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세
외환은행 시장 구두 개입
주요국보다 낙폭 높아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7% 넘게 치솟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당시의 상승 폭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인 1382.2원에 거래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례적으로 1~4월 환율이 7%를 뛰어넘는 급등세를 보인 것은 1990년 3월 시장평균환율제(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는 같은 기간 6.9%, 5.8%씩 상승했으며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7년에도 1~4월 환율은 6% 안팎 상승했는데 이번 경우 7% 넘게 치솟았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같은 기간 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에 크게 영향을 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이스라엘-이란 대립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경제 시장을 덮쳤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원화 가치의 낙폭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연준의 주요 교역국 26개국 중 한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20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하락한 나라는 칠레 10.0%, 일본 9.8%, 스웨덴 9.0%, 스위스 8.5%, 브라질 8.1%, 아르헨티나 7.6% 등이다.
한국은행은 4월 셋째 주에 들어서 외환시장에 내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환율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의 개입이 없었다면 원·달러 환율은 더 큰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간신히 20위에 자리 잡았지만, 한국 수준은 겨우 꼴찌를 면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 경제가 유독 같은 조건을 가진 다른 나라보다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년 이내의 단기적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지정학적 위기를 나타내는 GPR 지수에 따르면 현재 위기 수준이 지난 3일 기준 104.60으로 높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직후인 2022년 4월 지수 127.4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가장 높은 상태지만 지난해 10월 미국의 하락장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식 변동성 지수인 VIX 역시 지난 22일 기준 18.71로 지난해 10월 21.27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말한 GPR과 VIX처럼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된 대부분 지수가 높아지긴 했으나 최고 수준은 아니거나, 혹은 단기적으로 변동 폭이 크나 장기적으로 변동 폭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지정학적 위기보다는 해당 시장의 특수성이 더 반영됐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 대외 개방도, 비정규직 비중, 고령화 비율이 높아 대외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만 비교적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 역시 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하락하지 않고 더 뛰어오르게 할 ‘악재’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 일정이 몰려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화재, 삼성전자우, DB손해보험 등이 지난 19일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에 나섰으며 23일 LG화학이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4일 SK하이닉스, 오는 25일 IBK기업은행, 26일 KT 등의 배당금 지급이 계획되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금 지급 계획이 마무리되어야 역송금 수요가 잦아들어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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