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의 일부 수어 통역 장면에 대해 시청자들이 “수어를 희화화했다”며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제작진이 이를 해명하며 사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지금 거신 전화는’의 시청자 의견 게시판을 보면, 지난 11월26일 중앙대 수어동아리 손끝사이가 ‘수어 희화화에 대한 사과 요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22일 또 다른 시청자가 “청각장애인 수어통역을 조롱거리로 삼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각 지적에 답글을 달아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정식 사과했다.
시청자들의 지적은 ‘지금 거신 전화는’의 11월22일 첫 회 속 뉴스 방송 장면으로 향했다.
중앙대 손끝사이는 “수어 통역사가 ‘산사태’를 통역하던 중 (방송)송출 오류로 ‘산’ 수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면서 극 중 제작진이 “해당 수어를 보고 수어를 마치 손가락 욕으로 여기며 당황해” 하고, “나아가 아나운서가 ‘산’ 수어도 아닌 대놓고 손가락을 들어 보인 채 비웃으며 ‘이거 산이죠? 뫼 산? 제대로 먹여줬네요? 엿. 아니, 뫼 산”이라는 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장면은 “수어를 청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드라마의 부적절한 행태”라면서 “농인에게 사과할 것”을 제작진에 요구했다.
특히 손끝사이는 ‘산’을 뜻하는 수어는 “해당 손가락 욕설과 다르며, 이는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되어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단어”가 된 현실을 되짚기도 했다. 이들은 이는 “농인과 수어에 대한 무례를 넘은 차별과 조롱이자 혐오”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인과 수어에 대한 비하와 무지로 가득 찬 작품에 분노한다”면서 “이는 단순히 개별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중문화업계 전반에 농인과 수어를 바라보는 왜곡된 피상적인 인식이 얼마나 팽배해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해당 장면과 여기에 삽입된 배경음악을 언급하며 “굉장히 장난스럽고 재미 있어 보이는 장면으로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드러냈다. 이에 “모욕적이고 당황스러웠다”는 시청자는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11월29일 제작진은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면서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제작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앞으로도 작품을 관심 있게 시청해 주시고, 모자란 점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대통령실 대변인(유연석)의 아내인 수어 통역사(채수빈)가 납치되고 이후 협박전화가 남편에게 걸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년 전 정략결혼한 채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두 사람이 다시 다가가는 과정 속에서 아내는 남편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설정을 담고 있다.
그만큼 수어는, 제작진의 말대로,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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