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주차장 ‘알박기’
황당 사례에 비난 쏟아져
각종 도구까지 동원했다
우리나라의 팍팍한 주차 환경에서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알박기’ 사례. 알박기란 공용 주차 공간을 단독 점유할 의도로 타 차량의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명당 자리에서 출차 시 박스 등을 놓는 행위는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이에 제재가 들어간 경우 주차장 입구를 막는 악질 사례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 주차장 알박기 사례가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다. 문제의 차주는 양쪽에 다른 주차 칸이 없는 좋은 자리를 혼자 사용하고자 별도의 장비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이 커지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결국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옆 칸 침범으로 시작된 알박기
경고문 달자 다른 자리로 이동
지난 9월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주차장의 개인 사유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딱 한 사람 때문에 주차 질서가 확립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문제의 차량은 몇 달 전부터 주차 공간이 넉넉한 시간대임에도 두 자리를 동시에 차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는 처음에는 단순 주차 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봤지만 해당 차량의 민폐 주차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고 한다. 결국 아파트 관리실에 그간 촬영해 온 사진을 전달했고 관리실에서 문제의 차량에 경고문을 끼우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변화가 없던 해당 차량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자리로 이동해 정상 주차하기 시작했다. 이에 “갑자기 사람이 변할 수도 있는지 놀라웠다”던 A씨.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차 뺀 자리에는 주황색 차단봉
전체 물청소 날엔 “청소 금지”
해당 차주가 옮겨간 자리는 기둥 옆에 마련된 독립된 주차 칸이었다. 문콕 등 타 차량과 문제를 겪을 여지가 없으며, 좌우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해당 자리를 독점하려는 행동이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출차 시에는 자리에 주황색 차단봉을 세워 다른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본인 주차 시 차단봉을 치우길 반복했다.
A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체 물청소가 있던 날 촬영한 사진도 첨부했다. 당시 관리실 측은 지하 주차장 물청소 일정을 일주일 전부터 공유하며 이동 주차를 양해하는 안내문을 곳곳에 게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청소 당일 문제의 차주는 ‘이곳은 물청소 금지 구역이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의 종이를 붙인 채 차량을 그대로 뒀다.
다른 차량까지 동원했다
일 커지자 밝힌 입장은?
그 뒤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동원한 알박기가 지속됐다. 차량 보호용 커버를 씌운 다른 차량을 주차하는가 하면 소형 CCTV로 추정되는 카메라를 올려놓기도 했다. 보호용 커버에는 의도를 알 수 없는 ‘해병대 특수 수색대 연맹’ 로고를 붙여둔 모습이 확인된다. 이후 9월 30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문제의 차주는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30년 전에 받은 차“라며 “20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유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깔 설치는 더 이상 안 하고 있고, 차량 덮개를 벗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제는 두 칸 주차를 하지 않고 있고, 물청소를 금지한 건 제가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어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행법상 사유지 주차 문제는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규정돼 행정 개입이 어렵다. 주차장 알박기 차량을 견인 조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법이 발의됐으나 여태껏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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