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기업, 유조선 긴급 수배 중
약 6만 배럴 선적 예상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러시아 민간 기업이 북한으로 유류를 운송할 유조선을 급하게 찾고 있다.
8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유류를 운송할 유조선을 찾는다는 ‘선박 수배 공고문’이 나왔다.
화주는 러시아 회사이고, 이른 시일 안에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북한 남포로 유류 7,000∼8,000t의 1차 선적을 희망하고, 2차 선적을 5월 18일로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매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환산표를 이용하면 유류 8,000t은 약 6만 배럴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안보리가 정한 연간 상한선의 약 10분의 1에 달하는 정제유가 단 두 번에 걸쳐 북한으로 향하는 셈이다.
앞서 안보리는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지금까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유류 거래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민간 기업이 공고문을 낸 것을 보아 두 나라가 유엔 제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북한에 제재 한도를 넘는 양의 정제유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3월 한 달간 16만 5,000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공급했다. 유엔 안보리가 정한 연간 수입 한도 500배럴을 웃돈 것이다.
러시아가 이렇게 국제 제재를 어기면서 북한에 유류를 제공하는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꼽혔다.
전쟁으로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산 탄도 미사일 등 무기를 공급받기 위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지난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위성사진에 북한 선적 화물선 백양산 1호로 추정되는 선박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항구에 정박한 장면이 포착됐다. 백양산 1호는 불법 석유 이송에 연루된 혐의로 유엔에 적발된 선박이다.
또 다른 위성사진에선 러시아 선적 화물선 마리아호로 추정되는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 정박한 모습도 확인됐다. 마리아호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군사 장비를 실어 나른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다.
백악관 발표 이후 미국 국무부는 조만간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과 함께 북러 무기와 정제유 거래를 겨냥한 새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 예고했다.
한편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의 대북 유류 공급량은 21만 9,422배럴로 집계했다. 같은 해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한 10만 5,845배럴을 더해 지난해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 양을 32만 5,267배럴로 공식 발표했다.
이는 연간 한도 50만 배럴의 65%에 해당한다. 다만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 남포항을 드나든 유조선은 51척이며, 이는 최소 51만, 최대 153만 배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집계엔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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