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CES 2024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이동수단의 혁신을 이끌 미래 핵심 사업으로 PBV를 제시했다. 사람과 사물,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아만의 차별화된 PBV를 선보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기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PBV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본격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라스베이거스 현지 취재)
CES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이다. 그만큼 다양한 제조사들과 관련 기업들이 각 기업의 비전을 담은 컨셉 모델을 대거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업의 미래 가치와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을 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고 종종 기이한 모습의 컨셉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CES 2024를 통해 기아는 눈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구체화 했으며, 보는 이들에게 서둘러 경험해 보고 싶고 또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보여주었다.
기아는 유연한 EV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과 개인을 위해 설계된 다양한 차량 유형을 지원하는 PBV(Platform Beyond Vehicle)를 공개했다. 경차 크기부터 대형 밴, 픽업트럭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가능한 유연한 모델 라인업을 소개했다. 기아는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최소 9가지의 다양한 컨셉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자동차 제조사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다양한 PBV 컨셉을 공개했다. 효율성을 강조한 박스형태의 외관과 실내 공간은 이제는 다소 지루한 모빌리티로 느껴졌다. 휠베이스를 늘리거나 줄여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승객 운송을 위한 PBV라면 의례 지하철이나 버스가 떠오르는 시트 구성을 하고 있었다. 화물 운송을 위한 차량이라면 시트를 제거하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목적에 맞는 구성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컨셉과 달리 기아가 제시한 PBV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은 광범위한 다년간의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현실에 더욱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아는 이 전략이 3가지 단계로 전개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는 변환 기능을 갖춘 호출, 배송, 유틸리티 등 주요 지역에 최적화된 다용도 EV”인 PV5를 소개하는 것이다. PV5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배송 정보 및 내비게이션을 위해 각 차량은 중앙 허브에 연결된다.
두 번째는 기아차가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PBV 라인업을 구축하고 각 차량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고, 차량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AI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에서는 차량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와 통합하여 고도로 맞춤된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더욱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다른 제조사들의 비전과 비교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제안이기도 하다.
CES에서 ‘PBV’ 컨셉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도 2020년 CES에서 항공 모빌리티 컨셉의 일환으로 PBV(Purpose Build Vehicle)를 선보였다. 이는 지상 운송을 위해 회사의 UAM과 도킹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 차량”으로 소개되었다.
기아는 “표준화된 키트 형태”로 배송되도록 설계된 무용접 차체 구조라는 설명외에는 PBV의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진 않았다. 디자인은 단순하고 꾸밈이 없으며, 용도에 맞는 차체 크기의 변형을 넘어 픽업이나 경차 형태의 PBV도 제안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기아의 PBV는 먼 미래에는 자율주행도 고려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운전석을 갖추고 있는 형태다. 운전석 뒤에는 교체 가능한 모듈형태로 구성되며, 모듈 교체를 통해 낮 동안에는 승객을 운송하는 택시로, 밤에는 화물을 나르는 밴으로, 주말에는 개인 레저 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활용성을 강조했다.
물론, 모듈형태의 차량 후미를 교체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차량의 안전성 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기아는 발표현장에서 견고하게 설계된 모듈형 PBV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모듈식 설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확실히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PV5의 1단계 계획에는 Basic, Van, High Roof 및 Chassis Cab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를 포함한다. 기아차는 앞으로 앱티브(Aptiv)와 현대차의 합작사인 모셔널(Motional)과 함께 개발한 로보택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단계에서는 PV7과 PV1이라는 두 가지 모델이 추가된다. 전자는 PBV 라인업 중 최대 크기의 모델을 목표로 하며, 더 넓어진 실내 공간과 활용 범위, 강화된 기능성을 갖췄다. 후자는 좁은 공간에서도 최소한의 회전 반경으로 민첩한 운행이 특징으로, 단거리 물류 운송을 위해 설계된 라인업 중 가장 작은 크기를 보인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를 위한 PBV 이기도 하다.
차량 내부에는 화물을 운송하는데 적합하도록 내부 바닥, 천장, 측면 패널에 여러 개의 레일이 장착된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차량 외관 디자인과 기능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기아는 PBV 차량 생산을 위해 화성에 전용 공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25년에 가동될 예정이며 연간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는 현재 우버, 쿠팡, CJ대한통운,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PBV 전용 사업 체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PBV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은 기아만이 아니다. 글로벌 PBV시장에선 GM이 상용화에 성공하며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1년부터 페덱스에 브라이트 드랍 EV600을 납품했으며, 월마트에도 공급하고 있다.
토요타는 2021년 발표한 PBV 플랫폼 ‘이-팔레트’를 이용해 PBV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20인승 밴은 실제 도쿄 올림픽에서 무인 셔틀로 시범 운영됐다. 현재 토요타가 건설한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 내에서 운행중이며 일반 도로에서의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폭스바겐그룹도 PBV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와 하노버서 최대 5명의 승객을 태우는 전기 밴 ‘모이아’를 PBV 공법으로 만들어 시험 운행중이다. 2025년에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한 모이아를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기아가 이번에 발표한 PBV 전략은 구체화된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전기차 구입에 대한 부담감이 거치는 시점에서, 이러한 모빌리티 전략이 현실화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PBV 역시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최첨단 기술의 격전지인 CES에서 더욱 ‘기술의 양극화’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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