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대상 대기업 집단
엔터 업계 첫 대기업 지정
쿠팡 김범석, 4년째 지정 피해
하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최초로 자산총액 5조 원을 돌파해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수(동일인)가 되면서 방시혁 의장 일가의 지분 보유 현황 등도 공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시혁 의장과 다르게 국내 1위 유통 업체로 올라선 쿠팡이 1년 새 자산총액이 6조 원 넘게 늘면서 자산 서열이 18계단이나 뛰었으나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범석 쿠팡 의장은 4년째 지정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4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은 총 88개로 지난해보다 6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88곳 중 자산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10조 4,000억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집단(상출집단)은 48개로, 선정된 48곳은 각종 공시 의무를 지켜야 하고 사익 편취와 상호·순환 출자 등이 금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BTS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하이브는 뉴진스 등 4세대 걸그룹까지 잇달아 성공시키며 몸집을 키워 온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2022년 말 4조 8,100억 원이었던 자산이 지난해 말 5조 2,500억 원으로 9%가량 뛰어오르면서 엔터테인먼트업 주력 기업이 사상 최초로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된 것이다. 최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갈등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등 내분으로 인한 악영향이 있었으나 시장의 예상대로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며, 방시혁 의장이 총수로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쿠팡 김범석 의장의 경우는 달랐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으나 제도 개선 논의를 불러온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기 때문이다.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동일인으로 법인인 쿠팡(주)을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난 2021년 이후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국인들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제도적 미비가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논란을 의식하고 내·외국인을 포괄한 동일인 지정 기준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공시에서도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해 가며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행령을 개정하며 4가지 예외 조건을 충족하면 개인이 아닌 법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4가지 예외 조건으로는 동일인을 법인으로 보더라도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같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貸借)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김범석 의장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모기업 쿠팡 Inc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으며, 쿠팡 Inc는 국내 쿠팡 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석 의장이 국내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한 친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기정 위원장은 “김범석 의장의 동생 내외가 쿠팡 Inc 소속으로 국내 쿠팡 주식회사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사실은 확인이 되지만 이사회 참여나 투자 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 참여 사실은 없는 것으로 소명 받았다”고 설명하며 쿠팡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범석 의장의 동생 부부가 쿠팡에서 물류 및 인사 관련 총괄로 재직하며 합쳐서 7억~8억 원 상당의 연봉을 받는 만큼 이를 실질적인 경영 참여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쿠팡 총수 지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히며 “종전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기업집단 쿠팡도 이제는 시행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김 의장이 당연히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했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더라도 상호·출자 금지,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대부분의 대기업 집단 시책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동일인과 그 친족을 의미하는 ‘특수관계인’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처분이 불가능해지는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향후 사익편취가 발생하거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자연인을 다시 동일인으로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예외 조건의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해 지속해서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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