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독일 화학·제약 대기업 ‘바이엘’이 폐경기 여성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손을 잡는다. 바이엘의 제약 기술 개발 역량에 삼성전자가 가진 풍부한 데이터 경쟁력을 더한다.
7일 바이엘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갤럭시 워치’ 등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여성들의 건강 지표를 활용해 폐경기 수면 장애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바이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경기 여성의 수면의 질 등을 지속 모니터링, 바이엘이 개발중인 치료제 연구 개발과 임상 시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갤럭시 스마트폰 내 삼성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면 구조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생리 주기 등 다양한 생체 인식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바이엘 간 인연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 벤처캐피털(VC) 자회사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바이엘과 함께 독일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이다헬스’에 베팅한 바 있다. 정확한 투자액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백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양질의 수면에 대한 삼성전자의 높은 관심도 이번 협력의 밑바탕이 됐다. 삼성전자는 수면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필수 요소라고 판단하고, 갤럭시 워치 등에 탑재된 고도화된 센서로 수면 중 다양한 건강 지표를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도 제공, 일상 속 습관 변화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폐경기 여성의 상당수가 수면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엘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 중 최대 60%가 잠들이 어렵거나 깊게 잠들지 못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관련 연구와 치료제 개발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바이엘의 설명이다.
바이엘은 폐경기 여성 수면 장애 치료제 ‘엘린자네탄트(elinzanetant)’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엘린자네탄트 약물 후보에 대한 3상 시험에서 안면 홍조 완화와 수면개선 효능, 장기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수만스 무니팔리(Sumanth Munipalli) 삼성전자 미국법인 디지털 헬스 부문 파트너십·사업 개발 책임자는 “수면과 여성 건강의 연관성을 탐구하기 위해 바이엘과 협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삼성은 더 나은 수면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얻기 위해 강력한 소비자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르겐 에크하르트(Juergen Eckhardt) 바이엘 제약사업부 비즈니스 개발·라이선싱 책임자는 “삼성과 힘을 합쳐 여성들의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마커 데이터 풀 중 하나를 보유한 삼성은 실제 증거를 통해 여성 건강에 대한 지식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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