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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란 무엇인가? 사이버펑크의 뿌리와 열매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디시인사이드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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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솔즈> 기다리고 계시는 분 있나요?


<반교>와 <환원>으로 이름을 알린 [레드 캔들 게임즈]의 신작이자, <세키로>, <할로우 나이트> 등의 게임에서 영향을 크게 받은, 액션 플랫포머 인디게임 <나인 솔즈>.


제작사의 명성 때문이든 장르적 특성 때문이든 아니면 트레일러와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준 높은 퀄리티 때문이든, 많은 사람이 이 게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게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게 있더군요.


바로 <나인 솔즈> 단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장르인 ‘타오펑크’.

즉 도교의 타오와 사이버펑크의 펑크를 합친 장르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도대체 이게 무슨 근본 없는 이름인지, 점점 펑크 뇌절이 심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골똘히 생각해보니, ‘펑크’가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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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오펑크 외에도 여러 종류의 펑크가 있습니다.


근본 중 근본인 사이버펑크나 디젤펑크, 스팀펑크는 물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바이오펑크, 아톰펑크, 카세트퓨처리즘,


혹은 아예 특정 창작물에서 생겨난 장르인 웨일펑크(<디스아너드>)나 나사펑크(<스타필드>) 등.

이들 중에 어디까지가 정통 펑크고 어디까지가 뇌절 펑크일까요?


또 펑크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개나 소나 이름을 붙이고, 끝없이 양산되는 걸까요?


이 많은 펑크의 공통점은 대체 무엇이고, 펑크가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살아남아 많은 자손을 번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도대체 펑크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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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트에서는 펑크란 과연 무엇인지,


사이버펑크는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또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타오펑크를 비롯한 하위 펑크 장르들은 어떤 점이 같고 또 다른지,


하나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펑크

펑크가 뭐냐는 질문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음악 장르에요.

이건 나무위키만 봐도 금방 나오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음악 장르기만 하느냐? 아뇨, 사회 문화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나무위키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정보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성격이냐?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68운동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사상에 반대하는, 저항 정신의 발현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나무위키에 적혀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펑크의 보다 상세한 역사적 사상적 뿌리는 무엇이고,

68운동과 차별화되는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깊고 길고 넓게 퍼질 수 있었느냐?

이건 나무위키에서 대답해주지 않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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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펑크의 본질은 저항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이버펑크를 설명할 때도 자주 나오는 얘기입니다.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무엇에 대한 저항인가요?


구속에 대한 저항? 모든 저항이 그렇습니다. 자본주의와 대기업에 대한 저항? 많은 좌파가 그렇죠.

기성세대와 정부에 대한 저항? 대부분의 신좌파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중 그 무엇도 펑크는 아니에요.

저는 펑크의 본질이자 뿌리를 ‘물성物性’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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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물성

물성(여기서는 ‘물질적 특성’을 물성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념과 물질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관념이란 단순히 감정이나 생각처럼 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카테고리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물질은… 뭐 그냥 물질이죠.

가령 두 사람이 주먹을 쥔 채 엄지만 추켜올린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두 사람의 손은 같나요?


여기서 그렇다고 해도 맞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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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는 경우는 둘 다 같은 손 모양이니 같다고 할 겁니다.


‘따봉’이라는 이름의 손 모양 말입니다. 물론 거기에 이름이 없어도 우리가 ‘같다’고 인식하면 같은 거라고 판단하겠죠.


이게 관념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는 두 손이 다른 손이니 다르다고 할 겁니다.


각 손은 구성하는 세포도 서로 다르고, 점유하는 공간적 위치도 다르죠.

한 사람이 1분 간격으로 따봉을 두 번 한 경우에도 시간적 위치가 달라서 다른 손이라고 할 수 있을 거구요.


이게 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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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아주 간단하고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관념이란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존재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고 하나로 묶는 ‘일관성’이고,

물질이란 그러한 관념 없이 그냥 거기에 있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관념은 인공적이고 물질은 자연적이죠. 관념은 이상적이고 물질은 현실적입니다.


관념은 가치적 차이를 가지고 물질은 개체적 차이를 가집니다.


관념은 다 헤아릴 수 없는 의미가 있고 물질은 지각이 전부입니다.


관념은 합쳐지는 성질이 있고, 물질은 쪼개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쪼개지는 성질’.

바로 이것이 물성이자 펑크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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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가벼움과 무거움

그런데 이 물성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살짝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예로부터 인간의 가치관, 혹은 세계관, 혹은 철학은 언제나 두 갈래로 나뉘었었습니다. 가벼움과 무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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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유물론이고 경험론이며 회의적이고 현실적이며 상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이며 진보적이고 인간적이며 개방적이고 우유적이며 동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하나가 아닌 여럿을 얘기하고 신성을 전복시켜 모든 걸 쪼개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들이 보기엔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고 변하기 마련이며, 정해진 것도 없고 그 무엇도 정해져서는 안 됩니다.


마치 물질처럼요.

반면 무거움은 관념론이고 합리론이며 신성적이고 이상적이며 절대적이고 원리주의적이며 보수적이고 종교적이며 폐쇄적이고 본유적이며 정적이고 통일성을 추구합니다.


여럿이 아닌 하나를 추앙하고 더러움을 배제하여 모든 걸 하나로 합치는 성질이 있죠.


이들이 보기엔 상대성은 더 큰 절대성 안에 갇혀있을 뿐이고, 그 절대성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마치 관념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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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 있어서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가벼움은 여러 상대성을 추구하기에 보다 다양한 구성원과 사건과 사물 등을 포용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관을 조합하고 실제 현실에 맞춤으로, 문명이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을 하나의 생각이나 방향으로 모을 수가 없어서,


다른 부정적인 힘을 제압하지 못 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나아갈 동력이 부족할 수 있고,


그렇게 사회 구성원들과 개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여,


외부의 나쁜 것들(인간, 자연, 관념)에 쉽게 노출되어 무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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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무거움은 하나의 절대성을 추앙하기에 제도와 윤리로 이 사회를 안정시켜,


개개인을 실질적 위험과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자원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 더 큰 힘을 만들어, 문명이 발전할 동력이 되어주지만,

동시에 아무리 절대적이라 한들 인간이 만들고 발견한 것에는 모순과 불합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사회가 너무나 경직되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해도 고치기 쉽지 않고,


그 탓에 개선되지 못 한 채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둘 모두를 포용하여 적절한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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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이 둘은 서로 교대해가며 사회를 발전시키거나 퇴화시키거나 경직시키거나 환기해왔습니다.


그리고 대체로는, 무거움 즉 관념이 우위를 차지했죠.


사람과 사물을 비롯한 존재와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원리를 설명하여,

일관적인 카테고리로 정리하는 것이 곧 문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세계 2차대전이 끝난 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전 세계적 비극, 문명적 풍요, 문화적 범람, 기술의 진보 등의 이유로 가벼움의 비중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독일에서 본격화된 유물론과 생철학과 무의식이 프랑스로 흘러 들어갔고,

거기서 다시 구조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발전했으며, 이들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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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질이 우위에 섰다’는 게 중요한데,

이는 관념 즉 이성의 한계를 우리 인간들이 인정했다는 의미기 때문입니다.


근대까지는 이성과 신의 특권을 찬양하며 자연 물질을 천한 것으로 봤으나,

세 번의 혁명(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으로 인간은 특별하지 않으며 이성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인간 이성은 불합리할 수밖에 없고 절대적인 객관적 이해는 없으며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죠.


이렇게 물질이 다시 관념의 우위에 섰고, 인류는 겸손해졌으며, 온 세상에 행복이 찾아온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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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8운동

68운동의 시작은 ‘이성異性간에도 서로의 기숙사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라는 대학생들의 작은 요구였습니다.


그러나 곧 하나의 운동이 되더니, 우파뿐 아닌 낡은 좌파에 반대하고 모든 권력에 저항하며 30세 이상의 기성세대를 불신하는,

전 세계적 흐름으로 번져나갔습니다.


프랑스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스탈린에 반대하고 마오쩌둥에 찬성하며,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알제리 독립을 찬성하며, 금지에 반대하고 자유에 찬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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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68운동, 즉 신좌파는 어째서 낡은 좌파 즉 구좌파에 반대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하죠. 가벼운 쪽의 정치가 가진 본질적 한계 때문, 즉 가벼움의 한계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가벼움과 무거움 모두 인간의 핵심 속성이기에 어느 한 쪽만 있으면 사회는 정상 작동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가벼움을 지향하고 선과 관용과 포용을 추구하더라도, 유한한 인간이 집단행동을 하다보면,

악해지고 강압적이며 배타적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건 쉬워도, 화장실을 ‘올바르게’ 기획하는 건 어려운 것처럼요.


아무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있는 그대로’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결정하다 보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들은 물성을 지향했지만, 인간의 한계로 관념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개개인을 하나의 관념(카테고리)으로 소외시키는 악’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런 카테고리화가 무조건 악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좌파에게는 그렇게 여겨졌고 또 실제로 악용되기도 했어요.


가벼움 뒤에는 여전히 무거움이 숨어있었고, 남은 건 위선과 모순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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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운동이 -우파나 좌파를 떠나- 모든 기성세대에 대해 반항했던 건, 이런 위선과 모순 때문이었습니다.


가벼움을 추구했으면서 무거움을 떨치지 못한 그 비겁함과 낡은 태도를 비난했죠.


그리고 그걸 목소리로 낸 것이 ‘신좌파의 새로운 운동’이구요.




자, 그럼, 신좌파는 성공했을까요?

물론 역사적으로는 진압당했지만, 그래도 사상적으로는 어떨까요? 우리 모두를 구원할 사상이었을까요?

그들이 찬양했던 두 가지면 대답이 될 겁니다.


마오주의와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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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좌파도 구좌파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들도 ‘개개인을 하나의 관념(카테고리)으로 소외시키는 악’이었어요.


자신들은 정의였고, 그들에 반대하는 자는 모두 불의였죠.

하나의 구호 아래에 결집했지만, 그 구호 밖에 있는 자들은 배제했습니다.

한없이 개방적이었지만 개방적이지 않은 자들에겐 한없이 배타적이었어요.




관념보다 물질을, 이성보다 감정을, 성숙보다 젊음을 추앙했기에,

잘못 판단한 것도 많았고 반성할 의지도 적었죠. 구좌파와 마찬가지로 모순적이고 위선적이었으며, 무거워져 버렸어요.


68운동이 실패했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결국 그들도 완벽하지 않았던 건 분명합니다.



이들도 물질을 관념의 위에 세우려 했지만, 마찬가지로 정답이 아니었던 거죠.


어쩌면 문제는 물질이나 관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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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펑크


이제 우리 머함?


우파도 나빠, 좌파도 나빠, 신좌파도 나빠. 그럼 이제 머함?


뭐 신신좌파라도 만들까? 그럼 좀 나아질까?




모두 아시다시피, 이건 좌익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 자신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 탓이고, 인류 사회가 내포한 근본적인 모순 때문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그런 시도는 대게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선택지는 둘 중 하나입니다: 무거움을 보다 적절하게 활용하거나,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무거움을 완전히 버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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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양 쪽의 균형을 이루는 게 정답이라는 걸.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지쳤고 진절머리가 났어요.


계속해서 새롭고 새로운 사상과 대안이 등장했지만, 모두 내부의 -어쩔 수 없는- 무거움으로 변질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펑크는 무거움을 완전히 내던져 버렸습니다. 기성세대에, 나라에, 사회에, 자본주의에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반항합니다.


펑크는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산적인 대안이 아니라,

‘그런 대안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수용과 애도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떻게 무거움을 버릴 수 있을까요?

무거움은 관념의 성질이라서, 인간은 생각하다보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펑크는 생각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완전히 순수한 물성’을 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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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운동엔 많은 구호가 있습니다. ‘상상력을 권좌로’, ’30세 이상은 믿지 말라’, ‘금지하는 걸 금지한다’ 등.


그러나 펑크에는 구호가 없습니다. 모두를 묶어주는 손짓이나 제스쳐도 없어요.


패션이나 명언은 있지만 규칙이나 교리는 없어요. 있다면 그건 펑크가 아닙니다.




[GreenDay]의 존 빌리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A guy walks up to me and asks ‘What’s Punk?’.

So I kick over a garbage can and say ‘That’s punk!’.

So he kicks over the garbage can and says ‘That’s Punk?’,

and I say ‘No that’s trendy!’


누가 와서 내게 펑크가 뭐냐고 묻더군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을 차며 말했지 ‘이게 펑크야.’

그러자 그가 쓰레기통을 차며 물었어 ‘이게 펑크야?’

나는 답했지 ‘아니, 그건 유행이야!’



서두에서 말했던 따봉 얘기 기억하시나요?


관념은 서로 다른 두 존재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이고,

우리는 그걸 ‘일관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펑크는 그 ‘일관성’에 저항합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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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의 핵심 중 하나인 DIY(Do It Yourself 스스로 해라)와 반소비주의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사회는 여러 사람이 모여 더불어 사는 것이기에 혼자서는 못 하는 일을 해낼 수 있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타인에게 끝없이 영향을 받음으로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세상은 불안정합니다. 오늘 하나의 마시멜로를 포기했다고 내일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위치에 갇혀버릴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사고 들으니까 듣는다면, 자신의 주관과 정체성을 잃어버릴 겁니다.




내일이라는 관념이, 사회라는 관념이, 유행이라는 관념이, 나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펑크는 저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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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기 팝이 헤라클레이토스를 공부했다거나 시드 비셔스가 흄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심지어 펑크 락커들이나 팬들조차 그저 유행을 따랐을 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벼움의 계보는 분명히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어떤 인간이나 신이 의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게 인간에 내재된 성질 중 하나기 때문에.




펑크는 음악부터가 물성을 가지고, 반-관념적이며, 정신 나갔습니다.


무대 위에서 자해를 하거나 전라로 날뛰거나 자위를 하고, 박자와 곡조는 어디로 튈지 모르며,


베이스도 제대로 못 칠뿐더러 심지어는 드럼을 보컬 앞에다 두기도 합니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이 반체제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극도로 자유주의적이죠.


모든 것에 분노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조건 파괴하고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려 듭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현대 문물 중 펑크와 가장 근접한 건 ‘디시인사이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표면적인 정치 성향과 성교의 가능 유무 등의 소소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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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68운동과 펑크의 결정적인 차이기도 합니다.


[Sex Pistols]는 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God save the queen, She ain’t no human being

하나님, 여왕을 보호하소서! 그녀는 인간도 아니야


이건 68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왕과 정부는 엿이나 먹으라지.


No future, no future, No future for you

미래는 없어, 미래란 없어, 너에게 미래 따위는 없어

No future, no future, No future for me

미래는 없어, 미래란 없어, 나에게도 미래 따위는 없어


이건 다릅니다. 68운동은 너와 내게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아요.

신좌파는 우리가 개혁가라고 하며, 혁명의 끝에는 정의가 도래하리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반면 펑크는 냉소적입니다. 펑크는 너무 지쳐버렸어요.

우파와 좌파와 신좌파의 헛짓거리에 질려버렸고, 인간에 내재된 근본적인 한계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68운동은 정치지만, 펑크는 반-정치입니다.



한 편에선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온전한 자기 자신을 지키려 하지만,

또 한 편에선 나도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자포자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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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펑크는 사회의 대안이 아닙니다. 아뇨, 전혀 아니죠.


펑크는 사회과학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예술이며 가치이자 정동입니다.


펑크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지만, 그 해결할 수 없음 자체를 노래합니다.

사형이 결정된 사형수를 위해 기도하는 신부처럼, 펑크는 인간의 모순과 한계 그리고 필멸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진정한 인간성을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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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펑크가 절대적으로 순수하거나 특별하다는 건 아닙니다.


결국 그들도 인간이었고(소련의 관료나 미국의 히피처럼) 음악인인 이상 상업성과 무관할 수는 없었거든요. 

무엇보다도 물질이든 관념이든 한쪽만 남으면 자멸할 수밖에 없구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많은 혁명이 진압되었지만 그 정신은 살아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듯이, 

펑크 또한 현대의 많은 문화와 미디어와 사람들에게 불꽃이 되어줬습니다.


가령… ‘사이버펑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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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이버펑크


서론이 길었네요. 


이렇듯 펑크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인류가 사상의 절벽 끝에서 피워낸 하나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펑크가 사이버펑크랑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펑크, 사이버펑크, 여타 펑크 장르들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BIC 포스트라 부득이하게 링크만 남깁니다.

혹시 시간 되면 읽어주세요 : )

출처: 인디게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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