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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대전환시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있는가? (2)

글로벌오토뉴스 조회수  


100년만의 대전환이라는 화두가 등장한 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이는 2016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시한 C.A.S.E라는 화두와 맞물려 자동차 업계의 격변으로 이끌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을 계기로 전기차로의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커넥티비티는 AI 의 등장과 함께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방향성인 SDV를 향해 가고 있다. AI는 그동안 머뭇거렸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도 추동하고 있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자동차공학한림원이 창립 1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올해에는 서울대학교 주영섭 교수의 ‘대전환 시대의 한국 자동차산업의 과제와 대응방향’,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본부장의 ‘모빌리티, 미래를 혁신하다.’라는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거론된 내용을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도전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전편에서 계속) 그래서 자동차산업의 구조는 통째로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는 중국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지금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나뉜 경제지도에서 한국의 포지셔닝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이 과거 진입장벽이 높았던 때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가 2021년 자동차산업 진출을 선언했고 3년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그들만의 전략으로 자동차산업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그들의 브랜드 HI와 HIMA를 합작회사 모델에 새겨 화웨이 전시장에서 스마트폰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폭스콘과 LG마그나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기업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사고방식으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레거시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이유로 주춤거리는 사이 신참자들은 역으로 날개를 달고 있다. 테슬라와 BYD는 경기 부진과 사격 경쟁 속에서도 영업 이익률이 각각 9.2%, 5.4%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테슬라가 15% 전후까지 상승했다가 꺾였지만 큰 흐름에서는 레거시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추월하고 있다. 연간 판매 대수에서 2023년 BYD는 세계 9위, 테슬라는 13위였다. 2020년 전후해 차를 만들기 시작한 업체들의 수직 상승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중국업체들의 성장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다.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 중심 경제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중국제조 2025가 중심에 있다. 2004년 자동차산업 발전 정책을 발표했다. WTO가입 이후의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에 관한 로드맵이다. 2011년에는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 전략을 생산에서 소비로, 굴뚝에서 녹색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핵심은 7대 신성장 산업이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정보기술, 바이오, 신소재, 첨단장비 제조, 신재생 에너지, 전기자동차 등 7대 성장산업을 지정했다. 7개의 신성장 산업을 선정하게 된 배경은 우선 세계표준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 어느 나라도 확실한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고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을 들었다.
 
7대 신성장 산업 중 선도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분야가 신에너지와 전기차, 신소재 등이었다. 물론 비중을 두는 것은 신에너지와 전기자동차,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산업이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으로서는 당연하다. 당시 이미 신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 장비 공급국이고 풍력발전설비 투자 세계 1위 국가이기도 했다.
 
중국은 이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치밀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가 일부 나타난 것이 2023 상하이 오토쇼였다. 쇼의 중심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다. 제품으로써의 경쟁력을 보여 준 것이다. 다만 신뢰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BYD의 가격 전쟁과 테슬라의 방향 전환

무엇보다 BYD의 행보가 무섭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내 10개 도시에 300만 대 규모 달성을 위해 공장 14개를 동시다발적으로 건설했다. 헝가리와 브라질, 태국, 우즈백, 멕시코 등으로의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BYD의 무기는 저가 전기차다. BYD 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만 판매한다. 현재 11개의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다. BYD가 9,700 달러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하면서 테슬라는 기존 계획을 접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치중하고 있다.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처럼 아날로그 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바꾸어 새로운 형태의 수익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주가 띄우기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이처럼 양상이 복잡해지자 레거시 업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포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고 폭스바겐은 리비안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차용하기로 했다. 지금 완성차업체들은 SDV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AI 기술 생태계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테슬라나 구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한국은 에너지 대 전환만 뒤처진 것이 아니라 디지털 대 전환에 대해서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SDV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그를 위한 생태계가 없다. 그것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태계를 추구하지 않고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배터리 생태계를 완성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에 의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결국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싸움이라며 지금은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승기를 잡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반도체 점유율은 5%에 미치지 못한다. 당장에 레벨3 이상의 ADAS는 고가 모델 중심으로 채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센서만으로 인식을 해결하려는 테슬라와 라이다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웨이모와 레거시 업체 간의 사고방식 차이는 여전하다. 그에 대한 답으로 AI가 등장해 있지만 아직은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보다는 퀄컴 등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반도체의 점유율이 더 높다. 2020년 랜드로버 디펜더에 채용하며 유명해진 퀄컴의 스냅드래곤 드라이브는 750TOPS와 저전력으로 주목을 끌었다. 지금은 BMW와 GM, 혼다, 르노, 볼보, 니오, 샤오펑, SAIC, 마인드라 등과 협업관계를 구축해 커넥티비티 기술을 토대로 스마트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폐쇄적인 OS를 사용하는 테슬라와는 달리 엔비디아는 개방적인 안드로이드 네트워크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AI는 데이터 학습과 시뮬레이션 등 고도의 연산을 요구한다. 엔비디아는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에 대한 S/W, H/W, 플랫폼을 모두 구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시스템을 채용해 AI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YD 등이 채용하고 있는데 결국은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상황과는 별도로 테슬라는 로보택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우버가 운행당 30%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개인이 여러 대의 로보택시를 구입해 운행하면 주식 투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옳은 계산이라고 해도 구현되는 데는 법적 규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테슬라가 이번에는 그들의 로드맵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다.
 
자율주행 기술에 관해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모빌아이, 퀄컴 등이 모두 2024년 레벨4를 출시하겠다고 했었으나 당장에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보다는 2025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E/E 아키텍처도 아직은 전망이 밝지 않다. 중국의 니오와 샤오펑, 리 오토 등은 2025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선언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UX(유저 익스피리언스)와 UI(유저 인터페이스)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해 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로보틱스와 생산 방식 혁신도 주요 과제

또 한 가지 부상하고 있는 것이 로보틱스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토요타와 혼다는 21세기 초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활용은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BMW가 사용하는 피겨01, 메르세데스 벤츠의 아폴로,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등이 경쟁하고 있는 양상이다. 기술력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 현장에의 투입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테슬라는 한발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를 부각하고 있다.
 
2016년부터 FSD로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한 테슬라는 BYD의 부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이는 더 크게는 생산방식 혁신으로 연결된다. 20세기 초 포드, 20세기 말 토요타에 이어 다시 한번 빅 뱅이 예고된다. 가장 앞서 있는 것은 테슬라다. 테슬라 기가 상하이의 시간당 생산 대수는 80대(45초에 한 대)다. 최고속도로 가동하면 94.7대에 이른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면 24/7 작업이 가능하다. 파업도 없다. 고장 나면 교체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게 하는 것은 언박스드 프로세스다. 기존 자동차는 플랫폼 기반으로 차체를 완성한 상태에서 조립라인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외부에서 차 안으로 작업자가 몸을 숙여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테슬라는 차체를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시트와 대시보드까지 완성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조립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작업 공간이 40% 절약되고 생산 단가가 50%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E/E 아키텍처를 위해 자체 제어기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E 퓨즈로 기존 릴레이와 퓨즈를 제거하고 50kg 정도인 하네스의 무게도 17kg이나 줄였다.
 
이와 관련 토요타는 자체 추진 조립라인, 현대차그룹은 신제조 혁신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생산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된다고 해도 생산 원가의 40% 가량에서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뿐이다. 배터리와 반도체, 소프트웨어의 비용은 다른 얘기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도 외부의 힘을 빌더라도 자체적으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는 외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국가의 힘을 빌려 거대 기술 기업들을 막을 수는 없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모두 미래의 일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대응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당장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 덕분에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도기적인 양상이다.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과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한국과 한국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의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AI에 대해서는 사실상 자체적으로 해결이 난망하다. 그렇다면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를 위한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 라인을 강탈당한 것이 뼈아프다. 서비스로의 자동차산업을 위해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공학 한림원의 이번 포럼은 이런 다양한 문제에 관련 전문가들이 가감없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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