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바브엘만데브 해협(이하 홍해 해협) 차단으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배송 지연 사태까지 발생하며 ‘물류 대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MM 등 글로벌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로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공격을 시작하면서 홍해 해협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홍해 해협을 통과하는 거의 모든 선박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의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교역로이다.
홍해 해협이 차단되면서 해상 운임은 상승하고 있다.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 운항해 운임 지수가 오르고 있다. 희망봉을 통과할 경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뱃길이 6000㎞ 이상 길어지고, 화물 도착일도 7~10일가량 늦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컨테이너선 운임료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2일 기준 1254.99로 전주 대비 161.47포인트(14.8%) 올랐다. 이는 지난 11월 3일 기록한 1067.88을 뛰어넘는 연중 최고점이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지수다. SCFI가 1200선을 돌파한 건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물류 비용도 상승한다. 이집트 자동차 부품 수입기업은 글로벌 선사의 홍해 해협 운항 중단 후 남아공 희망봉 우회경로를 선택해 12월 이후 물류비용이 기존 대비 2~3배 이상 올랐다.
홍해 차단은 이집트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LG전자를 포함한 가전 및 부품, 석유화학, 섬유 등의 한국 기업 다수가 이집트에서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번 홍해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한국발 이집트 도착 선박은 기존 대비 약 14~21일의 운항 일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선박 이용료, 보험료 할증 등으로 물류비가 2~3배 증가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홍해 물류 리스크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국가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집트 입장에서는 수에즈 운하 수입 감소로 인한 정부 재정 리스크가 발생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해 원자재와 상품을 조달하던 국가는 자국 제조업 생산 단가 상승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생산 단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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