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업 진출 야망 품어
알리익스프레스 3PL 대한통운
한진택배 ‘테무’ 물류 담당
C커머스가 유통계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며 택배업계가 때늦은 호재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에 국내 유통·물류 업계가 늘어나는 물량으로 인해 운송량이 늘어나고, 직간접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등 국내 커머스 업계를 위협하는 C커머스가 물류 업계에서는 효자로 자리 잡았다. 대중들에게는 쿠팡과 알리, 테무의 3자 구도가 현재의 직구 싸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그 이면엔 국내 택배 업계의 알력 싸움이 존재한다.
국내 유통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을 넘보는 알리와 테무는 공격적인 한국 시장 공세를 벌였다. 쿠팡은 이들의 등장에 긴장 태세를 보이며 로켓 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물류센터를 전국 8개 지역에 운영하는 등 C커머스 견제에 돌입했다. 쿠팡의 견제와 함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국내 물류업체를 선정하기로 밝히면서 국내 택배업계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당초 지난 2018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 업계 1위로 알려진 CJ 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운영해 왔다. 이어 지난해 7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테무는 한진그룹의 한진택배에서 배송을 담당했다. 알리와 계약한 CJ 대한통운의 경우 물량의 80%가량을 자사에서 소화하고, 나머지 물량을 다른 국내 택배사들에 맡기는 구조였다.
테무의 물류를 담당하는 한진택배의 경우 테무의 전체 물량을 담당한다. 지난 13일 마무리된 알리익스프레스 경쟁입찰의 승자는 6년간 알리의 물류를 담당했던 CJ대한통운이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은 앞으로 1년간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최대 배송사로서 파트너쉽을 공고히 할 전망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맺은 주 계약 연장에 성공한 것은 당초 택배 업체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택배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되던 것과 달리 정확한 물량 비중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택배 단가를 크게 낮추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리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운송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량을 가져가는 쪽과 물량을 뺏긴 쪽의 점유율 격차는 그만큼 커진다”라고 평가했다.
테무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한진택배와의 계약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테무 역시 한진택배와의 계약을 연장하는 재계약 방식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택배와 테무의 계약이 오는 6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지며 현재 국내 택배업계가 테무 경쟁입찰을 주목하고 있다. 테무는 물류사 선정을 위한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 경쟁에 한진택배뿐만이 아닌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대한통운 역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입찰의 승기가 어느 기업에 들어가게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알리와 태무가 국내 택배업체를 이용하는 방식은 3자 물류 또는 3PL로 불린다. 이는 쇼핑몰이 직접 하는 물류 업무를 위탁하여 대신 해주는 물류 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C커머스의 3PL을 담당 중인 한진택배와 대한통운의 공통점은 쿠팡이랑 일전에 갈등이 있었던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대한통운의 모회사인 CJ의 경우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으로 쿠팡과 갈등을 빚었으며, 한진택배는 쿠팡의 3PL을 담당하다 쿠팡이 물량을 줄이며 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쿠팡이 물류업에도 진출할 생각이 있다는 야심을 품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미 쿠팡은 물류를 내재화시켜 물류업에 진출할 계획을 추진 중이었으며, CJ와 한진의 경우 자신의 물류 파이를 내주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지난해 쿠팡은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함께 로켓그로스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에게 제품 보관과 포장·재고관리·배송·반품 등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말한다. 이에 쿠팡은 중소상공인들의 물품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택배 물량과 함께 택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것이다. 쿠팡의 물류업 진출에 택배업계는 위협감을 느끼며 C커머스에 대한 수요를 놓칠 수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의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은 지난해 1분기 기준 346만 건에서 4분기 1,200만 건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나며,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이 지난해 대비 60~80% 성장한 8,000만 것에 달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어 한진택배의 경우 지난해 7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의 국내 앱 다운로드 수가 300만 건을 넘어서며 향후 특별수송 물동량이 지난해 대비 40~50%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택배업계를 위협하는 쿠팡에 맞서 국내 택배 업체들은 자체적인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의료기기 안전 배송에 대한 ISO 국제 인증을 획득했으며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창고 털이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한진택배는 사업 영역을 넓혀 차별화된 사업성을 무기로 글로벌 물류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에 디지털플랫폼 사업본부를 신설해 한진 내 각 사업부 및 타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었던 플랫폼에 대한 기획 및 운영 등을 전담하며 집중 육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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