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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가 재건축한 윤수일 ‘아파트’, 그냥 인기가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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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수일. 사진제공=누리마루엔터테인먼트
가수 윤수일. 사진출처=누리마루엔터테인먼트 누리집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의 세계적 인기에 1980년대 나온 가수 윤수일(69)의 ‘아파트’도 새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최근 다시 불리며 노래방 인기곡 350위였다 11위로까지 치솟았다(노래방 기기업체 금영엔터테인먼트). 또 유튜브에는 윤수일의 ‘아파트’에 로제의 ‘아파트’ 후렴구 등을 삽입해 절묘한 리듬감과 중독성을 안기는 ‘콜라보’ 또는 ‘리믹스’ 버전이 넘쳐난다. 이 같은 새로운 인기에 노래는 로제의 ‘신축’ ‘아파트’에 빗댄 ‘구축’, 윤수일은 ‘재건축 조합장’으로 불리고 있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1981년 결성한 윤수일밴드가 이듬해 선보인 2집의 수록곡이다. 

이후 노래는 단체모임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윤수일이라는 가수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은 지난해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주인공 이병헌이 극중 부른 노래를 통해 그를 인식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며 세대공감의 효과까지 불러 모은 셈이다. 

1991년 MBC ‘가요초대석’이 서울 시내 100곳의 주점 손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윤수일의 ‘아파트’가 누린 폭넓은 인기를 보여준다. 그해 8월26일자 경향신문은 ‘애주가들이 술 한 잔 마셨을 때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가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 3일 전 조선일보 보도도 같았다.

이듬해에는 SBS가 서울 거주 20세 이상 남녀 506명에게 ‘노래방 인기곡’을 물었다. ‘아파트’가 1위에 오른 가운데 30대들이 특히 애창했다.(7월16일자 경향신문) 

KBS 2라디오 ‘이택림 정은아의 희망가요’ 제작진도 500명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애창곡을 조사했다. 노사연의 ‘만남’이 전체 1위에 오른 가운데 ‘아파트’는 20대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꼽혔다.

1995년 여름에는 그룹 DJ DOC가 윤수일의 노래에 랩가사를 얹고 리듬을 리믹스한 댄스음악 ‘A.P.T’를 선보여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들은 원곡의 ‘아무도 없는/아무도 없는/쓸쓸한 너의 아파트’라는 가사를 ‘쓸쓸한 너의 오피스텔’로 바꿔 부르며 당시 젊은층이 선호한 오피스텔 등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1996년 12월2일자 동아일보는 “한라그룹이 계열사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송년회 애창곡을 물은 결과” 윤수일의 ‘아파트’가 남자직원 사이에 1위로 꼽혔다고도 썼다. 

노래는 2000년대 들어서도 변치 않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2005년 한 통신사가 직원들이 회식 자리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부른다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래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직후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윤수일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첫 반응은 별로였다”면서 “사랑, 이별, 슬픔, 외로움 또는 괴로움, 이런 걸로 노래를 만들어야지 무슨 이 콘크리트에 이 아파트, 엉뚱한 제목을 가지고 곡을 만들었느냐는 식의 반응이 냉랭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음악방송 DJ들이 ‘딩동~ 딩동~’ 이것부터 굉장히 좋다며 영감을 받아 틀기 시작한 게 방송가로 바람이 역으로 불어 (대중이)매료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초인종 소리는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상징하는 소리라고 그는 밝혔다. 요구르트 배달원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모티브가 됐다.

노래는 그가 군 생활 중이던 친구가 여자친구의 아파트를 찾아간 뒤 느낀 실연의 아픔을 그린 곡이기도 하다. 친구의 여자친구는 이미 이민을 떠난 뒤였고, 친구는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 없는 아파트 앞에서 상실감에 눈물 흘렸다고 윤수일은 돌아봤다. 

그는 친구의 슬픈 사연을 들으며 단 5분 만에 노랫말을 썼다. 

윤수일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면 나오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노래를 지었다. 

1996년 11월30일자 경향신문은 윤수일이 “아프트에 덮여 있는 사랑과 절망을 노래했다”면서 “아파트가 생활의 주 무대가 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섰다. 멜로디의 경쾌함 하지만 역설적으로 쓸쓸함의 정서가 한껏 묻어나는 노랫말은 이처럼 대중의 공감 속에서 여전히 불리고 있다.

한편 윤수일은 2014년 24집 이후 10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년 초 내놓기로 하고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이다.  1976년 데뷔한 그는 ‘아파트’를 비롯해 ‘사랑만은 않겠어요’ ‘제2의 고향’, ‘아름다워’, ‘황홀한 고백’ 등 도시의 감수성 가득한 음악이라는 평가 속에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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