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 만연한 화물차
운전자만 탓할 일 아니다
충격적인 통계 공개돼
교통법규 준수의 의무는 어떤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예외를 둘 수 없으며, 화물차 운전자라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체급을 가진 화물차는 질량부터 일반 승용차와 상대가 안 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달릴 때뿐만 아니라 멈춰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하 주차장부터 기계식 주차장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대부분의 승용차와 달리 큰 화물차는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다. 화물차들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이 있긴 하지만, 자택 근처 도로에 차량을 불법 주차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된 통계가 공개돼 충격을 준다.
턱없이 부족한 공영 차고지
전체의 2.3%만 수용 가능해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10월 8일 기준 총 53만 6,339대다. 하지만 같은 날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화물차 공영 차고지는 전국 51군데에 불과하다. 주차 면수는 총 1만 2,475대로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 대비 2.3%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화물차 운전자 100명 중 98명 정도가 공영 차고지 외 공간에 주차하는 셈이다.
물론 공영 차고지 외에 사설 차고지나 관련 업체 주차장도 존재하는 만큼 화물차 운전자 대부분이 불법 주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공영 차고지 주차면이 전체 화물차의 극히 일부만 수용할 수 있는 만큼 한밤중 주택가 근처 도로에서는 불법 주차된 화물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비현실적인 접근성도 문제
“차라리 과태료 내고 만다”
공영 차고지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차고지에 자리가 있다고 한들 자택까지의 이동 거리가 걸어져 시간적, 경제적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도 차고지 인근까지 버스, 지하철 등 저렴한 대중교통 수단이 닿아있지 않은 차고지의 경우 택시밖에 선택지가 없다. 더구나 화물차 운전자들은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는 늦은 시간에 운행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승용차 주차 공간이 함께 마련된 차고지라면 자차로 갈아타서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주차 공간이 부족한 데다가 연료비, 통행료가 추가로 들기에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이는 단속에 걸려서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불법 주차를 감행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고
여전히 별다른 대책 없어
불법 주차된 대형 화물차에 따른 사고 사례는 잊을 만하면 전해진다. 특히 조명이 부족한 외진 도로의 경우 정상 주행 차량이 불법 주차된 화물차를 뒤늦게 발견하고 추돌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 승용차라면 밀려나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라도 있지만 무겁고 튼튼한 대형 화물차라면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일쑤다.
정부는 차고지를 확충해 1만 대 내외의 주차 면수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며,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접근성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건 차마 운전자들을 욕할 수 없다”. “차고지 부족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경찰이 손 놓은 이유가 있었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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