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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 먹으러 독일 여행 오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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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는 명실상부 독일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 종류만 해도 15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시지의 나라’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시지를 향한 독일인들의 애정도 대단하다. 길거리 간식으로 즐기는 것은 물론,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챙겨먹거나 맥주와 곁들이는 안주로도 자주 찾는다. 소시지를 먹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단순히 구워 먹기만 하지 않고 빵에 발라 먹거나 생으로 먹기도 한다. 독일에서 소시지를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도시에 따라 특산 소시지가 다른 독일에서는 지역색이 담긴 소시지를 찾아 먹는 재미도 상당하다. 지역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소시지 장인’들이 대를 이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사랑받은 소시지에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까지 깃들어있다. 독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지역 특산 소시지를 소개한다.

01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터 부어스첸

Frankfurt, Frankfurter Würstchen

사진=플리커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후랑크 소시지’의 원형, 프랑크푸르터 부어스첸이다. 독일 헤센(Hessen)주 최대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 탄생했다. 곱게 다진 돼지고기를 양의 창자에 넣은 후 낮은 온도에서 훈연해서 만든다. 전통 제조 방식에 따르면 최고급 살코기와 너도밤나무를 사용한다고. 부어스첸이란 독일어로 ‘가는 소시지’를 뜻하는데, 이름처럼 가늘고 기다란 모양이 특징이다.

독일은 전통 소시지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생산된 소시지에 한해 ‘프랑크푸르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인증제를 통해 소시지의 품질과 조리법 등도 관리한다. 덕분에 프랑크푸르트 어디서든 수준 높은 프랑크푸르터 부어스첸을 접할 수 있다.

사진=언스플래쉬

프랑크푸르터 부어스첸은 이미 훈연 과정에서 고기가 익기 때문에 끓는 물에 데쳐먹는 게 보편적이며, 간혹 구워 먹기도 한다. 보통 두 개의 소시지가 한 쌍으로 제공된다. 짭짤한 맛에 훈제향이 강렬한 편이고 겨자소스와 잘 어울린다. 맥주와 궁합이 좋아 안주로도 제격이다. 프랑크푸르트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훌륭한 프랑크푸르터를 맛볼 수 있으니 시도해보자.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면 마트에서 가공 소시지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훈연 소시지는 보존 기간이 길기 때문에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도 맛이 좋다.

02

뉘른베르크, 뉘른베르거 브라트부어스트

Nürnberg, Nürnberger Bratwurst

사진=플리커

바이에른(Bayern)주 북부 뉘른베르크 역시 지역 고유의 소시지가 유명하다. 이곳 특유의 짧은 소시지를 뉘른베르거 브라트부어스트라고 부른다. 그 모양이 엄지손가락 같다고 해서 ‘손가락 소시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1313년 뉘른베르크 의회에서 레시피가 처음으로 등록됐고, 오랫동안 도시를 대표하는 소시지로 사랑받았다. 그 맛이 좋아 여러 유명인사들도 즐겨 먹었다는 얘기가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이곳의 소시지를 특히 좋아했다고.

사진=픽스히어

뉘른베르거 브라트부어스트는 거칠게 갈아낸 돼지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의 식감이 살아있다. 허브의 일종인 마조람을 넣어 향긋한 편이고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후추나 생강, 레몬 등을 넣는 경우도 있다. 그릴에 강한 불로 구워 먹는 게 보편적이다. 바삭한 케이싱 안에 육즙이 풍부해 맛이 좋다. 노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인데, 즉석에서 구워 케첩을 뿌려 먹거나 빵과 함께 먹는다.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전통적인 브라트부어스트를 먹고 싶다면 ‘브라트부어스트호이즐레(Bratwursthäusle)’에 가보자. ‘성 제발트 교회(St.Sebalduskirche)’ 앞에 있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으로 1312년 처음으로 뉘른베르거 브라트부어스트를 판매한 곳이다. 자체 정육점에서 만든 소시지를 직화로 구워주며 강렬한 불맛이 인상적이다.

03

뮌헨, 바이스부어스트

München, Weißwurst

사진=플리커

독일어로 ‘흰색 소시지’라는 뜻의 바이스부어스트는 바이에른의 주도이자 독일 제3의 도시, 뮌헨을 대표하는 소시지다. 끓여 먹는 ‘보크 부어스트(Bockwurst)’의 일종으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보통 양의 창자를 사용하는 다른 소시지와 달리 바이스부어스트는 돼지 창자로 만든다. 본래 돼지 창자는 질기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1800년대 소시지를 만들던 한 요리사가 양의 창자가 다 떨어지자 대신 급하게 돼지 창자를 썼다고 한다. 돼지의 창자는 구웠을 때 찢어지기 쉬워 물에 끓여서 조리했다고. 어쩌다 탄생한 요리지만 맛이 좋아 도시를 대표하는 소시지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스부어스트를 감싼 돼지 창자는 질기기 때문에 벗겨 먹는 것이 정석이다. 소시지 끄트머리를 자르고 케이싱을 잡아당기면 쉽게 벗길 수 있다. 송아지 고기를 곱게 다져 넣기 때문에 부드럽고, 파슬리 등 향신료를 넣어 향긋하다. 바이스부어스트는 달콤한 겨자소스와 잘 어울리며 보통 빵과 함께 먹는다.

사진=픽스히어

훈제 등 보존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하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아침에 갓 나온 소시지를 먹는 게 일반적이다. 뮌헨의 전통적인 레스토랑에서는 점심시간까지만 바이스부어스트를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 늦게까지 판매하는 소시지는 방부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04

베를린, 커리부어스트

Berlin, Currywurst

사진=플리커

베를린의 국민간식, 커리부어스트는 소시지 위에 커리 케첩을 뿌린 간단한 요리다. 베를린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주로 야외 노점에서 사먹는 사람들이 많다.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게 보편적이다. 기름지고 짜기 때문에 맥주와의 궁합이 최상이다.

커리부어스트는 1949년 탄생한 비교적 역사가 짧은 소시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황폐해진 베를린은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못했다. 당시 베를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헤르타 호이버(Herta Heuwer)는 베를린에 주둔 중이던 영국군에게 카페 가루를 얻어 카레 케첩을 개발했다. 케첩을 뿌린 소시지는 저렴한 가격과 중독적인 맛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베를린의 서민음식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독일 전역에서 즐겨 먹는 독일인의 ‘소울 푸드’가 됐다. 독일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가 커리부어스트를 즐겨 먹었다는 말이 있다. 베를린은 커리부어스트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과거 ‘커리부어스트 박물관’을 설립했을 정도다. 박물관은 경영난으로 인해 아쉽게 폐관했다.

사진=언스플래쉬

베를린에서 유명한 커리부어스트 식당으로는 ‘커리 36(Curry 36)’, ‘커리 61(Curry 61)’ 등이 있다.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즐겨 찾는 식당이라 붐비는 편이지만, 금방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지는 않다. 독일 입맛에 맞춘 음식이라 한국인에겐 조금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마요네즈를 뿌려달라고 하는 게 좋다.

소시지의 나라 독일. 그에서 맛볼 수 있는 소시지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아봤다.

마트에 펼쳐진 각양각색 소시지에 당황하지 말고, 자신 있게 주문하자!

“Würstchen, bitte.”

글=허유림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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