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에게 작별 인사를 한 날, 우연히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지연 씨는 ‘람보’라는 이름의 노령견을 키우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난 9월 람보는 세상을 떠났다.
람보가 떠난 지 열흘 뒤, 지연 씨는 람보를 추억하며 인왕산을 거닐고 있었는데. 우연히 웬 길고양이 한 마리를 목격했다.
보통 길고양이는 ‘코리안숏헤어’ 종이 많은데. 녀석은 아비시니안 믹스로 보이는 외모와,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애교를 보이는 모습을 보니 원래 집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산에 갔다가 약 8시간 뒤 다시 인왕산 입구로 돌아온 지연 씨. 혹시 그 고양이가 아직 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는데.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가 지연 씨의 뒤를 따라왔는지,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그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자기 영역도 없는 듯 무작정 사람을 따라오는 녀석을 차마 외면하기 힘들었는지, 지연 씨는 고양이에게 ‘먼지’라고 이름을 불러주며 구조를 시도했는데. 너무나 순순히 잡히고 말았단다.
그렇게 ‘냥줍’으로 새 가족을 맞이하게 된 지연 씨.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람보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는데.
“람보가 떠난 지 열흘 만에 다른 친구를 데려와서 예뻐해 준다는 것이 죄책감도 들었다”는 지연 씨.
그런데 먼지는 람보가 쓰던 물그릇, 밥그릇에 거부감이 없었고, 람보의 케이지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고.
지연 씨는 “고양이들은 예민해서 람보 냄새를 분명히 맡았을 텐데 신기했다”며 “어쩌면 람보가 환생한 걸까? 아니면 람보가 먼지를 보내준 걸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은 고양이가 길에서 살아가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교통량이 많아 로드킬 위험이 크고, 자연에서 먹이를 찾기 어려워 종종 쓰레기에서 먹이를 구해야 한다. 특히 집에서 생활하던 고양이가 길로 나와 생존하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먼지도 계속 길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어쩌면 람보가 먼지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 주려고 지연 씨와 만나게 해줬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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