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4’보고서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국가에 한국 분류
IT 업계 및 과기부 한국 성과 누락 지적
지난해(2023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초석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한국은 한 곳도 만들지 못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에 IT(한국 정보기술) 생태계가 더 발전하지 못하고 해외 대형 정보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결과물을 내놓은 건 109개를 만든 미국이었다. 이어 20개를 개발한 중국이 2위의 자리를 차지했고, 1위 미국과의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나 기술 밀집의 차이를 보인다. 그 뒤로 영국이 8개, 아랍에미리트가 4개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 스웨덴, 대만 등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보다 작은 국가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성공해 선진 기술력을 선보였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생성 AI 서비스를 작동 및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반 프로그램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봇 ‘챗GPT’, 생성 이미지 서비스 ‘미드저니’ 등 AI 모델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에 모두 파운데이션 모델이 기반이 되어 개발됐다.
일각에선 그동안 한국 정부가 AI 투자한 규모를 감안했을 때 부족한 성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빅테크 업체를 필두로 스타트업도 글로벌 AI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틀을 잡아주는 기반 기술은 해외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온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 최근 국내 스타트업 A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날씨 정보 설루션을 개발하는 자사 서비스에 사용할 LLM(대형 언어 모델)을 해외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변경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미국 메타의 라마2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LLM인 큐원-72B로 변경했다. 두 프로그램의 성능은 비슷하지만, 큐원-72B가 가격 측면 등 다양한 이유로 회사에 더욱 쓸모 있다는 판단에서다. A사 대표는 “한국 시장에는 아직 쓸 만한 LLM이 없고 해외 LLM이 한국어 모드도 꽤 잘 처리하는 상황이다”라고 해외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해외에서 핵심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건 고객이 만족할 만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국내 기술로는 부족하다는 것의 방증이다”라고 설명했다.
더하여 스탠퍼드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 AI의 기초 기술인 파운데이션 모델과 중요 머신러닝 개발 등의 기준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국가에 한국을 분류했다.
미국이 파운데이션 모델에 이어 고성능 머신러닝 또한 기술 개발 분야에서 지난해 61개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중국 15개, 프랑스 8개, 독일 5개를 내어놓았으며, 캐나다·이스라엘·영국 3국이 4개로 동일, 싱가포르는 3개를 개발하여 순위를 차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가 각각 3개와 2개를 개발해 중동 국가의 AI 산업 발달이다. 그에 비해 IT 강국으로 소문난 한국은 한 건도 없어 충격을 준다.
머신러닝 기술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양질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오픈AI의 GPT4와 같은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려면 고성능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켜 오류를 낮춰야 한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의외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정보기술 기업이 앞다퉈 AI에 거대 규모의 자본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13~2023년 10년 동안 국내 기업의 AI 산업 관련 투자 금액은 7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1,202억 원)로 세계 9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반면 한국보다 AI 개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 싱가포르의 투자액은 62억 5,000만 달러로 한국보다 10억 달러나 작은 규모의 재원으로도 성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이번 AI 보고서의 내용에 국내 파운데이션 모델 및 머닝러신 기술 개발에 국내기업의 성과가 빠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성과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 네이버에서 하이퍼클로바x 출시 및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2.0 등 국내 업체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정책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사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건수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으며, 특히 보고서 원문을 보면 우리나라를 직접 예시를 들며 일부 국가사례가 면밀히 조사되지 않아 누락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들어 해당 결과의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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