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아파트 입주민 갈등
‘빌리브 헤리티지’ 고급 브랜드
공매로 구매한 것 반발해 소동
전국적으로 신축 아파트 공세가 이어져 미분양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높아진 인건비와 공사비 때문에 시공사와 신탁사는 우선 청구된 비용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분양가보다 더욱 저렴하게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입주민의 반발로 대구의 한 아파트에선 공매로 구입한 가구의 이사를 막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대구 수성구 소재 빌리프 헤리티지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해당 아파트를 기존 가격보다 3억 가까이 저렴하게 구매한 A 씨는 입주민이 아파트 입구를 막아서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A 씨는 입구에서 “00호 인데요, 집에 들어가려고요”라고 말하자 입구를 지키는 입주민은 “집에요? 왜요?”라고 말하며 A 씨를 막아섰다.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경찰까지 오는 등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기존 입주민은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25% 낮게 공매로 구매한 이들도 똑같은 가격에 입주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의 후분양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1,400억 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 연장 실패에 있다. 대출을 연장하지 못해 시공사와 신탁사는 공개 매각 절차를 밟고 후분양 아파트를 기존 가격보다 더욱 저렴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대구 수성구 소재 빌리브 헤리티지는 전체 146가구 가운데 단 25가구만 분양이 이뤄졌다. 수치로 따지자면 17.12%에 그치는 저조한 성적이다. 미분양 물량이 지속되면서 PF 만기 연장이 수포가 되었고, 공매 절차를 통해 새로운 입주민은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입주민은 가격 인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매하여 재산 가치가 떨어져 손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입주인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였고 “아파트 가운데 ‘헤리티지’는 최고급 브랜드로 높은 가치와 대형 시공사를 믿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억울하게 재산에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라며 “상생하기 위해 원만히 문제를 합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측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공매로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기존 입주민과 시행사 사이의 갈등이 골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존 입주민은 강경한 대응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매를 통해 구매한 A 씨는 현재 거주하는 집이 전세로 계약돼 있어 이달 이사를 해야 하는데, 기존 입주민이 한 달째 이사를 거부하고 있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를 본 네티즌은 “왜 남의 재산권을 막는지 이해가 안 된다”, “주식 떨어졌다고 고가에 구매한 사람이 부당하다고 회사에 항의하는 꼴 아니냐. 황당하다”, “명백한 재산권 침해 아닌가? 정부에선 뭐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더하여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대구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SBS의 취재에 따르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지난 2017년 이후 분양이 시작된 신규아파트 단지의 약 197만 개의 공동주택의 등기부등본 및 건축물대장을 조사한 결과 미분양 추정 물량은 3만 건에 달했다. 개인이 보유하지 않고 시행사나 분양대행사에서 가구를 보유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가 1만 363채로 나와 논란이 됐다. SBS에 따르면 국토부가 약 2배 가까운 오차를 두고 미분양아파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 자료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 때문으로 지적한다. 건설사가 마음먹고 물량을 속이면 잘못된 산출 값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아파트의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서 관련 법안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