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GBC 설계 변경
정주영 회장 경영 기조 유산
105층 포기 아쉽다는 의견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설립 예정이었던 105층 신사옥을 55층으로 설계 변경을 예고하여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해봤어?”, “해보기나 했어?” 등의 경영 기조를 가진 정주영 현대 창업자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질문이 등장했다.
실제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자로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할아버지였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더하여 과거 할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의 참모들에게 같은 물음으로 조언을 구하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신사옥인 GBC(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정의선 회장은 할아버지라면 어떻게 결정했을지 고민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GBC는 당초 105층 높이의 초고층 타워 1개 동과 저층부 4개 동으로 총 5개 동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55층 높이 타워 2개 동과 저층부 4개 동으로 총 6개 동 규모로 변경됐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높이의 변화로 절반가량의 층수가 삭제된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대차 측에 55층 설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 추진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GBC는 단순 사옥이 아닌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 추진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공공 기여 정도가 향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선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5,550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후 현대차 측은 공사비 상승을 비롯해 사업 여건 변화 등으로 올해 2월 105층 초고층 타워의 설계안을 바꿨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당초 계획이었던 건물 설립을 변경하는 것을 두고 정주영 선대 회장의 도전정신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르기도 했다. 실제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은 그 자체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유산’이기 때문이다.
정주영 회장은 지난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와 1947년 현대토건사를 시작으로 현재의 현대그룹을 일궜다. 여기에는 정주영 회장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실제 정주영 회장의 일화는 ‘드라마’처럼 극적인 이야기가 많다. 정주영 회장은 1971년 조선소 사업계획서와 울산 미포만의 사진 한 장을 들고 영국으로 넘어가 1억 달러의 차관을 따내기도 했으며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그리스에서 유조선 두 척을 수주하기도 하였다.
더하여 해외 사회기반시설 건설까지 수주를 따내며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1976년 정주영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 지대인 주바일 지역의 산업시설 등을 위한 신항만 공사에 대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곳을 두고 세계 건설업계에서는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꼽기도 한다. 세계적인 건설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정주영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치며 세계 시장에 경쟁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여기서 정주영 회장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무모하다는 평가에도 자신의 신념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번 GBC 건물을 두고 현대차그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정주영 회장과 비교된다’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엔데믹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며 글로벌 경제 시장의 불황으로 현대차그룹이 초고층 건물 건설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고층 건물을 건설할 경우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하며 이는 경제가 불안정해질 경우 자금 조달 비용 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경제 상황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실질적인 수요에 맞춰 자원을 배분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타워의 설립 계획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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