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사람의 기억을 회상시키는 ‘프루스트 현상’을 아시나요?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 때문에 어린 시절을 추억한 장면에서 비롯된 현상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냄새만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게 가능한지, 후각으로 치매 조기 진단까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근거가 있는 말일까요?
프루스트 효과를 아시나요?
프루스트 현상은 과거에 맡았던 특정 냄새를 현재 시점이나 어느 시점에 맡았을 때 그 당시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들렌 효과’라고도 하며 프루스트 현상은 사실적 기억은 물론 감정의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이 핵심인데, 감정 반응이 증폭되며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감각보다 뛰어난 후각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각이나 청각만큼 사람에게 직접적인 자극이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루스트 현상을 연구한 사람들에 따르면, 후각은 시각보다 과거를 회상시키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첫인상은 후각에 의해 결정
미국의 후각연구소에 따르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첫인상은 시각이 아닌 후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후각은 사람의 오감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며 하루 감정의 75%나 결정한다고 하는데요, 또한 향기와 구매 욕구가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한 결과, 향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3배나 넓은 공간을 둘러보면서도 쇼핑 시간이 26% 정도 짧게 느껴졌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기억된 냄새가 느낌을 만들어내
냄새는 어떻게 즉각적으로 기억을 살려내는 걸까요? 특정한 냄새 분자와 짝을 이루는 냄새 수용체가 만나면 전기 신호를 촉발하게 되는데, 그 신호는 후각 신경을 지나 코에서 후각 피질로 가기 전에 편도체에 도달하게 됩니다. 바로 이 편도체가 감정 반응과 느낌을 촉발하는 부위가 됩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냄새의 근원을 알아보기 전에, 기억된 냄새가 느낌을 먼저 만들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맡았던 냄새를 기억하는 뇌
프루스트 효과는 막연하게 좋은 향기나 냄새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향이 아닌 악취라도 상관없이 기억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악취로 첫인상이 기억되면 해당 브랜드는 그 이미지가 고정되기 때문에 각종 브랜드들이 향기 마케팅을 통해 좋은 향을 고객에게 인식시키고자 노력하고자 합니다.
치매 조기 진단도 가능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후각 상실이 치매 증상보다 훨씬 전에 나타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후각을 이용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있으며, 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땅콩버터 시험법’으로 초기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는 바로 냄새를 맡는 능력이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받는 제1뇌신경과 관련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냄새를 활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과거 향수 회사에 의뢰해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향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근무하는 승무원들에게 해당 향수를 뿌리고 고객을 응대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싱가포르 항공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 역시 부분적으로 향을 통해 인상을 남기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후각이 관련된 만큼 요식업계에서도 활발히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는데, 스타벅스는 오래전부터 직원들에게 향수 및 향기나는 로션 사용을 금지시키고 오직 커피 향기만 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넓게 뻗어 나가는 향기 마케팅
인간은 대략 1만 개 정도의 냄새를 인식하고 인상이 강하게 남은 냄새는 1년이 지난 후에도 65% 정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보고 듣고 만지는 것보다 향기를 맡으며 기억하는 것이 100배는 더 효과적이라는데요, 이 때문에 향기로 소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향기 마케팅은 업종과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단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는 것 이외에도 한 공간에서 똑같은 향이 나더라도 차가운 향보다는 따뜻한 향이 나도록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외에 프루스트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앞서 언급했던 향기 마케팅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프루스트 효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 중인 환자에게 과거에 좋았던 향기를 환기시켜 회복 속도 및 정신적 안정을 돕는 경우입니다. 환자가 잊고 지냈던 긍정적이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를 맡게 해줌으로써 우울감을 해소해줄 수도 있습니다.
기운을 북돋워주는 향기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향기들이 있지만 그중 기운을 북돋워주는 대표적인 향기들이 있습니다. 먼저 커피인데요, 커피 향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커피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커피 향기를 맡으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라벤더 향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해서 양초나 방향제로 많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차로 우려 마셔도 되고 음식에 첨가해도 됩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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