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전기차 공장 투자
조지아 공장에 강판 공급
국내 거래보다 높은 수준
지난 2022년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에 55억 달러, 한화로 약 7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제철의 동반 진출 여부에 이목이 쏠렸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의 철강회사인 현대제철이 태생적 배경 덕분에 소재 개발은 물론 시설 추자, 해외 진출 등 현대차그룹과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는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조지아에 동반 진출한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파업 등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전기차 전용 가공 공장 투자를 결정하며 투자업계의 집중을 받기도 했다. 당시 현대제철이 투자를 결정한 조지아 스틸 서비스센터(SSC)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현대차그룹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법인에 차 강판을 공급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특히 SSC가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현대제철과 거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현대제철의 가공 공장이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공장 코앞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은 물론 재고 관리도 수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러한 투자가 수익성까지 증명해 낼 수 있을지에는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제철이 비싼 가격에 강판을 현대차 측에 넘기면 현대차가 남길 수 있는 마진은 없다. 또한, 현대차에서 구매하는 강판이 현대제철의 수익으로 꽂히기 때문에 수주 물량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다. 앞서 현대제철의 중국법인은 이런 딜레마 때문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제철이 해외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은 2조 2,27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계열사와 거래 규모인 2조 661억 원 보다 더 큰 수준이다. 해외 계열사별 매출은 현대 스틸 인디아가 3,785억 원, 현대스틸 USA가 3,404억 원, 현대스틸 아메리카가 2,194억 원, 현대스틸 아난타푸르가 1,664억 원으로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현대제철은 국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에 있는 현대제철 코일센터를 통해 인접한 현대·기아차 공장 납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중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된 SSC라 불리는 코일센터는 출하된 강판을 수요가가 원하는 치수로 잘라 제공하는 가공을 담당한다.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현대·기아차 공장이 지어지면 현대제철도 따라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의 해외 법인 실적도 완성차 판매량과 비례하며, 실제 작년 현대차의 북미 판매량은 도매 14.2%, 소매 10.9%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이 투자한 SSC 공장은 총 8,250만 달러, 한화로 약 1,139억 원이 투입됐으며 오는 9월 중 준공이 완료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현대제철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은 벨류체인 측면에서 양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공급망 리스크를 덜 수 있고, 현대제철은 수요처가 정해졌기 때문에 악성 재고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다면 현대제철의 악성 재고 부담이 늘어나며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높은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양날의 검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쪽이 양보해야 하므로 해외 진출을 통해 외형은 확대될 수 있으나 수익성 개선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9월 중 완공되는 조지아 가공 공장은 기존에 있던 현대제철의 해외법인과 달리 전기차용 강판 공급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수요 확대가 전망되는 전기차 소재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거래처 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외부로 공급선을 넓혀나갈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의 조지아 법인에서 만드는 연간 전기차 물량은 25만대로, 당장은 현대제철이 현대차 공장의 물량을 소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외부 공급선을 넓혀갈 수만 있다면 글로벌 완성차 대상 강판 판매량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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