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성장하는 러시아 진단시약 시장을 서방 국가들이 주름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수입 진단 시약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10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오는 2028년 러시아 진단시약 시장 규모는 28억3000만달러(약 3조7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19억7000만달러(약 2조6020) 규모였던 시장이 6년간 연평균 성장률 6.5%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낙후한 공공 의료인프라, 민간 의료 시장 활성화 등이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진단시약 시장은 서방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무역센터(ICT) 빅데이터 트레이드맵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러시아 진단 시약 수입 시장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1억235만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미국산 진단 시약이 러시아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 이어 독일(2위), 영국(5위), 프랑스(7위), 벨라루스(8위), 이탈리아(9위)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서방 6개국이 상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한국은 10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양에서 생산된 진단시약 공급이 막히자 러시아에서는 진단 시약 국산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신속 검사 키트, 단백질 검사 키트, 혈액 수집 장비 등의 경우 유사 수입품 대비 30% 이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크게 뒤지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현지 의료계에서는 진단시약 국산화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서 운영되는 분석기 다수가 외국산인데 해당 회사의 진단 시약이 아닌 타사 진단 시약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에 진단 시약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산 분석기 등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한 병원 원장은 “다수의 품목군에서 제조업체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단 시약의 부족이 발생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알러지, 유전질환 분석 등에 사용되는 일부 시약은 완전히 현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러-우 사태 이후 새로운 수입업체를 찾거나 새로운 운송 경로를 찾아야 해 구매 비용은 높아지고 제품 수취까지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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