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꿈의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혀 해외여행을 못 떠나자 일본인이 선택한 건 바로 홋카이도였다. 살고 싶은 지역 1위, 가고 싶은 여행지 1위, 가장 매력적인 지역 1위 등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거의 모든 조사에서 홋카이도는 항상 상위권에 오른다.
지난 2월 중순 일주일 동안 홋카이도로 마지막 겨울 여행을 떠났다. 삿포로(Sapporo)와 비에이(Biei), 후라노(Furano) 등 흔히 가는 홋카이도 여행지 말고 더 깊은 토마무산(Mount Tomamu)으로 들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위에도 전혀 오염되지 않은 눈이 생크림처럼 덮여있는 홋카이도 깊은 산속에서 보낸 일주일을 소개한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최고, 토마무
지난 10일 홋카이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에서 2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홋카이도. 하늘 위에서 바라본 홋카이도섬은 온통 새하얬다. 오후 햇살이 마을을 덮은 무채색 세상이 발밑으로 펼쳐졌다.
목적지는 시무캇푸(Shimukappu) 토마무산. 신치토세(Shin-Chitose)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토마무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홋카이도 본섬 면적은 약 7만7983㎢으로 대한민국 영토(10만431㎢)의 약 5분의 6 크기다. 산이 많은 지형으로 낙농업이 발달했다.
홋카이도에 도착한 당일 눈 예보가 있었는데 오후 3시부터 정확하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입자가 고운 홋카이도 눈을 처음으로 직접 맞아봤다. 홋카이도 눈은 일명 ‘파우더 스노우’라고 불린다. 습기가 적고 부드러운 눈으로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타기에 최적의 설질로 알려졌다. 도로 갓길엔 평균 1m 높이 정도 되는 눈 벽이 쳐졌다. 눈이 내리고 쌓이고를 무수히 반복해 등고선처럼 가로줄이 지어져 있었다.
설국으로 가는 길은 빨리 어두워졌다. 10일 홋카이도 일몰은 오후 4시 58분. 서울보다 훨씬 빨리 사위가 어두워졌다. 토마무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오자 도로 옆 눈 벽은 조금 더 높아졌고 도로 바닥도 하얀 카펫트가 깔린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하얀 융단을 타고 순백의 그림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토마무산 자락에 들었다.
홋카이도 중심에 위치한 토마무산(1293m)은 히다카(Hidaka) 산맥에 속한다. 일 년 중 5~6개월은 계속해서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토마무산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산악 휴양지다. 여름·겨울 할 것 없이 즐길 것이 많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운해 테라스(운카이 테라스), 미나미나 비치, 기린노유 노천탕, 아이스 빌리지 등 스키장 말고도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일본 현지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숙박시설로는 클럽메드 토마무, 리소나레 토마무, 토마무 더 타워 호텔 등이 있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클럽메드다. 객실만 예약하면 리프트 이용권은 물론 스키 강습부터 하루 세끼 식사와 각종 액티비티, 리조트 내 부대시설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이 따라온다.
2017년 오픈했기 때문에 시설도 깔끔하다. 스키를 잘 타지 못해도 스노우 트레킹, 스노우 레프팅 등 눈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는 물론 실내에서 수타 우동 만들기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겨울 설산을 보러 곤돌라를 타고 운해 테라스로 향했다. 보드와 스키 장비를 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산꼭대기로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났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만에 해발 1100m에 올랐다. 쨍하게 파란 하늘과 설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겨울이라 산을 타고 물밀 듯이 넘어오는 운해는 볼 수 없었다. 일본인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장면으로 꼽힌다는 토마무산 운해. 여름에 운해 테라스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슬로프를 따라 걸으면서 클라우드 바, 클라우드 워크가 나온다. 그 이후로도 조형물이 있는데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혀 그 이후로는 올라가는 게 불가능했다.
클럽메드 토마무는 옆으로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스키 슬로프로 가는 통로에 자리 잡은 스키 대여소에서 스키를 빌린 다음 옆에 마련된 보관함에 넣어두면 된다. 보관함마다 객실 번호가 붙어 있고 방 열쇠로 열 수 있다.
객실은 총 341개로 슈페리어, 디럭스, 스위트로 나뉜다. 수페리어는 어른 2명 어린이 1명이 들어갈 수 있다. 히다카동이 키즈클럽과 스키 슬로프가 가깝다. 두 방을 붙여 하나처럼 쓸 수 있는 커넥팅룸은 38개가 있다. 어른 4명, 아이 1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마스터 패밀리 스위트룸은 총 15객실이 있다. 복층 구조로 되어 있고 삼각형 모양 창문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식음시설로는 메인 식당, 야키니쿠 레스토랑, 일본 위스키&사케 바가 있다. 야키니쿠 레스토랑은 투숙 기간 중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바는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튿날에는 스노우보드 강습을 받았다. 스키·스노우 강습은 수준별로 각각 7단계, 5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수준별로 강습 시작 시간이 다르고 수업은 오전, 오후 2시간씩 진행한다. 강사는 대부분 서양 사람이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15년 전쯤 한국에서 스노우보드 강습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1시간 타고 포기를 했었다. 홋카이도는 눈이 부드럽고 포실포실해 넘어져도 한국처럼 아프지 않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재도전! 부드러운 눈은 넘어지고 굴러도 아프지 않았다. 2시간 만에 어떤 느낌으로 타야 하는지 감은 잡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홋카이도의 그 유명한 파우더 스노우 위에서 보드를 배워봤다는 것에 만족했다.
난생 처음 스노우 트레킹에도 도전했다. 스노우 트레킹은 설피를 신고 스키 슬로프는 물론 스키어들도 갈 수 없는 눈 덮인 숲속을 걷는 프로그램이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나무가 겹겹으로 늘어선 풍경 속을 직접 걷는 일은 스키를 타고 설원을 내달리는 것만큼 신났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에 원 없이 발자국을 남겼다.
아이스빌리지는 리조트 호시노 토마무 리조트 내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있다. 호시노 리조트 건물 안으로 들어가 호젓한 숲길을 따라가면 넓은 공터에 이글루 여러 채를 세워 놓은 아이스빌리지가 나온다.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 집라인, 스케이트장을 전부 얼음으로 꾸며 놓았다. 이글루 안에는 간식을 파는 곳과 술을 파는 바가 있다. 얼음을 쌓아 만든 이글루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클럽메드 토마무의 경우 여름에도 인기 있는 여행지다. 여름엔 6~9월 한정적으로 문을 연다. 한국 방문객 숫자는 여름과 겨울이 비슷한 수준이다. 낮에는 총 길이 22㎞, 28개나 되는 다양한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저녁엔 미나미나 비치와 야외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미나미나 비치는 일본에서 제일 큰 실내 파도풀장이다. 기린노유 노천탕도 미나미나 비치와 같은 건물에 있다. 노천탕은 밤에도 낮에도 예쁘다. 눈 내리는 밤이면 특히 좋다. 몸 절반은 뜨거운 물 속에 나머지 절반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노천욕을 즐긴다. 까만 밤하늘에 내리는 눈은 유난히 빛이 난다. 노천탕에서는 공기가 흘러가는 것도 눈에 보인다. 바람에 따라 뜨끈한 김이 이리로 저리로 흩어졌다 모인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토마무의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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