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들은 거의 대부분 쿠페형 차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쿠페형 차량은 사람들에게 꿈의 자동차(dream car)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쿠페는 실용적인 자동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자동차 시대부터 쿠페는 실용성보다는 스타일에 더 중점을 둔 자동차로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페는 기술이 부족한 메이커, 혹은 자동차의 보급이 덜 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차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페가 만들어지고 또 그것이 대중적으로 팔리는 나라라면, 자동차의 기술이나 문화가 일정한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쿠페의 디자인을 통해 그 특징과 유래를 살펴보겠습니다. 본래 쿠페(Coupé)는 불어에서 온 단어입니다. 본래는 2인승의 가볍고 멋을 부린 마차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오늘날의 자동차 차체와 관련된 용어들은 마차에서부터 그 기원을 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는 독일에서 발명되었지만, 실용적인 자동차의 발달은 20세기 초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쿠페(Coupé)나 보닛(bonnet), 리무진(limousine) 등과 같이 불어에서 유래한 자동차 용어가 쓰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쿠페는 매우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또 구조도 자동차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2인승, 또는 4인승(2+2)의 좌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4인승을 2+2라고 표기하는 것은 앞 좌석이 중심이 되는 2인승이면서, 뒷좌석에도 두 사람이 탈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즉 뒷좌석의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이 정도만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지붕이 낮게 디자인돼서 역동적이고 늘씬한 차체 비례를 가지고 있지만, 내부 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은 차라는 것이 쿠페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공간의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차체의 구조로만 본다면, 세단과 똑같이 엔진 룸과 객실, 그리고 화물칸이 나누어진 3박스 구조입니다.
그래서 외국 메이커에서는 동일한 차량 모델에서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가 동시에 개발되어 시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같은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쿠페는 세단에 비해 좀 더 개성 있고 날렵한 비례로 디자인됩니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에 아반떼 쿠페가 나왔지만, 세단을 변형 시킨 것이었습니다.
쿠페는 실제로 차체 중량도 가벼워서 주행성능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스포츠카나 수퍼카들이 엔진이 앞에 달려있거나, 혹은 차체 중앙에 달려 있는 미드십(mid ship) 구조이건 간에 모두가 쿠페의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수퍼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모든 차량, 그리고 페라리의 모든 차량들은 쿠페입니다.
게다가 럭셔리 스포츠카라는 평가를 받는 애스턴 마틴의 모든 모델, 벤틀리의 컨티넨탈 등도 모두 쿠페입니다.
우리나라 차들 중에는 엔진이 앞에 탑재된 쿠페는 후륜구동 방식의 제네시스 쿠페가 있엇습니다. 그리고 G2X 같이 지붕이 없는 컨버터블 형태의 차량도 있었습니다.
전륜구동방식으로는 벨로스터 역시 쿠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나왔던 포르쉐 944 등은 ‘쿠페형’ 차체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으나, 차체 구조를 본다면 2박스의 해치백 구조, 즉 화물실과 실내공간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지 않아서, 뒤 시트의 등받이를 젖히면 연결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렇지만 외형은 쿠페의 스타일로 디자인 돼 있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쿠페 콘셉트를 가진 차량은 요즘은 세단처럼 네 개의 문을 가지면서 쿠페 처럼 날렵한 디자인을 가진 차들이 나옵니다.
게다가 SUV이면서 쿠페 콘셉트를 가진 차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 개념의 쿠페 차량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실용성과 역동적인 디자인을 모두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승용차 시장에서는 차량의 등급에 상관없이 4도어 세단형 차량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3도어 해치백형 차량이나 2도어 쿠페는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합니다. 그것은 뒷좌석 승하차의 불편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쿠페는 뒷좌석의 비중이 낮은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젊은이들, 혹은 반대로 은퇴한 장년층이 앞 좌석 중심으로 타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자동차의 소비가 다양해지고, 또 운전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짐에 따라 더욱 다양한 디자인의 쿠페를 만나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젊은이 만을 위한 쿠페가 아니라, 장년층을 위한 다양한 쿠페도 등장하기를 바래봅니다. 사실 서구에서는 장년층 소비자를 위한 쿠페도 있었지만, 지금은 SUV의 붐으로 쿠페의 자리를 픽업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쿠페형 차량의 보험료가 더 비싼 현재의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안전도로 따지자면 쿠페가 사고 시에 더 차체가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