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 모녀 지분 팔아
주담대 1조 원 감소해
최태원 대출금 580억 늘어
최근 국내 대기업 집단의 오너일가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주식담보 대출을 갚으며 대출액이 1년 사이 1조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가의 세 모녀가 1년 사이 삼성전자 등의 보유 지분의 일부를 팔아 주식담보 대출액을 1조 원 이상 갚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와 달리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7일 기준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8개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30개 그룹에서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담보 대출 중인 오너 일가 103명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0.6%를 담보로 제공해 6조 741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조사된 7조 6,558억 원보다 11.5%에 해당하는 8,817억 원의 감소한 수준이다. 또한, 주식 담보 대출 중인 오너 일가는 136명에서 33명을 줄였으며, 이들의 주식 담보 비중 역시 37.1%에서 6.5%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리더스인덱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금액 1위를 차지한 오너 일가는 삼성으로, 현재 삼성가(家)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세 모녀가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가 세 모녀의 주식 담보 비중은 지난해 40.4%에서 올해 30.7%로 9.8%포인트 줄었으며, 대출 금액은 4조 781억 원에서 2조 9,328억 원으로 28.1%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담보 대출금은 여전히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대출금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삼성가의 세 모녀가 삼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대출금을 갚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홍라희 전 관장의 주식담보 대출은 전년 대비 4,700억 원 감소한 1조 7,8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그리고 삼성물산의 지분을 매각해 5,870억 원을 상환해 현재 대출 금액이 5,8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그룹의 막내인 이서현 사장의 대출금은 883억 원 줄어 5,728억 원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에 이은 주식담보 대출금이 많은 곳은 롯데그룹으로 오너일가의 대출금이 전년 2,229억 원 대비 3배 이상 불어난 6,933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출금이 4,538억 원으로 올해 들어 롯데쇼핑 지분 49.7%를 담보로 2,269억 원을 추가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롯데지주 지분 74.7%를 담보로 2,229억 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이어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은 지난해 담보대출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올해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보유 지분을 담보로 2,395억 원을 대출받았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뒤를 이어 SK그룹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3위로 자리 잡았다. SK그룹의 올해 대출금은 전년 6,183억 5,800만 원 대비 42억 원 는 6,225억 5,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부자의 대출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출금이 580억 원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 SK 보유 지분 33.8%를 담보로 4,315억 원을 빌렸는데 올해 들어 추가로 담보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대출금도 전년 대비 4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경영 자금 또는 승계자금을 마련하거나 상속세 등의 세금 납부 목적으로 해석된다. 주식담보 대출의 경우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담보로 설정이 되지 않아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내려가거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거나 심할 경우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한편, 최근 SK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에서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보유 주식 중 상당 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재산분할금을 지급하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중 가장 빠른 방법이 주식담보 대출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현재 SK그룹의 경영권에도 큰 변동이 생길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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