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정년 연장 요구
국민연금 수령 만 65세 변경
사측은 비용 등 보수적 태도
산업계에 따르면 19일 현대자동차 금속노조 지부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최근 개최하고 2024년 임금협상 요구안에 넣은 여러 조건 가운데 정년 연장이 포함됐다. 이번 현대차 노조의 단행에 업계에서 정년 연장의 물결이 흐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 노조는 기존 정년 만 60세에서 만 64세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 만약 해당 기안이 합의된다면 1년 만에 4년의 정년 기간이 훌쩍 뛰게 되는 셈이다.
2023년도에 현대자동차의 근속연수는 평균 18.9년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보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 편으로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더 길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이 주장하는 64세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과 직결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기업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장”이라며 “각종 여파가 예상되는 만큼 사측은 신중하고 엄중한 검토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데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현대차 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오는 2033 수령 나이가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하여 기업의 정년퇴직 나이를 늦출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정년 연장의 원인으로 국가 정책의 변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무기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위한 물밑 작업 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년 연장과 같이 사측이 거두어들이기 힘든 사항을 협상카드로 꺼낸 배경엔 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대차를 시작으로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이 붙을 경우 동종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사회를 향해 가속 단계를 밟고 있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사안을 기업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등 전문 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기록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기존 만 60세의 정년에서 만 65세까지 늘리는 것을 찬성한다”를 선택한 것으로 밝혔다. 이는 성인 만 18세 이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아 노조 역시 올해 임금 단체협상 년도로 알려져 비슷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임금협상 및 임금 단체협상을 격년으로 번갈아 가면서 사측과 협의한다. 올해의 경우 현대차는 임금협상을 논의하고 기아는 복지와 같은 근로조건에 대해 임금 단체협상을 진행한다.
현대차 노조 측에 따르면 올해 사측에 요구하는 조건은 정년 연장을 비롯해 신규 인원 충원, 상여금 900% 인상, 미래산업 고용 안정,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해고자 원직·복직을 내세웠다. 올해 임금협상만 예정된 현대차 노조는 임금과 전혀 관련 없는 사항도 무리수를 두어 추가했다. 이에 임금 인상을 위해 과도한 연출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과 관련하여 호봉승급분은 제외하고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을 시작으로 각종 수당 인상, 순이익 가운데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선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고가 늘어났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미포 노조, HD현대삼호 노조 등 현대 계열사를 필두로 LG유플러스 노조가 기존 정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정년 연장의 요구안을 받은 현대차는 해당 안의 예상 소요 금액과 당위성을 분석한 뒤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올해 현대차는 임금협상만 예정되어 있어 사측은 보수적인 태도로 임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와 노조는 지난 2023년도까지 무분규 타결로 업계에 명성이 자자했다. 오는 23일 노사는 상견례를 진행한 뒤 최종 교섭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또한 현대차에 이어 결정된 임금 단체협상 요구안을 사측으로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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