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22명 中 10명 기소
징역 3~7년 실형 선고
최근 20년 전 벌어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이 최근 한 유튜버에 의해 폭로되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범죄자를 단죄하는 사법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해당 사건은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의 고교생 44명이 여학생 한 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으로, 당시 가해자들이 미성년자였던 점과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이유로 대부분이 처벌을 받지 않거나 소년부로 송치되는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44명의 가해자는 미약한 처벌을 받고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며, 당시 16살이었던 피해 학생은 병원에서 치료 도중 자살 시도를 하는 등 고통을 호소했다.
이 사건을 지난 1일 한 유튜브 채널이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000.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으로 올리며, 해당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가해자들의 근황을 올린 유튜버는 당시 성폭행에 가담한 가해자들의 이름과 얼굴, 나이, 직장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유튜버가 이들의 신상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밝혔는데, 그는 “나는 그저 사회에 대해 화가 많은 사람일 뿐”이라 말하며 “정의감 때문에 이런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전했다. 유튜버의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범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제대로 받았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20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사법에 의한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점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당시의 처분이 범죄에 상응하는 수준이었다면 한 개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가 집단성폭행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됐다. 사법 시스템의 붕괴가 배경에 있고, 법·정의적 측면에서 온당치 못하니 불법으로라도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이들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의 처벌은 어땠을까? 지난 2011년 서울특별시 도봉구에서는 고교생 10명이 여중생 2명을 취하게 만든 뒤 한적한 장소에 데려가 집단 성폭행을 하고, 사건 8일 뒤 22명의 고등학생이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를 협박하며 다시 성폭행한 사건이 있다. 바로 도봉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밀양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12년 만에 범죄 행각이 드러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초 도봉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11년 벌어졌으나, 범죄 행위는 2016년 드러났다. 이는 2011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여학생 2명이 2016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2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첩보를 입수했으나 피해자가 사건 발생 1년 뒤에도 정신적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며 내사 중지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도봉경찰서 소속 경위 한 명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사건 해결을 위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끈질긴 설득 끝에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런 경위의 노력에 지난 2016년 22명의 가해자를 모두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성인이 된 22명의 가해자 중 군대에 있던 12명의 가해자를 제외한 10명은 모두 기소됐으며, 군대에 있던 가해자 12명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재판부의 판결에 납부하지 못하고 항소심을 진행했으나,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으며 일부 가해자들은 원심보다 형량이 가중되기도 했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형사 9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 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 모 씨와 정 모 씨에게 징역 7년, 김 모 씨와 박 모 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기록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했다”며 “아무리 당시 17살 소년이었다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군사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한 이들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고등군사법원 항소 2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각각 4년과, 3년, 2년 6개월, 3년 등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항소 2부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으로 인해 극심한 공포심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성장기 청소년으로서 가치관 형성에도 매우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하며 양형의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도봉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경우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달리 가해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고는 하나, 피해자가 받은 상처와 견줄 수 없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더불어 가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려 하지 않고, 피해자를 향해 가해자의 부모가 폭언을 뱉고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심을 진행한 점에서 가해자들이 받은 처벌은 결코 무거운 처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해당 사건이 5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가해자 중 절반 이상이 정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심정은 감히 추측하기도 어렵다. 가해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성폭행을 당한 두 피해자는 사건 후 우울증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등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연일 논란이 되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족들과 합의 후 신상을 공개한 것이라는 유튜버의 주장과는 달리 가해자의 신상에 대한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피해자의 정보가 공개되거나 불필요한 사회적 이목이 쏠릴 경우 일종의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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