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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5%] ‘전,란’의 박력…스크린에서 못 보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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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은 강동원의 현란한 액션으로 시선을 끈다. 신분제에 맞서는 인물 천영 역을 맡은 강동원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박찬욱 제작에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주연까지. 화려한 제작진과 배우들만큼이나 영화 ‘전,란’은 그 의미가 남다르게 기록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이는 ‘전,란’이 OTT(온라인동영서비스) 작품으로는 처음 지난 2일 시작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OTT 작품을 초청하는데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던 부산국제영화제이지만,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OTT 영화, 특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을 영화제의 얼굴로 내세운 파격적인 선택이 주목을 받았다. 개막작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전,란’은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양반과 노비의 엇갈린 운명을 박력 넘치게 그리며 ‘대중성’에 방점을 찍은 올해 영화제의 선택을 수긍하게 했다.

전란(戰亂)은 ‘전쟁으로 말미암은 난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제목인 ‘전’과 ‘란’ 사이에 ‘쉼표’를 넣어 전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영화는 전쟁 그 자체보다 힘겨운 시대를 거치면서 이전까지 공고했던 신분제가 흔들리는 혼돈과 그 틈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 두 주인공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는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종려 역할의 박정민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시선 강탈

천영(강동원)은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의 몸종이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 한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넘어 친구가 된다. 빚 때문에 팔려간 어머니 때문에 평민에서 천민이 된 천영은 노비에서 면천돼 자유를 얻으려고 하고, 종려 또한 친구를 도우려 하지만 오히려 사태는 얽히고설킨다.

이 와중에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종려의 집안 노비들이 반란을 일으켜 일가 모두가 죽는데, 종려는 천영이 주동자라고 오해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과거 천영은 종려를 향해 “네 칼에는 분노가 없어”라고 말한다. 이때 천영은 “걱정 마. 진짜 적을 만나면 내 칼에도 분노가 실릴테니”라고 대꾸한다. 그 분노가 종려를 향하는 얄궂은 상황에 놓인다. 7년이 흐른 후 종려는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으로, 천영은 김자령(진선규) 장군이 이끄는 의병으로 다시 만난다.

전쟁이라는 어지러운 시대적 상황에서 견고한 신분제를 깨부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이 화려한 검술 액션 등 박진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군도:민란의 시대'(2014년)에서 수준급의 검술 액션을 선보인 강동원의 특기가 제대로 발휘됐다. 느렸다가 빨라지는, 현란하면서도 감각적인 카메라 워킹과 왜군을 때려잡는 의병들의 시원시원한 액션, 힘이 가득한 판소리 등이 어우러져 전율을 일으킨다.

'전,란'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전,란’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려는 기백으로 가득 찬 천영의 강동원과 우정과 분노로 휘청거리는 복잡 미묘한 종려를 연기한 박정민은 수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애증을 보여준다. 이 밖에 백중은 안중에도 없는 비겁한 왕 선조(차승원), 불의에 맞서는 의리 있는 의병 범동(김신록), 의병대장으로 신분이 낮은 이들까지 아우르지만 어쩔 수 없이 양반의 피는 속이지 못한 김자령(진선규), 교활하지만 유능한 왜군 장수 겐신(정성일) 등 입체적인 인물들이 전란의 시대를 가로지른다.

다만 ‘전,란’은 장르와 스케일, 이야기 면에서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때 작품의 매력과 진짜 힘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를 통해 극장 상영이 아닌 스트리밍 환경으로 접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또한 비극으로 치닫는 두 인물, 천영과 종려의 관계와 사연을 더 깊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인물과 사연을 훑느라 정작 중요한 두 사람의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이 다소 밋밋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액션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정작 인물의 드라마는 그만큼의 감동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을, 박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한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수애·유지태 주연의 ‘심야의 FM'(2010년) 등 장르영화에서 감각을 선보였던 연출가로, 이번 작품을 통해 무려 10년 만에 연출에 복귀했다.

왜군 장수 겐신을 연기한 정성일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 : 김상만 / 각본 : 신철, 박찬욱 / 출연 :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 장르 : 사극, 전쟁, 드라마, 액션, 정치 / 공개일 : 10월11일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128분 / 플랫폼 : 넷플릭스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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