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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의 천국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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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unsplash

부분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채식주의는 고기 중심의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계란이나 어묵, 우유 등이 들어간 음식은 육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도의 채식 개념은 이와 전혀 다르다.

인도에는 종교적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12억 인구 중 30~40%에 달하는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인 만큼, 세계 최대의 채식주의 국가로 꼽힌다.

인도의 채식주의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의 영향 속에서 형성되었다.

불교와 자이나교에서 시작된 불살생 규범이 점차 확대되면서 힌두교의 채식주의로 이어졌다.

동물을 죽여 고기를 먹으면, 나쁜 카르마(업보)를 쌓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채식주의는 종교와 카스트에 따라서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채식주의자인 힌두교도들은 달걀은 먹지 않되 우유는 섭취할 수 있는 ‘락토 채식주의’의 모습을 보인다.

자이나교도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채식을 시행한다. 달걀과 유제품은 물론이고, 감자와 같이 씨앗이 되는 식물 또한 먹지 않는다.

인도의 채식주의는 종교와 결부되어 이상적인 모습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라거나 금주 주의자라는 말은 상층 카스트에 속함을 의미한다.

때문에 브라만과 카스트로 신분 상승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채식 식단을 준수한다.

이에 반하여 술과 육식, 특히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수록 하층 카스트에 속한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로 인하여 채식주의가 보편화된 인도.

그중에서도 채식과 관련해 특색 있는 두 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양한 채식 요리가 발전한 바라나시오직 채식만이 허용된 도시 푸쉬카르이다.

01

바라나시

다양한 채식 요리가 발전한 도시


사진 – unsplash

최소 기원전 1800년부터 형성된 도시인 바라나시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힌두교 최대 성지 중 하나다.

매일 아침 수만 명의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죄를 씻어내린다.

갠지스강에 수장을 하면 영생을 얻는다는 교인들의 믿음으로 바라나시에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화장터의 불길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바라나시는 이러한 종교적인 목적이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도시로 이름이 났다.

성스러운 목적 외에도 다양한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미식의 도시라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 flickr

힌두교 신앙에 따르면, 파괴의 신인 시바(Shiva)가 바라나시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바라나시에는 시바를 모시는 숭배자들이 많다.

숭배자들은 시바가 채식주의자라고 믿기 때문에, 자연히 신도들도 엄격한 채식주의인 사트빅(sattvic) 식단을 추구한다.

가족 대대로 순수한 채식 식단을 추구하고, ‘계란을 섭취하는 집에서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육식하는 사람과는 상종도 않겠다는 의미)’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라나시에 있는 대부분의 힌두교 가정에는 시바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집에서 고기를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바라나시의 레스토랑 주인들은 서양 관광객 및 비채식주의자인 힌두교 순례자에 고기를 제공하고 집에서는 사트빅 식단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2019년 힌두 민족주의 BJP 정부가 모든 바라나시 사원 및 유적지 반경 250m 내에서 육류의 소비 및 섭취를 금지하면서 사트빅 식단이 대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먹던 사트빅 식단이 식당 및 레스토랑으로 진출하면서, 다양한 요리법 및 변형이 일어났다. 단조롭던 채식 식단이 풍성해진 것이다.

육류 금지라는 법안이 독창적인 요리의 탄생에 한몫을 한 것이다.

이후 도시 전역에 걸쳐 사트빅 레스토랑이 점점 증가했고, 현재는 40~200개의 사트빅 레스토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 unsplash

셰프들은 캐슈너트, 양귀비 씨앗, 토마토 등의 재료를 배합해 채식 식재료만으로도 기존의 음식 맛을 구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에 인도 전역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바라나시에서는 색다른 식감과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식단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정평이 나있다.

맨해튼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셰프는 사원에서 제공되는 팬케이크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기도 했고,

인도의 유명 셰프인 산지브 카푸르(Sanjeev Kapoor) 역시 바라나시의 음식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02

푸쉬카르

오직 채식만이 허용되는 도시


사진 – unsplash

푸쉬카르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호수로 꼽히는 푸쉬카르 호수를 둘러싸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천상의 연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호수와 마을이 생겨났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의 이름 푸쉬카르는 ‘파란색 연꽃’을 의미한다.

푸쉬카르에서는 매년 11월 낙타 축제가 개최된다.

지상 최대의 동물 축제로 인도는 물론 전 세계의 수백만 관광객들이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세계적인 낙타 축제 외에도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직 채식만 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사진 – flickr

푸쉬카르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를 모시는 도시다.

때문에, 도시 전체가 성스러운 특별구역처럼 운영된다.

특별구역답게 도시 전체에서는 고기나 달걀 등의 육류 섭취가 일체 금기시되며, 술 또한 판매하지 않는다.


사진 – unsplash

이 때문에 모든 요리는 오직 채소와 향신료 등의 채식 식재료만으로 만들어진다.

오랜 채식의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옛날부터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했고, 푸쉬카르만의 특별하고 독창적인 요리로 발전했다.

채식 식재료라는 한정된 재료만을 사용하지만 인도 최고 미식 도시로 손꼽히는 이유다.

고기가 없는 도시라 너무 실망하고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감자를 으깨고 콩을 응고시켜서 만든 콩고기로 고기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뉴가 단조롭지도 않다. 인도 음식뿐만 아니라 버거, 양식, 티베트 음식 등 다양한 세계 각국의 요리를 오직 채식 식재료만으로 완벽한 맛을 구현한다.

콩을 갈아만든 대체육을 넣은 멕시칸 요리, 고기는 없지만 다양한 재료로 피자 맛을 구현한 롤링 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성스러운 도시인 만큼 인도의 여타 도시들과는 다르게 소음공해나 시끄러운 릭샤왈라들의 소리를 찾기도 힘들다.

조용한 호수의 마을 푸쉬카르에서 명상과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또 채식 식단을 통해 몸속까지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정윤지 여행 + 인턴 기자

검수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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