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기가 IT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기술력을 바탕으로 항공우주·로봇·서버 분야까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한다.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 성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김위헌 삼성전기 MLCC개발그룹장(상무)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진행된 ‘삼성전기 학습회’에서 “MLCC 시장이 IT 중심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인공지능(AI) 서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10년 후엔 휴머노이드·항공우주·에너지쪽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기는 미래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IT용 고집적화와 전장용 고신뢰성화 역량을 결합해 로봇, 에너지, 서버용 등의 MLCC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기는 약 40년 동안 MLCC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1988년 MLCC를 개발·생산을 시작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 전자제품, 스마트폰 등 IT용에 중점을 뒀다.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개시했고,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 육성을 본격화했다.
최근 전기차·ADAS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전장용 MLCC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전장용 MLCC는 IT 제품 대비 요구되는 수명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해 개발 기간이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된다. 대신 가격도 3배 이상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500cc급 와인잔 한 개에 가득 담긴 MLCC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3억원에 이른다. 또 스마트폰에 약 700~1100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과 달리 내연기관차는 1만 개, 전기차는 3만 개 이상의 MLCC가 필요해 수주 규모에서도 다른 응용처 대비 압도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 달성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이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소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가진 강점은 안정적인 공급망관리(SCM) 능력이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MLCC 원재료 공급망을 내재화했다.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 중이다.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소수다.
삼성전기는 자사가 개발한 MLCC 핵심 재료인 유전체(BaTiO3)를 부산에서 만들어 부산 공장 생산라인과 중국 천진 공장 등에 투입한다. 유전체는 하얀색을 띈 파우더 형태로, 내부전극(니켈), 외부전극(구리)와 함께 3대 주요 소재다. 유전체를 얼마나 더 얇게 구현하는지가 MLCC 성능을 높이고 소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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