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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입맛 돌아오는 가을에 제격인 여행지, 횡성 만끽하기

여행 플러스 조회수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옷을 한 겹 더 걸쳐본다.

늦게까지 여름을 즐기던 길거리에 나무들도 훅 다가온 날씨에 부랴부랴 옷을 바꿔 입는다. 형형색색의 이파리를 뽐내는 나무들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바라만 봐도 흐뭇한 풍경이 펼쳐진다. 단풍으로 물든 산,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가 가득한 가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단풍이 든 치악산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산으로 가득한 횡성에서 짧아서 소중한 가을을 충분히 즐겨 보자. 먹거리도 풍성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일 것이다.

1) 가을 정취 ‘물씬’··· 단풍 절정 맞은 횡성 숲체원

KTX를 타고 둔내역에서 하차하자마자 강원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이 코앞임을 실감하자 ‘가을이 떠나갈까’ 마음이 급해진다. 둔내역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든 절경이 펼쳐지는 ‘횡성 숲체원’이 등장한다.


횡성 숲체원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이곳은 관광객을 비롯한 현지인의 건강 증진과 치유를 목적으로 설립한 산림복지시설이다. 2007년에 개설한 횡성 숲체원은 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았다. 숲체원 전반에 걸쳐 산책로를 조성해 다양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경관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들이 아름답다. 나뭇잎끼리 스치며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걸음마다 힘을 실어 땅을 디뎌 본다.


횡성 숲체원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모양도 크기도 다른 다양한 종의 나무가 심겨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무 앞 개체의 정보를 담은 안내판이 숲체원 내의 여러 식물 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숲체원은 올해, 방문객의 원활한 산책을 위해 ‘맨발 숲윗길’을 조성했다.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잣나무와 가문비 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맨발 숲윗길은 기존의 산책로(현 맨발 아랫길)에 더해져 순환형 코스를 이룬다. 방문객은 몇 번이고 산책로를 빙빙 돌며 숲체원의 환상적인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수성 국립횡성숲체원 원장은 “새롭게 확충한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청태산의 경관을 즐겨보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숲체원 전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횡성 숲체원은 국내 최초의 산림 교육센터라는 점이 돋보인다. 국립양평치유의숲, 국립대전숲체원 등 전국 방방곡곡에 국가가 주도해 운영하는 여러 숲체원이 있지만, 그중 횡성 숲체원은 자연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을 운영한다는 차별점을 갖는다. 횡성 숲체원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숲체원 내부에 대강당, 중강당, 체험방, 배움방 등 다양한 교육 시설을 마련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횡성 숲체원은 2015년과 2017, 2018년도에는 청소년 인증수련활동 부문에서 수상하며 명실상부 국내 공인의 산림 교육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숲체원 내부 산림 치유 시설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도 산림 치유시설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겨볼 수 있다. 1층의 건강 측정실에는 체지방 측정 기계와 혈압 측정 기계 등 내 몸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의료 기구들을 비치하고 있다.


야외 데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야외데크에 위치한 의자에 몸을 뉘고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해볼 수도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통창으로 숲체원의 풍경이 펼쳐지는 명상실이 보인다.

산림 치유 센터의 명상 체험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자리마다 구비한 스파이키 트윈 롤러를 사용해 구석구석을 마사지하며 묵은 피로를 풀어 보자. 산림 치유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심호흡하며 관절 마디마디를 이완해본다. 긴장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현대인들의 몸속으로 청태산의 맑은 기운이 스며든다.

2) ‘언제 이렇게 먹어보나’ 횡성의 꽃, 한우 무한으로 즐기기

한우는 특유의 기름진 맛과 그에 걸 맞는 비싼 가격 때문에 고급 식재료로 손꼽힌다. ‘한우 사주는 선배는 좋은 선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한우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당을 이곳 횡성에서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횡성’하면 ‘한우’가 떠오를 만큼, 한우는 횡성이라는 고장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라오니아 횡성 한우 무한리필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횡성은 언제부터 한우로 유명해졌을까. 횡성은 예로부터 논농사가 발달해 한우의 사료인 볏짚을 구하기가 쉬웠다. 지역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횡성은 소의 운동량이 많아 근육량이 발달해 뛰어난 육질을 자랑한다. 풍부한 먹이와 좋은 환경이 좋은 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밖에도 외래 품종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한우와의 교배를 엄격히 금지하며 횡성 한우만의 독립성을 구축했다. 우수한 혈통을 가진 종모우(숫소)와 종빈우(암소)를 교배시켜 최상의 육질을 가진 한우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횡성 한우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숲체원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한우 무한리필’이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이 걸어 놓은 식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라오니아 한우 무한리필’을 찾은 방문객은 1인당 3만7000원의 요금을 내면 횡성의 특산품인 한우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식당 한편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소포장 되어 있는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선택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횡성 한우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등심부터 갈빗살, 차돌박이까지 여러 부위를 마련해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식당 특제 비법으로 만든 쌈장을 비롯해 고기와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반찬, 집 된장으로 끓여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와 함께 횡성의 한우를 만끽해 보자. 무한리필이라는 말에 고기의 질을 의심하던 것이 무색할 만큼, 알맞게 구워 핏기가 살짝 도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놓자마자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3) ‘국내 최장 길이 루지 체험장’에서 가을바람 가르며 질주한다

총 길이가 2.4㎞에 달하는 단일 코스 기준 국내 최장 길이의 루지 체험장에 방문해 속도를 즐겨 보자.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탑승하고 5분 남짓 이동하면, 산 위에 자리 잡은 횡성 루지 체험장이 나타난다.


횡성 루지 체험장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국도 42호선으로 쓰였던 산 속 폐도로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루지의 속도를 즐기며 횡성의 자연경관을 파노라마뷰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가을을 맞아 형형색색으로 물든 횡성의 산맥이 아름답다.

한우 헬멧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비탈길을 따라 빠르게 내려가는 속도감에 초점을 둔 여타 루지 체험장과는 달리, 산맥을 끼고 폐도로를 달린다는 콘셉트가 실제로 드라이브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계절마다 산맥이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 사시사철 관광객은 물론이고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은 횡성의 효자 관광상품으로 등극했다.


루지 체험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트랙 군데군데 놓인 장애물들이 가까워지자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밴다. 핸들을 요리조리 돌려 장애물들을 피하고 다시 속도를 높여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강원도의 시원한 바람을 즐겨 본다. 코스 곳곳에 트릭아트, 폭포 터널, 우주 터널 등의 테마 구간이 이색적인 재미를 더한다. 속도계가 있는 구간에서는 괜한 승부욕이 발생해 더 빠르게 달려보기도 한다.


루지 카페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한 번이 아쉬운 방문객을 위해 연속으로 두 번 탈 수 있는 티켓도 판매 중이다. 경치를 즐기느라 서행했던 첫 번째 체험과는 달리, 두 번째에서는 스릴을 만끽하며 도로를 질주해 본다. 루지 체험장을 방문객 모두에게 횡성문화상품권 3000원 권이 주어진다.

루지 카페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체험장 인근에 위치한 루지 카페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커다란 카페 통창으로 펼쳐지는 오색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

4) ‘없던 믿음도 생긴다’ 장관 펼쳐지는 풍수원 성당의 매력 파헤치기

풍수원 성당은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로, 고딕 양식을 따라 설립해 높은 첨탑과 아치형 입구가 돋보인다. 한국인 신부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성당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1888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횡성을 방문하면 꼭 들러야 하는 스폿으로 꼽히는 이유가 뭘까. 궁금증을 안고 세월의 흔적을 가득한 계단을 따라 오르니, 고풍스러운 외관의 성당이 차츰 눈에 들어온다.

풍수원 성당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건물 옆으로 우뚝 선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웅장한 멋에 압도되어 홀린 듯 사진을 남겨본다. 바람이 불자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비가 성당의 운치를 더한다. 노을에 비춰 성당 전체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예수상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성당 건물 뒤편으로는 거대한 예수상이 세워져 있다. 하얀 예수상과 오색찬란한 단풍잎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예수상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이 정도 거리에서 바라보는 성당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고개를 돌려 본다. 팔을 커다랗게 벌린 예수가 성당을 감싸고 있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는 성경의 구절이 떠오른다.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성당에 방문했을 신자들이 받았을 감동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걷다 보면, 유물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에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이어왔던 천주교인들의 유물을 감상해 볼 수 있다. 박해를 피해 몸을 숨기는 공간으로 사용했다는 장독대에서 천주교인의 애환이 묻어난다. 녹이 잔뜩 슬어있는 십자가와 붓글씨로 빼곡히 적은 성경책 이외에도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관 가득 늘어서 있다.


십자가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찬찬히 살펴보며 국내에서 천주교의 위상이 발전해온 과정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다. 100년 전 서민들의 생활상을 짐작케 하는 유물들도 놓치지 말자. 천주교 신자인 최수범 유물 기증자는 30여 년 동안 사비로 수집한 서민들의 유물을 전부 풍수원 성당에 기증했다. 최수범 유물 기증자는 “왕족이 사용하던 값비싼 물품도 소중하지만, 우리네의 생활과 문화가 배어있는 유물을 전수하는 것도 못지않게 가치 있다”며 1000점 이상의 유물을 선뜻 내놓았다.

유물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할머니가 시집가실 때 탔다는 꽃가마부터 똥물을 퍼다 나르던 바가지까지, 여느 박물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옛사람들의 정취가 가득 담긴 물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악산의 풍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소고기로만 알고 있던 고장에서 예기치 못하게 마주친 아름다움이 반갑다. 인구 소멸 도시로 선정된 횡성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만큼 고장 곳곳에 매력이 가득하다.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 있는 횡성에서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기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는 결코 찾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글=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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