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 못지않게 저 역시 극장이란 공간을 사랑합니다.”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노라’로 감독상을 수상한 뒤, 극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숀 베이커 감독의 수상 소감을 떠올리며 배우 이병헌이 한 말이다.
이병헌은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제작 영화사월광) 제작보고회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 영화의 최종 목표”라며 “(영화가 개봉하게 돼서) 그 어떤 것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된 두 천재 기사의 대결을 그린다. 한국 바둑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조훈현과 이창호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21년 4월에 촬영을 끝냈으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 배급사의 연이은 교체로 악재가 겹치며 개봉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스승과 제자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에서 조훈현 역으로 유아인과 함께 주연배우로 활약한 이병헌으로서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 어떤 것보다 기쁘다”고 말한 배경이다.
‘승부’는 개봉을 결정한 뒤 홍보를 하면서 예고편 등에서 유아인을 가렸다. 다만 완성된 영화에서는 유아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형주 감독은 “이야기의 무게추가 조훈현에 있지만 (이창호를)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기에는 문제가 있었다”며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었는데 제가 거기에 또 생채기를 더 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다”고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까지 바둑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이병헌은 장인어른의 특별한 관심을 언급하며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결혼 후에 여러 작품을 했지만 ‘승부’만큼 장인어른이 관심을 보인 작품이 없었다”며 “바둑을 모르기도 했고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나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실화라는 게 놀라우면서 제가 직접 조훈현 국수가 돼 연기한다는 게 설렜다”고 밝혔다.
이병헌과 유아인 외에도 이번 작품에는 바둑 기사 겸 기자 천승필 역의 고창석, 프로 바둑 기사 이용각 역의 현봉식,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프로 바둑 기사 남기철 역의 조우진 등이 나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운다. 김 감독은 “정적인 바둑이 소재지만 피 튀기고, 창과 칼이 오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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