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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처럼 하늘을 날아볼까…인생 로망 실현하는 화성 경비행장에 가다

여행 플러스 조회수  

어릴 적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조종사’를 꿈꿔 본 적이 있는가.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이 개봉 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1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19 이후 개봉한 외국 영화 중 최초로 관객 수 8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36년 전 개봉한 원작 ‘탑건’의 향수를 좇은 이들이나, 익히 그 명성을 들은 이, 또 극장에서는 아니지만 TV 등을 통해 작품을 접했던 이들을 열광케 한 결과이다.


탑건:매버릭 포스터

‘탑건’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은 단연 뛰어난 작품성이다. 아울러 작품에 담겨 있는 ‘로망’을 자극하는 주제도 한 몫 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슴 한편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하늘을 나는 꿈, 바로 이 바람을 대신 실현해 주는 매버릭의 등장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탑건’을 보며 부러움 또는 대리 만족을 느낀 이들이 많다.

여행플러스가 이 오묘한 감정을 더욱 크고 짜릿하게 만들어 줄 즐길거리를 직접 체험하고 왔다. 벅찬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이들을 위해 누구나 조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다녀왔다. ‘매버릭 변신 프로젝트’를 실현할 경기도 화성 경비행장으로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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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체험부터 직접 조종까지’

화성 하늘누리 경비행기


하늘누리 경비행장 / 사진=하늘누리 경비행장 제공

화성 ‘하늘누리 경비행장’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경기권역 유일 경량 항공기 전문 교육 기관이다.

잘 익은 벼가 익어가는 논과 밭 사이를 가르며 좁은 길을 지나다 보면 가지런히 정돈한 널따란 풀밭이 나온다. 초목 사이로 듬성듬성 나 있는 황톳길을 따라가면 크고 작은 경비행기와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이 하늘누리 경비행장.


제부도 코스


서해대교 코스

이곳에서는 그 어떤 지상 전망대에서도 볼 수 없는 아찔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표 조종 체험 코스는 두 가지로 나뉜다. 서산면 앞바다와 제부도를 둘러보는 제부도 코스와 서해대교를 스쳐 지나가는 아찔함이 있는 서해대교 코스다. 둘 코스는 각각 18분, 35분 가량 걸린다.

아울러 진짜 조종사로 거듭날 수 있는 교육 과정도 진행한다. 5세 이상이면 누구나 탑승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만 17세 이상이면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이진욱 하늘누리 대표 이사 / 사진= 하늘누리 경비행장 제공

2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이진욱 하늘누리 대표이사는 “경비행기의 매력은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지 새처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레저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자부했다.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건 조종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제부도 코스. 이 코스는 화성에서 출발해 제부도와 서해안 청정구역 섬 입파도그리고 화성 드림파크를 거쳐 매향리를 지나 돌아온다. 본격적인 비행 체험 전 안전 교육을 들으며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물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은 비행 중 조종사의 지시 없이 조종대를 잡는 등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늘누리 경량항공기 / 사진=하늘누리 경비행장 제공

‘경비행기를 탑승하면 흔들림이나 속도감이 얼마나 느껴지는지’ 물으니 이 대표는 “경비행기가 빨라서 무서울 것 같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 타보면 정말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전봇대 등의 사물을 지날 때 느껴지는 속도감과 경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지날 때 느껴지는 속도감을 비교하면, 오히려 전자가 더 빠르다. 이는 시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거리가 먼 물체일수록 같은 속도라도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진다.


교욱 중인 하늘누리 이진욱 대표


2019 국토교통부장관배 경량항공기 대회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시작 전 위험성을 숙지하고 있다는 면책동의서를 작성하면 탑승 준비가 끝난다. 베테랑 조종사가 동승해 비행기에 올라타는 법부터 안전벨트 착용까지 세심하게 지도한다. 총 4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체험 인원이 적으면 기종도 고를 수 있다.


스카이퍼 GT9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브리스텔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특히 인기 있는 신상 항공기로는 주로 짐을 싣는 용도로 사용하며 더 안정감 있는 ‘스카이퍼 GT9(Skyper GT9)’과 속도를 내기 적합한 초경량 항공기 ‘브리스텔(Bristell)’이 있다. 각 항공기는 1억 원부터 3억 원에 달하기까지 다양한 몸값을 자랑한다. 억 단위로 떨어지는 금액에 ‘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1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잘 팔리는 고급 차를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축이다.


소음 제거 기능이 있는 헤드셋을 착용했다


이륙 전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륙 전 엔진을 껐다 켜며 소리 등 내·외부 시설을 모두 점검한다. ‘클리어’가 떨어지면 그제야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달린다. 영화 속이나 모형으로만 보던 비행기 계기판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 요소다. 기내에 조종사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헤드셋이 있는데 엔진 소리에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소음 제거’ 기능도 달려있다.

경비행기는 기체가 무거운 대형 항공기와 달리 가벼워서 상대적으로 활주로 길이가 짧아도 안정적인 이륙이 가능해 단시간에 빠르게 뜬다. 이륙 중에는 몸이 살짝 떠오르며 놀이기구에 탑승한 듯한 짜릿한 기분을 잠시 느낄 수 있다.


하늘로 떠오르는 경비행기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비행 중 만난 다른 스카이퍼 GT9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어느새 조종석 앞 유리에 비치던 푸른 논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뭉실뭉실한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경비행기는 평균 300m 상공에서 주행하며 최대 500m 높이까지 올라간다. 구름과 눈높이가 맞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새삼 하늘을 날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상공에서 본 제부도 갯벌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상공에서 본 제부도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서해안 바다를 발아래에 두고 조금 지나면 제부도가 나온다. 지상에서 볼 때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항공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푸른 초목 사이로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큰 감흥 없이 보던 제부도 갯벌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새삼 비경이다.


사람이 드러누워 있는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섬 ‘입파도’ / 사진=하늘누리 경비행장

갯벌을 지나니 붉은 암석이 가득한 청정 섬 입파도(立波島)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입파도는 작은 면적 덕에 ‘서서 파도를 맞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입파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위에서 이 섬을 보면 마치 사람이 드러누워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특히 섬을 이루는 붉은 바위가 목젖처럼 보여 ‘목젖이 아주 큰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곳을 셀 수 없이 많이 비행하던 이 대표가 우연히 이 사실을 발견했다고.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나비와 네 잎 클로버 모양을 한 화성 드림 파크 야구장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나비와 네 잎 클로버 모양을 한 화성 드림 파크 야구장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다음 행선지인 ‘화성드림 파크’가 이 코스의 정점이다. 드림파크는 화성시와 한국어린이야구연맹이 손잡고 지은 국내 최대 규모 유소년 야구장이자 테마파크다. 드림 파크에는 총 8개의 야구장이 있다. 각 4개가 모여 나비 모양을 만들고 다른 4개가 모여 네 잎 클로버 형상을 만든다.

땅에서 볼 땐 흔한 야구장이지만 하늘에서 바라보면 한 마리의 나비와 푸른 네 잎 클로버가 색다른 전망을 만든다. 이 코스에서는 독특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조종사가 기체를 기울여 준다. 이곳을 보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도 좋을 정도로 인상 깊은 경치라는 후문.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매향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마지막 코스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작은 마을 ‘매향리’다. 매향리는 한국전쟁 시기인 1951년부터 전쟁 이후 2005년까지 주한미군의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했다. 이곳에 주민들이 버젓이 살고 있음에도 하루 약 400회 이상의 폭격 훈련을 실시해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마침내 사격장을 폐쇄하며 이곳에는 전쟁이라는 참담한 비극을 기억하기 위한 ‘매향리 평화 역사관’과 ‘평화 생태공원’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당시 폭격기로 사용했던 두 대의 전투기를 그대로 전시해 놓았으며 기념관 마당에는 수십 발의 포탄이 쌓여있다. 경비행기에서 매향리를 지날 때면 이 두 대의 전투기를 볼 수 있도록 조종사가 정확한 위치를 짚어준다. 하늘 위에서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역사를 배우며 동시에 전투기의 자태를 감하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직접 조종대를 잡아볼 수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돌아오는 길에는 조종사의 지휘 아래 직접 조종대를 잡아볼 수 있다. 비행고도를 상승하고 하강하는 수준의 조종이 가능하다. 내 손으로 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누빌 수 있다는 점에서 꿈꿔왔던 비행 로망을 완전하게 실현할 수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두 가지 극한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지포스(G-force) 체험’이다. 즉, 중력에 의해 물체가 운동할 때 생기는 가속도인 중력 가속도를 2g에서 2.5g까지 느낄 수 있는 체험이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갈 때 받는 중력가속도인 6g의 1/3 수준이다. 빠르게 도는 롤러코스터를 탑승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탑건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짜릿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제로 G 체험으로 무중력 상태를 느낄 수 있다 / 사진=flickr


다음은 ‘제로 G’ 체험이다. 말 그대로 중력이 ‘0’인 상태를 느껴볼 수 있는데 고도를 상승한 뒤 자유낙하 해 비행기 내부를 무중력 상태로 만든다. 짧은 시간이지만 몸이 붕 떠 있는 듯한 아찔한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두 체험 모두 탑승자가 원할 시에만 진행한다.


경비행기에서 본 푸른 논 전망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경비행기가 착륙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하늘누리 경비행장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게 큰 장점이나 교통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 차를 타지 않고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예약은 최소 일주일 전 해야 원활한 체험이 가능하다. 기상 악화 시 다른 날로 미루거나 환불할 수 있다.


노을지는 궁평항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놀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화성 8경 중 하나인 ‘궁평 낙조’ / 사진=김혜성 여행 + 기자

특히 1년 중 바람이 일정한 가을과 겨울이 가장 경비행기 타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니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이 대표는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화성 8경 중 하나인 ‘궁평 낙조’를 볼 수 있는 일몰 시각”이라고 팁을 전했다.

이 대표는 “경비행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가 활동”이라며 “실제로 암 투병 중이신 어머니를 태우고 조종대를 잡은 아들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했다.

또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도 자신의 집을 상공에서 내려다보셨는데 그 이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두루 보고 하늘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는 감동적인 일화를 소개하며 많은 이들의 도전을 바랐다.

하늘누리 경비행기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평밭길 365 하늘누리 비행학교

‘꿈은 꿈일 때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이런 위로 따위는 필요 없다. 올가을에는 많은 이들이 오래전 심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며 ‘오랜 꿈은 결국 이뤄낼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의 싹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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