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그동안 구리 강세에 베팅해 온 헤지펀드들이 중국 경기 침체로 구리 수요가 줄자 당황한 모습이다. 일부에선 구리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당분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t(톤)당 1만1100달러를 넘었던 구리 가격은 최근 최고점 대비 13%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에선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구리 가격이 t당 9000달러를 넘어 8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데이터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구리는 런던 금속 거래소 가격보다 매우 이례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보통 2분기를 성수기로 여겼던 헤지펀드들도 당황한 눈치다.
타이거 쉬 밴드 파이낸셜(Bands Financial) 전무이사는 “올해는 중국 트레이더들에게 힘든 한 해”라며 “중국 실물 시장에 대한 정보 우위를 자랑하던 트레이더들이 상상했던 만큼의 보상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 경기 침체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중국은 에어컨부터 송전 케이블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구리를 사용하고 있다.
니 홍옌 이글 메탈 인터내셔널(Eagle Metal International) 부총괄 매니저는 “10년 넘은 우리의 업력 중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며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판매 사업도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트레이더들은 지난 몇 주 동안 구리 매수세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가격이 바닥을 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구리 재고는 지난 2주 동안 소폭이지만 1만4000t 감소했다.
그럼에도 중국 구리 수요가 당분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구리의 주요 수요 산업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약세인 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루미늄이 구리의 대체재로 떠오른 점도 악재다.
콜린 해밀턴 BMO 캐피탈 마켓(BMO Capital Markets) 상품연구 담당 상무이사는 “금융시장에 순매수 물량이 넘쳐나지만 이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매크로에 기반한 매수세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실물 시장이 현재 가격을 지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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