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재난영화의 한 획을 그은 ‘트위스터’가 ‘트위스터스’로 28년 만에 돌아온다. 복수형의 제목에 걸맞게 더 거대하고 더 강력해졌다.
‘트위스터스’는 앞서 지난 달 19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해 첫 주말에 8125만 달러(약 1119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재난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한국계 감독으로 ‘미나리’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린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재난영화이자 두려움 극복하는 성장영화
‘트위스터스’는 오클라호마를 배경으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학창 시절 토네이도를 연구하다가 큰 사고를 당한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가 세상과 고립된 채 살다가 옛 동료의 설득에 다시 토네이도 추적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트위스터스’는 거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로 재난영화로서의 미덕을 충실히 갖췄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과 다름없는 토네이도는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압도적인 크기와 세기로 화면을 꽉 채운다. 토네이도가 스크린에서 그 파괴적인 위용을 드러낼 때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게 된다.
토네이도는 단순히 자연 재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케이트는 토네이토로 연인과 친구를 한꺼번에 잃은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사고 이후 오클라호마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는 이유도 토네이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토네이도는 씻을 수 없는 상처이자 두려움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그런 케이트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동료의 말에 트라우마를 가진 채로 다시 오클라호마로 돌아오고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돌보는 이들을 지켜보며 변해간다.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토네이도에까지 맞서는 용기도 얻는다. 결국 ‘트위스터스’는 재난영화이자 케이트의 성장영화인 셈이다.
● 28년 만에 리메이크 된 재난영화
‘트위스터스’는 1996년 개봉한 ‘트위스터’의 후속편보다는 리메이크 영화에 가깝다. 1990년대 분위기 물씬 나는 아날로그적인 질감으로 오리지널 영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 시절의 기술적 한계로 온전히 담지 못한 토네이도를 눈 앞에서 직접 보는 것 같이 생동감 넘치게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트위스터’가 토네이토를 연구하는 이야기였다면,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막으려는 이야기로 한 발 짝 더 나아갔다는 점이다.
토네이도라는 소재는 국내에서 낯설지만, 자연 재해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영화 후반부에서 오리지널 영화의 자동차 극장 시퀀스를 오마주한 장면은, 지금의 영화산업이 처한 현실을 은유하는 듯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트위스터스’는 재난영화들이 간과하는 인물들의 감정선도 대충 다루지 않는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말하며 감동을 줬던 ‘미나리’의 감독답게 섬세하고 따듯한 연출이 재난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주인공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과 인물들 간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트위스터스’는 한 마디로 재난과 드라마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압도적인 토네이도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꼭 대형 스크린으로 마주해야 할 작품이다.
감독 : 정이삭 / 출연: 데이지 에드가 존스, 글렌 파월, 안소니 라모스 외 / 장르: 액션, 어드벤처, 드라마 / 개봉: 8월14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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