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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제주 해녀’ 영화 만든 이유…”연대·공존·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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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에 출연한 해녀 강주화, 정영애, 이금옥, 박인숙, 현인홍 씨의 모습. 사진제공=애플TV+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요 넬 젓엉(이 노를 저어) 어딜 가리~ 진도 앞 바당 한골로 가세(진도 앞 바다 큰 물로 가세)~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작품의 주인공인 제주 해녀들이 ‘이어도사나’를 부르자 이 장소는 한순간에 해녀들의 애환과 즐거움이 드러나는 무대로 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마지막 해녀들’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수 킴 감독(김수경)과 영화에 출연한 강중화 정영애 박인숙 현인홍 등 제주도 해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초 수 킴 감독의 인터뷰로 진행될 예정이던 이날 자리는 부산에 모인 취재진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해녀들까지 모두 참석한 간담회 자리로 바뀌었다. 

‘마지막 해녀들’은 애플TV+가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섹션에 초청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연출자가 미국 자본으로 제주의 해녀들에 주목한 작품이다. 그동안 제주의 해녀들은 ‘물숨’ 등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주목받았고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하지만 이번 ‘마지막 해녀들’은 미국 제작진의 시선으로 해녀들의 삶을 담아내는 시도로 차별화한다.

● 바다를 잠수하는 강인한 존재들 

이날 자리에서 해녀들이 부른 ‘이어도사나’는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다. 정영애 해녀는 “물질을 하러 갈 때 힘을 다해서 노를 저으면서 불렀다”며 “지금은 아니지만 저의 할머니 시대에는 해녀들이 노를 저었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빨리 가기 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현인홍 해녀는 “이 노래를 부르니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해녀들은 수백 년간 맨 숨으로 바다 바닥까지 잠수해 해산물 등을 수확한 강인한 존재들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해녀가 고령이 됐다. 계속 그 존재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근면한’ 해녀들은 차세대 해녀들과 SNS의 도움을 받아 전통적 생활 방식을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해녀들’을 연출한 수 킴 감독. 사진제공=애플TV+

● “누군가는 해녀들을 기록해야 되지 않을까…”

‘마지막 해녀들’은 이처럼 해녀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해녀들의 특별한 연대를 통해 해녀들의 삶을 탐구한다. 수 킴 감독은 “8살 때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처음 접한 해녀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대담하고 두려움 없이, 확신에 가득 찬 다른 한국의 여성상을 봤죠. 해녀는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의 첫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여자가 고용되는 건 일반적이지 않았잖아요. 여성으로 직업을 가진 해녀는 저에게 여성의 힘과 권익 신장, 경제적인 독립성이라는 뜻으로 다가왔어요.”

자라면서 해녀들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한 감독은 10여년 전 제주도에서 “물질을 끝내고 나온 84살의 해녀를 만났다”며 “젊은 해녀들이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물어보니 ‘우리가 마지막 세대이지 않나 싶다’고 하더라. 그 순간 누군가는 이 이야기(해녀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박인숙 해녀는 “매일 바다에만 살았는데 ‘우리도 영화에 한번 나와보자’는 뜻에서 영광이었다”고 했고, 정영애 해녀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는 과정이 정말 기뻤다”며 “이 곳(부산국제영화제)까지 온 것도 감독님 덕분이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해녀라는 직업이 옛날에는 천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영광스럽고 눈물 날 정도로 반갑다”고 인사한 강주화 해녀의 말처럼 과거 해녀라는 직업에 대한 일부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러한 편견은 사라졌지만, 이제 해녀들은 해양 생태계 오염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인해 또 다른 위기와 시련을 겪고 있다. 

“영화를 시작할 때 해녀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디어에서는 해녀가 나이 들어서도 힘든 일을 하니까 불행하다는 서사를 보여주더라고요. 제가 본 해녀들은 달랐습니다. 자신들의 일을 기쁘게 즐겼어요.” 수 킴 감독의 말이다. 

'마지막 해녀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애플TV+
‘마지막 해녀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애플TV+

● 바다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해녀들

수 킴 감독은 해녀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환경 위기가 해양 생물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까지 이야기하게 됐다”며 “해녀들과 말할 때마다 이 부분을 강렬하게 이야기했다. 해녀들이 환경 오염의 실상을 목격하고 목소리를 내는 상황까지 영화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녀들은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영화에는 단체로 모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거나 72세의 장순덕 해녀가 오염수 방류에 맞서 유엔(UN) 사무국에서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가 해녀에게 매료된 건 그들의 연대와 유대, 공동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돌봐줘요. 파트너가 물에 들어가면 잘 나오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죠. 물질을 통해 얻은 수확물은 공평하게 나눠요. 서로를 한 가족으로 느끼죠. 공동체 의식 때문에 해양 보존에 대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깨끗한 물을 젊은 세대에게 남겨줘야 하는 배려심 역시 그들 공동체 안에 내재되지 않았을까요.”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에 출연한 해녀 강주화, 정영애, 수 킴 감독, 이금옥, 박인숙, 현인홍씨(왼쪽부터). 사진제공=애플TV+

“16살 때부터 56년 동안 해녀질을 했다”는 현인홍 해녀는 “바다에 나가는 일이 신이 났다. 매일 가면 돈을 벌었다. 다시 태어나도 해녀를 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내 “요즘은 오염 때문에 물건(해산물)이 없다. 오염수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라도 죽고, 전복은 껍데기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모인 해녀들은 현재 그들이 처한 현실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강주화 해녀는 “해녀는 위험한 직종이라 보험 가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협에서 단체로 보험을 들어주지만 다쳐도 제대로 된 보상이 없고, 죽어야만 돈을 준다. 유네스코에 등재만 되면 뭐 하나. (이번 영화가 공개되면)그 부분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지막 해녀들’은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설립한 제작사 엑스트라커리큘러 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다. ‘미나리’ 등을 제작한 미국의 유명 독립 영화사인 A24도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로 탄생하기까지 어려움도 겪었다. 수 킴 감독은 “한국 섬에 대한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편견으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말랄라의 제작사가 참여하면서 마침내 제작이 성사됐다. “인도주의자로서 말랄라가 가지고 있는 명성과 업적 덕분에 파트너(A24, 애플TV+)들이 생겼다”고 밝힌 감독은 “말랄라는 우리 영화의 신뢰와 지지의 근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작품을 공개한 ‘마지막 해녀들’은 11일 애플TV+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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