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반도체 공장 신설 논의
이 지역 부동산 장기침체 가운데 희망
구미 SK실트론 본사 재정 지원 우려
지난달 업계에선 SK 그룹은 세종시 연서면 소재’ 스마트시티 국가산업단지’에 SK실트론 웨이퍼 신공장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세종시 등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집적회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원판으로, 실리콘 소재를 얼마나 더 크고 얇게 만드는지에 따라 기술력이 구분된다.
SK실트론은 이미 경상북도 구미시에 웨이퍼 제1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종시를 추가 공장 부지로 검토에 나선 것은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충청북도 청주시와 약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고, 경기도 이천시에서도 약 1시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반도체 공정을 보유하고 있는 청주 M15 증설 여부 또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설에서는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필수 요소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일부 물량을 맡아 제조하게 된다.
만약 SK실트론이 대규모 웨이퍼 공장을 세종시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SK하이닉스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HBM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사진과 달리 일부 지자체에서는 용수 공급과 관련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에서 추정한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4만t(톤)으로,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단에 배정된 총량보다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2년에는 SK하이닉스와 여주시가 협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26만 5,000t가량의 막대한 용수 공급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당정의 중재로 겨우 합의한 바 있다.
최근 세종시의 부동산은 침체기를 맞이했는데, 이번 SK 반도체 공장 신설 소식에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세종시 집값은 지난 2020년 급등한 바 있는데 이듬해인 2021년 조정기를 거치더니 2022년 급락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지속해서 하락 그래프를 타다 지난해(2023년) 하반기 반짝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다시 하락세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올해도 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세종시는 전국의 아파트 가운데 가장 집값 하락률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종시 부동산의 2024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현재로선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조건을 형성하진 않아도 당분간 예전 명성을 쉽게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대체로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세종시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지금을 최저점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세종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하락한 이유는 명백하게 규정된다. 신규 입주 물량이 지속해 나오지만, 수요는 공급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SK 반도체 공장이 세종시에 들어서게 된다면 부동산 가격 저점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이 소식에 SK실트론 본사가 있는 구미 공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SK실트론은 지난해(2023년) 구미에 2조 원대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번 세종시 공장 논의에 재정적 지원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냔 의심때문이다.
해당 지원은 구미 국가산업 3단지 내 4만 2,716㎡ 부지에 300㎜(12인치) 실리콘웨이퍼 제조설비를 들여 1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회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투자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SK실트론이 차세대 웨이퍼 추가 투자도 선보여 자연스레 다음 투자 지역이 구미가 될 것으로 확실시 됐다.
하지만 SK실트론이 세종시 공장을 걸설할 경우 구미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는 불분명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세종시 공장 신설’ 계획이 실제 진행이 된다면 SK실트론의 신규 투자를 비롯해 기존 투자 협약의 이행도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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