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가 2년 동안 중단했던 새로운 엔진 개발을 다시 시작한다’는 기사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오늘은 이런 기사의 제목에 대한 문제, 그리고 혹시 모를 전략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일단 엔진 개발을 다시 시작한다는 배경부터 알아보자. 결정적인 뉴스는 유럽 연합 의회가 완화된 유로 7 기준을 통과시켰다는 것이었다. 배출가스 기준 자체는 현행 유로 6D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는 대신 타이어 및 브레이크 분진 등의 신규 항목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
이 ‘타협된’ 유로 7 기준을 두고 이것을 ‘유럽 자동차 산업의 로비가 이겼다’라는 분석이 강세다. 즉, 2035년으로 예정되었던 내연 기관의 퇴출 이전에도 2025년으로 예정된 원안의 강력한 유로 7이 내연기관 자동차에게 실질적인 사형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예견되었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현대차가 2년만에 엔진 개발 전담 부서를 부활시키고 새로운 엔진의 개발을 다시 시작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사, 그리고 현대차의 이런 정책이 문제인지를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나의 제안은 ‘절대로 새 엔진을 개발하지 말라’ 이다.
첫번째, 이것은 불리한 게임의 룰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불리한 룰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자세를 인정한 듯한 기사의 제목이 또 하나의 문제다. 즉, 상황 주도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업계, 투자자, 그리고 시장에게 보여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현대차는 미래에도 리더가 될 가능성이 없어’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실력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의 룰, 즉 규칙이 내게 유리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엔진 개발이라는 것이 향후 자동차 제작사들의 경쟁의 룰로 정해진다면, 그것은 현대차가 불리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유럽 자동차 제작사들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엔진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진이 새롭게 개발된다면 그것은 유럽 자동차 제작사들이 자신들이 유리한 경쟁 구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기억하실 것이다. 포르쉐와 페라리 등 유럽을 대표하는 슈퍼카 브랜드들이 이 퓨얼, 즉 수소 합성 연료에 적극적이었던 것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친환경, 탄소 중립이라는 유럽 정부가 설정한 유럽 산업의 가장 강력한 거시적 경쟁 구도 하에서도 유럽 자동차 산업이 가진 강력한 경쟁력인 엔진 기술을 경쟁의 도구로 계속 사용하려는 ‘룰 세팅’의 한 가지 방법이었던 것이다. 일본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 기관에 적극적인 것도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화학 산업 – 수소 생산 기술에는 다양한 촉매 기술이 필수적이다 -과 엔진 기술을 접목하여 유리한 경쟁 구도를 만들려는 포석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한편 미국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연기 혹은 축소하고 내연 기관 자동차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다소 다른 이유다. 원래 미국 정부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목적으로 전기차를 선택했다. 이를 위하여 미국이 가진 모든 힘, 즉 국제 정치력과 기축 통화의 힘, 그리고 자원 부국으로서의 힘을 모두 동원하여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미국내로 가져와서 경쟁력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당연히 미국 자동차 제작사들도 퇴조의 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적극 투자로 협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결정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다. 따라서 당기 순익의 측면에서는 내연 기관 자동차를 더 팔 수 있는 명분과 기회만 있다면 그 쪽을 선택하고 싶었고, 그 명분이 주어진 것이다. 즉, 미국의 엔진차 강화 움직임은 철저히 당기 순익의 관점에서 판단한 이른바 ‘빈 카운터’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이건 전략의 수준도 되지 못한다.
다시 현대차 이야기로 돌아오자. 자, 만일 현대착 엔진을 새로 개발한다고 치자. 그것은 결국 ‘곧잘 하는 2등’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선택이다. 우리가 전기차, 미래차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자동차의 전환기인 지금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패스트 팔로워의 자리를 넘어 리더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는 평생 유일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엔진이 경쟁의 룰이 된다면 그것은 최소한 십년 이후로 승부가 연기되는 셈이 된다.
그런데 10년동안 유럽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니다. 그들은 결정이 느리고 고비용 구조라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친환경 정책에서는 세계를 리드하고 있으며 친환경 상품에 값을 더 지불할 의지가 있는 성숙된, 그리고 구매력이 높은 시장을 갖고 있다. 즉, 시간을 허락한다면 유럽은 친환경 테마의 전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할 제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기’라는 테마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엔진 기술도 ‘준수한’ 수준은 충분히 된다. 그러나 전기차에 관한 한 현대차, 그리고 대한민국은 기술적 리더 가운데 하나이며 강력한 공급망을 가진 나라다. 그렇다면 이 준수한 엔진에 우리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전동화’라는 테마를 접목하여 ‘대한민국의 전동화 기술이 유로 7 엔진의 새로운 리더가 된다’라는 방향의 능동적인 테마로 내연 기관의 생명 연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술적으로도 이것은 사실이다. 엔진은 이상적인 작동 상황에서는, 매우 높은 에너지 효율과 작은 배출 가스량을 보여줄 수 있다. 대체적으로 엔진이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회전수에서 약부하로 운행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상황, 즉 회전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상황, 부하의 변동이 큰 상황, 부하가 높은 상황 등에서 배출 가스의 발생량이 늘어난다. 따라서 전기 모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엔진이 최대한 이상적인 상태에서 운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배출 가스의 특성과 양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즉, 전동화는 내연 기관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배출가스 전처리 장치라는 뜻이다.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내연 기관은 기술적인 이유보다도 수익성에서 더 큰 위기를 만났다. 특히 배기 시스템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들이 급격한 원가 상승의 원인이다. 즉, 내연 기관 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이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구입 가격이고 공급자에게는 높은 수익율인데 이것이 무너진다면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엔진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개발한다면, 혹은 기존의 엔진에 고가의 후처리 장치를 추가하여 유로 7 대응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은 엔진에게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현대차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한다는 말 자체가 기사로 다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그리고 실제로도 새로운 엔진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전동화를 통하여 더욱 완벽해진 내연 기관 자동차를 제시함으로써 현대차, 그리고 대한민국의 전동화 기술력이 얼마나 수준이 높으며 대응 범위가 넓은가를 보여주는 쇼 케이스로 사용해야 한다.
혹자는 ‘그럼 하이브리드 하자는 거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넓은 범위의 내연 기관 – 전기 모터 융합 구동계를 말하는지 아는가? 12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부터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EREV까지 그 범위는 엄청나게 넓다. 따라서 이 모든 조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전기차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은 모두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제품, 질적으로 높은 기술로 무장한 고급 전동화 솔루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우리는 비슷한 예를 이미 전기 자전거에서 보고 있다. 실제 전기차 자전거 생산량의 9할 이상은 중국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과 고급 제품은 독일 시스템 공급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그림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이와 동시에 자동차를 너머 다채로운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확장한다면 분명히 우리가 강력한 포지셔닝을 쟁취할 곳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다소 격앙된 감정 상태로 칼럼을 쓰게 되어서 유감이다. 하지만 경쟁에서의 룰 세팅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능동적인 메시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소 직설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양해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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