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국내 1위 농기계 기업 대동이 미국에서 전직 법인장을 포함해 고위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재무 담당 임원이 법인장을 포함해 북미법인 핵심 간부들의 지원 속에 소프트웨어 회사 수장을 겸임하고 대동과의 계약을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정황이 포착돼서다. 전직 임원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며 세계 최대 농기계 시장인 북미에서 대동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카운티 상급법원에 따르면 대동 북미법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키파이낸스 △김동균 전 대동 북미법인장 △박영기 전 대동 북미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대윤 전 대동 북미법인 재무 담당 임원을 고소했다. 부정당한 거래로 회사에 손실을 입히고 이익을 취한 혐의다.
김 전 재무 담당은 2022년 6월 대동 북미법인에 재직할 당시 키파이낸스를 설립했다. 대동 북미법인과 동일한 사무실 주소를 쓰고 설립 3개월 만에 대동 북미법인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당시 대동 북미법인은 데이터스캔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딜러 계약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고 있었는데 해당 거래가 키파이낸스에 양도됐다. 대동 북미법인의 파트너 주체는 데이터스캔 테크놀로지스에서 키파이낸스로 바뀌었다. 양사는 2022년 9월 1일 새 계약을 체결했다. 김대윤 당시 키파이낸스 사장과 김동균 북미법인장이 계약에 서명했다.
대동 북미법인은 키파이낸스가 계약을 통해 대동의 핵심 데이터를 통제하고 동시에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9월과 10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약 3건의 청구서를 발행하고 110만 달러(약 15억원)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작년 12월까지 약 16개월 동안 키파이낸스가 대동 북미법인으로부터 수령한 금액은 760만 달러(약 100억원) 이상이다.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키파이낸스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배후에는 결제권자인 김 전 법인장과 박 전 CFO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대동 측의 입장이다.
이후 대동 북미법인 재무팀 직원 일부는 키파이낸스로 이직했다. 이들 직원의 급여와 각종 보험 비용은 대동 북미법인에 청구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법인장은 키파이낸스와 대동 북미법인이 공고한 파트너십을 확립한 후인 작년 8월 김 전 재무 담당을 포함해 키파이낸스로 이직한 직원들의 회사 복귀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담당은 복귀 후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 25일까지 키파이낸스 사장을 겸직했다.
대동 북미법인은 지난 2월 박준식 법인장, 윤치환 경영총괄을 새로 선임해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내부 감사 결과 전직 임원들이 회사의 계약에 개입하고 키파이낸스와의 거래를 통해 불합리하게 이득을 챙긴 정황을 적발하고 소송을 냈다. 현재 이 소송은 노스캐롤라이나 비즈니스 법원에 이관됐다.
북미에서 잘 나가던 대동은 전직 임원들과의 소송으로 발목이 잡히게 됐다. 대동은 1985년 글로벌 수출 브랜드 카이오티(KIOTI)를 앞세워 북미에 진출했다. 1993년 북미법인인 ‘대동 USA’를 세우고 트랙터를 시작으로 제로턴모어, 다목적 운반차 소형건설장비 등을 판매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100마력 이하 북미 트랙터 시장 점유율 8.3%를 차지해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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