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에서의 충전 경험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 한국을 최고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겠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열린 전기차 산업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내부 행사인 ‘EV 360°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대표는 세부적으로 충전 속도와 가동률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기차가 60만 대인데 급속 충전기는 작년 말 기준 3만5000대”라며 “대부분 50~200㎾ 수준으로 완충에 1시간이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SK시그넷은 350㎾를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1회 완충에 걸리는 시간을 15~20분으로 단축시키겠다”고 부연했다.
가동률은 충전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작동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SK시그넷은 내부 품질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불량률을 최소화한다. 원격으로 충전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신 대표는 국내 충전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미국을 모범 사례로 들었다. 미국은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인 ‘네비(NEVI)’에 따라 보조급 지급 요건 중 하나로 가동률 97% 이상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SK시그넷은 네비의 수혜 기업 중 하나다. 네비는 미국 내 고속도로에 50마일(약 80㎞)마다 초급속 충전소를 설치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정부의 투자액은 5년 동안 약 75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른다. SK시그넷은 미국이 선정한 340개 사이트 중 상당수에 충전기를 공급한다. 최근 오하이오주에서도 두 번째 네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기차 설치를 시작했다. 신 대표는 “미국에서 3~4위 정도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SK시그넷이 미국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은 현지 공장 운영에 있다. SK시그넷은 지난해 텍사스에 연간 1만 개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지었다. 현지 생산 제품을 공급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네비의 혜택을 입으려면 올해 7월부터 부품까지 미국산을 써야 한다. 신 대표는 “미국은 협력할 만한 부품 회사들이 없거나 있더라도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라며 “반면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기업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코트라 등에서 (부품 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면 텍사스 공장 근처에 ‘K-충전기’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전기차 업계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전기차 시장은 올해 20~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여전히 고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봤다. 보급형 전기차가 쏟아지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충전 인프라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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