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프랩 표절 해명 영상
김태호 한겨레 콘텐츠팀장
언론·마케팅 산업 20년 종사
하이브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 측이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뉴진스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문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보이는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빌리프랩 측은 유튜브 채널 ‘빌리프랩 어나운스먼트’를 통해 “표절 주장에 대한 빌리프랩의 입장”이라는 27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에는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가 등장해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을 언급한 것과 관련 “아티스트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언급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런 식의 주장은 좌표를 찍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본인을 지지하고 본인의 생각에 동의하는 아이돌 팬들에게 아일릿을 비난하고 욕하라고 지시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업계에서 오래 일한 분이 이런 식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례적인 일이 특정한 개인(민 대표)의 사리사욕을 위한 허황스러운 주장에서 시작됐다는 게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해명 영상 게재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먼저 김태호 대표는 민 대표 측이 보낸 메일을 공개했으며, 해당 메일에서 어도어는 “마케팅, 등장 방식, 크레딧 표기 방식 등 뉴진스의 것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주장에 김태호 대표는 “특정한 콘셉트에서 성공한 선배 뒤에 데뷔하는 팀들이 가져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뉴진스를 만들었던 민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했던 것과 유사성을 찾아내고, 베낀 거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전혀 그런 바가 없다”고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다른 사람의 ‘짭’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쓰는 투자자는 제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하며 “뉴진스를 의식한 데뷔 계획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대표가 등장한 영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난해 만든 ‘브랜드 전략 걸그룹 기획안’ 일부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일부 페이지에는 “우리의 출발점이자 과제: 우리만의 포지셔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NOT 뉴진스. NOT 블랙핑크. NOT 아이브” “SUPER (REAL) ME. 어른들이 만든 환상 속 소녀가 아닌 미완성인 오늘을 사랑하는 소녀” 등의 간단한 글귀가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27분의 영상 끝에 빌리프랩은 “민 대표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무고한 신인 그룹을 희생양 삼았다”며 ” K-POP 역사에 남을 놀라운 데뷔 성과를 만들고도 그동안 표절의 멍에를 짊어지고 숨죽여 온 아티스트와 빌리프랩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금일 추가로 제기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빌리프랩의 해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며 빌리프랩 해명 영상 전면에 등장한 김태호 대표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다. 김태호 대표는 지난 2019년 상반기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한 인물이다. 당시 빌리프랩은 CJ ENM과 빅히트가 함께 세운 연예기획사로 최근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의 소속사다.
이후 하이브에 합류한 김태호 대표는 지난 2021년까지 공식 직함이 세 번이나 바뀌며 하이브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거듭났다. 3년간 역할이 세 번 바뀌며 결국 김태호 대표는 위버스 컴퍼니의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이는 김태호 대표가 가진 폭넓은 전문성에서 비롯된 인사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태호 대표의 경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어를 전공한 이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아 엔터테인먼트 전문 홍보마케팅 사인 시네믹스의 대표 실장을 역임했다.
첫 직장을 엔터 업으로 시작한 그는 약 5년간의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00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넷한겨레 콘텐츠사업팀장을 역임했고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마케팅센터장을 맡았으며, 2009년에는 도모 주식회사와 케첨코리아,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이사를 지내고 미국 옴니콤 계열 한국 PR 회사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부문까지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1년에는 현 네이버이자 당시 NHN에서 네이버서비스 2본부 부장을 지냈고 2013년 도모 주식회사의 부대표에 올랐으며, 2016년에는 실시간으로 매칭되는 카풀 관련 스타트업 풀러스의 공동 창업자로서 대표를 지낸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엔터 업이 아닌 마케팅·언론·모빌리티 업계의 경력을 두루 쌓은 그는 빌리프랩의 대표를 맡으며 다시 한번 엔터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에 대한 통찰력, 전문성을 갖춰 하이브의 수뇌부에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빌리프랩 김태호 대표의 해명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여부를 떠나서’? 아니 그걸 왜 안 따지나. 진심 웃기다”, 이거 혹시 민희진 포트폴리오 홍보영상인가?”, “핵심을 모르나? 뉴진스를 보면서 블핑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아일릿은 보자마자 뉴진스가 생각났다고. 엔터업계에서 제일 중요한 걸 모르면 어떡하나?”, “아일릿에도 전혀 도움 안 되는 영상”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대중음악평론가 사이에서 역시 “해명은커녕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는 내용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발표”라는 평가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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