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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전두광’이 두 명이었다는 충격적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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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 돌파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토리 대방출

흥행한 영화는 눈부신 기록을 넘어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서울의 봄’도 예외는 아니다.

개봉 이후 2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장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이 24일 드디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단 한편의 영화가 무려 1000만명이 이르는 사람들을 1979년 12월12일 그날의 현장으로 끌어당겼다.

‘서울의 봄’의 1000만 달성은 올해 개봉한 영화로는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서울의 봄’이 거둔 성과의 의미는 좀 더 각별하다. 인기 프랜차이즈라는 후광효과 없이, 현대사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고든 진중하고 뜨거운 작품으로 1000만명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밀도 높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과 주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등 배우들은 ‘집요함’과 ‘끈질김’의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뜨거운 촬영 현장 안팎에서는 다양한 비하인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서울의 봄’ 1000만 흥행을 기념해, 그간 풀어내지 않았던 제작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 황정민, 군모 쓰는 장면에서도 ‘대머리 특수분장’ 고집한 이유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극의 주인공은 전두환을 빗댄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 김성수 감독은 연극 ‘리처드 3세’에서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전두광 역할을 제안했다.

황정민은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지만, 넘어야 할 또 다른 관문이 있었다. 바로 4시간에 걸친 ‘대머리 특수분장’이었다. 촬영 때마다 황정민은 4시간(나중엔 3시간30분까지 시간이 줄었다)에 걸친 분장을 받아야 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다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있다. 극도의 고충이 따르는 특수 분장을 황정민은 끝까지 유지했다. 군모를 쓰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머리가 나오지 않기에 굳이 분장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황정민은 군모에 가려 대머리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고집스레 분장을 받았다.

광화문 세종로에서 이태신(정우성)과 대치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황정민은 분장 없이 군모만 쓰고 촬영에 나선 그날 유독 집중을 하지 못했다. “발가벗은 느낌”이라며 그날 촬영은 다른 날보다 빨리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정민은 군모를 쓰고 등장하는 촬영 때도 무조건 ‘대머리 특수분장’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 분장을 받고서야 비로소 전두광이 된다고 여긴, 황정민만의 연기 고집이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1000만 관객을 설득시켰다.

그런 황정민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희한한 사람”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의 보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현장에는 두 명의 전두광이 있었다… 제작진 혀를 내두른 그 장면?

황정민은 전두광 역을 통해 반란을 주도해 성공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내달리는 적나라한 욕망과 탐욕을 그려냈다. 모든 작전을 마무리하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드러내는 지독한 웃음은 관객들을 압도했다. 영화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이자, 전두광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장면이다.

황정민과 김성수 감독은 화장실 웃음 장면에 더욱 공을 들였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두 사람은 이 장면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대화를 거듭했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당시를 돌이키며 “감독님과 황정민이 촬영이 이뤄질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참 뒤 ‘정리가 됐다’ ‘찍자’고 말했는데 정작 어떻게 찍는지 얘기를 안 해줬다”고 돌이켰다. 그때 감독이 건넨 한 마디는 “자기가(황정민이) 알아서 한대”였다.

그렇게 시작한 촬영, 이모개 촬영감독은 “황정민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면서 카메라 앞으로 들어왔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왔고 순간 ‘저 마귀는 뭐지?’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치열했던 현장을 전했다.

바로 그 현장에서 이모개 촬영감독이 목격한 건 화장실 세트 양쪽에 각각 앉아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두 명의 전두광”이었다.

이 촬영감독은 그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촬영해 기록했다. 감독과 황정민 사이를 채운 팽팽한 긴장감이 사진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아직 세상에 공개된 적 없고 일부 제작진 사이에서는 공유된 ‘두 명의 전두광 사진’은 마치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묵직한 향기를 풍긴다.

● ‘서울의 봄’ 넘어 ‘현대사 유니버스’ 확장, 김성수 감독도 동의

‘서울의 봄’을 만든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2019년 김성수 감독에게 ‘서울의 봄’ 연출을 제안했다. 그 이전에도 감독과 제작자는 영화 제안을 주고받았던 사이로 신뢰를 쌓았다.

한남동에 살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용산 일대에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 실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되면서 발생한 총격 소리를 듣고, 의문을 간직하고 살아왔던 김성수 감독에게 ‘서울의 봄’ 연출은 분명 가슴 뛰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다. 이상하게 이후로도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던 감독은 2020년 김원국 대표에게 연출을 맡겠다고 했고, 시나리오를 직접 고치겠다고 제안했다.

3년에 걸친 제작 과정을 마치고 작품을 내놓은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을 포함해 한국의 주요한 현대사를 영화로 정리하고 싶다고 바라는 제작사의 지향에 동의한다. 제작자로서 쉽게 하기 어려운 도전 정신에도 깊이 공감한다.

2014년 설립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이병헌이 주연하고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내부자들’을 통해 정치인과 언론, 재벌들과 정치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배신과 음모를 다뤘다. 현대사와 얽힌 사회고발 영화로 900만 흥행을 이끌었고 이어 10·26사건을 그린 ‘남산의 부장들’을 거쳐 ‘서울의 봄’까지 선보였다.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1980년 전두환 집권 당시 언론 회유 공작 계획인 ‘K공작계획’ 소재의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 ‘명량’부터 ‘서울의 봄’까지… 흥행작 탄생한 ‘명당’ 있다?

‘서울의 봄’의 하이라이트는 세종로에서 진압군과 반란군이 대치하는 장면이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고 촬영 시간도 가장 길었다.

세종로 대치 장면의 촬영은 전남 광양의 한 화물선적장에 지은 세트장에서 이뤄졌다. 광양 세트는 면적만 전체 7000평에 달한다. 이 곳에 세종로 세트를 제작하는 데만 총 75일이 걸렸다.

광양 세트는 ‘서울의 봄’ 흥행을 도운 결정적인 장소이지만, 먼저 그곳을 거친 영화가 있다. 바로 김한민 감독의 ‘명량’이다. 화물선적장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명량’에는 최적화된 공간이었고, 그 세트에서의 촬영으로 누적 1761만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김한민 감독은 자신에게 행운을 안긴 그 장소를 ‘서울의 봄’에도 추천했다.

김성수 감독은 광양 세트에서 반란군과 진압군이 대치하는 장면을 비롯해 전두광과 이태신이 자동차를 타고 오갈 때 보이는 광화문 전경, 이순신 동상 부근, 국제극장 앞, 명동 신세계, 한남동 도로, 30경비단 부대 입구, 수도기계화사단 정문, 제2한강교 교각 위, 육군본부 정문 앞 등 영화에서 12·12 군사반란의 주요 거점 대부분을 촬영했다.

방대한 분량을 촬영해야 했지만, 촬영을 위해 구축된 세트장이 아닌 화물선적장을 활용한 곳인 만큼 제약은 따랐다. 필요한 만큼 아스팔트가 깔려 있지 않아 제작진은 세트 주변에 아스팔트까지 까는 수고도 마다지 않았다.

서울의 봄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정동환, 안내상, 유성주, 최병모, 박훈, 이재윤, 김성오, 남윤호, 홍서준, 안세호, 정형석, 박정학, 박원상, 박민이, 염동헌, 전진기, 최원경, 차래형, 공재민, 권혁, 한창현, 송영근, 전수지, 서광재, 임철형, 현봉식, 곽자형, 전운종, 이승희, 김기무, 문성복, 김옥주, 박정표, 곽진석, 한규원, 우미화, 차건우, 김정팔, 황병국, 최민, 이귀우, 백진욱, 이순풍, 강길우, 이성환, 권혁범 평점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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