 결과다.
 
지금은 LCA의 세계적인 표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자동차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과 AI,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것을 그린전환이라고 한다면 또 하나의 축은 디지털 대 전환이다. 디지털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및 비즈니스 전략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영섭 교수는 모든 기업과 국가의 미래는 비즈니스 모델 혁명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정보통신, 서비스, 에너지, 컨텐츠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융합 및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등장한 것이 제품의 서비스화라는 개념이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스마트카다.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업 생태계 연결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야 한다. 그를 위해 5G와 6G 등 초고속 통신망과 AI 가 핵심이 된다.
 
독일이 주도하는 EU 차원의 제조 데이터 공유 생태계 구축 이니셔티브 MFG(manufacturing)-X(Transformation)가 추진되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데이터와 AI 주권 확보와 디지털 경제 육성이 목적이다. 

당장에는 커넥티비티의 발전이 중심이고 그것을 AI가 가속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SDV이고 SDx다.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으로 국한하자면 크게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발전이라는 것이 고태봉 애널리스트의 주장이다. 그는 제한된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지금은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동차 대당 생산원가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40%에 달하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30%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도전과제가 보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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