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생활고 호소
대한의사협회 생계지원금
1회에 한해 100만 원 지급
의정 갈등이 석 달째 이어지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파업 전공의들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소득이 없어진 전공의들이 택배 물류 센터에서 일하고, 일용직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라며 일부 현장 이탈 전공의의 실태를 알렸다. 지난 22일 의협 관계자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중 일부가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해 수련 병원에 재직 중인 상태로 새로운 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련 규정의 ‘경업 금지’ 조항에 따라 수입이 없어도 다른 의료 기관에서 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탓에 일부 전공의는 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통해 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는 전체 전공의 1만 명 중 약 10~20%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전공의들의 신청을 받아 1인 1회에 한해 100만 원씩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장 이탈 전공의들의 실태는 ‘전공의 지원 전용 콜센터’를 통해 파악됐으며,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지원책을 마련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일부터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생계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전공의들의 경우 의협 콜센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협회에서 내용을 검토한 후 1회에 한해 100만 원을 계좌로 지급한다. 현재까지 생계 지원금을 신청한 사직 전공의는 총 1,646명으로, 상당수의 전공의 들이 생활고의 늪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 대상자 중 일부 전공의들은 과외나 병원 행정직, 심하면 배송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수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탈 전공의 A 씨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탈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업 금지 조항 때문에 의료 쪽에는 일하기 힘들고, 지인을 통해서 의사 직군이 아닌 일을 구한 친구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고는 하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빨리 사직 처리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전날 출근한 전공의는 총 659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5.1% 수준에 그쳤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 석 달째인 이달 20일을 복귀 시한으로 규정해, 이날까지 복귀해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제한을 걸었으나 대부분의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전공의들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복귀 데드라인’에 대해 모순이라고 질타했으며,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촉구했다.
생활고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부 전공의들은 워낙 낮은 전공의 월급 덕분에, 아르바이트 임금이 크게 느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초 전공의의 경우 혹독한 환경에서 주 8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가 다분한데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오히려 쉽게 여기는 것이다. 현재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힌 익명의 전공의는 “운동도 하고 생활비도 벌 겸 알바를 함. 쿠팡맨에서 일당 13만 원 벌었고, 잠잘 시간도 많고 밥 먹는 것도 편하다. 하는 일에 비해 버는 게 괜찮다고 전함”이라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른 익명의 전공의는 자신이 전공의 마지막 연차에 사직서를 냈다고 밝히며 “한때는 나도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까지 욕을 먹는데 이것을 해야 하나’라는 회의가 들었다. 더 노력할수록 욕을 먹는 사회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탈 전공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현행 보건 의료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공모해 선정된 전공의들에게 상금 5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각 시도의사회장과 대한의학회장 등에게 “선배 의사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며 “협회로 후원금을 보내는 등 전공의 지원에 동참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해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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