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렸는데 겨울이 왔다.
가을의 화사함을 기다렸는데 겨울의 청명한 한기가 마음과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느낌.
초겨울 제주여행을 하며 묻는다.
“당신의 겨울은 안녕하신가요?”
월정리카페거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월정리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33-3
혼자 걷는 제주여행, 계획 없이 찾은 제주도의 하늘은 가슴속 응어리처럼 잿빛으로 뒤덮여 있다.
싸늘한 청명함을 가려주기 위함인지 가라앉는 기분을 더욱 내리누르기 위함인지 모를 일이다.
그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열리는 구름 사이로 따사롭게 빛나는 햇살.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햇살을 바라보며 정지.
바다를 바라보며 정지.
몸도 마음도 정지.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정지.
이 순간의 초겨울 제주여행은 정지된 상태.
그렇게 한참을 멈춘 채 바다를 바라본다.
찬 바람이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시간까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지 모를 만큼.
그저 눈 안에는 드는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고 또 지우고.
제주의 하늘은 참으로 오묘하구나!
맑은 하늘인가 싶으면 어느덧 구름을 잔뜩 몰고 오고,
구름인가 싶으면 바람이라.
그 바람을 가르며 지나는 낭자의 모습이
조금은 춥게, 조금은 쓸쓸하게 보이지만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과 더해지니 더없이 예쁘고 행복해 보인다.
자연의 변화가 어떠하든 사람은, 사랑은
그 무엇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곳 월정리 해변은 많은 제주여행 중에도 그다지 자주 찾지 않는 곳임에도 이번 여행에서는 걸음이 닿았다.
마치 겨울바다로의 초대를 받은 듯.
저절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조금은 신기하다.
보통 이맘때의 제주여행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초겨울의 제주여행은 쓸쓸한 듯 아닌 듯 오묘함이 더욱 깊어져 가는 느낌이지만 고요하고 잔잔해지는 기분이 좋다.
어쩌면 겨울바다로 초대받은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그리고 그러함을 위해 다시 찾아가는 것, 여름바다와 달리 겨울바다가 주는 즐거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맑은 미소로 현재를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
웃음소리, 무엇보다 밝게 피어나는 에너지가 좋다.
다양한 감정과 폭넓은 자연의 품에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힐링 여행이라 생각된다.
최근의 여행 화두로 치유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웰빙, 웰니스, 힐링을 통합하는 단어로 ‘치유’
힐링이란 단어가 어쩌면 치유가 가장 깊이 있는 연관성을 갖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서도 단어 자체가 다르 듯 그 알쏭달쏭 한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땠거나 치유라는 것에 관심 단어인지 지방 곳곳에 ‘치유의 숲’이 생겨나고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고 있는 것 같다.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
겨울바다 앞에 놓인 치유의 의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차가운 바닷바람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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