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정황
확인 필요 대상 1,000여 명
세무 당국과 협의 수사 확대
최근 의료계에서 서울대 병원 소속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선언을 필두로 총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의사 1,000여 명이 고려제약의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18일 대한의사협회와 서울대 병원 소속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총파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2020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반대 파업에 이은 네 번째 집단행동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하겠다고 알린 18일까지 출구 없는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도 시일 내에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집단 휴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임현택 의협회장은 “정부의 무책임한 의료 농단, 교육 농단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밝히며 “범의료계 투쟁특별위원회를 구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료계 집단휴진이 현실화하며 실제 의사들의 참여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업계에서는 개원의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료계 내에서도 집단휴진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파업을 찬성하는 이들과 파업을 반대하는 이들의 싸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계 집단 파업이 현실화한 와중 의사들이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집단휴진을 현실화한 의사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고려제약으로부터 현금 등 금품이나 골프 접대 등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의사의 규모가 1,000명 이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료계 집단파업에 이은 의사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경찰은 수년간 불법 리베이트가 제공된 만큼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리베이트 대상자가 1,000명 정도”라고 밝히며 “현금을 직접적으로 받은 의사, 가전제품 등 물품으로 받은 사례, 그리고 골프와 관련한 리베이트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입건 대상은 아니고 확인이 필요한 대상이 1,000여 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리베이트 금액은) 수백만~수천만 원 정도 된다”고 리베이트 규모에 대해 말했다. 이어 리베이트 연루 의사들이 소속된 병원에 ‘빅5’가 포함됐는지 등 병원 규모를 묻는 말에는 “다양하게 있다”고만 언급하며 대상자로 확인된 의사 중에는 대형 상급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당초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는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맡고 있었는데, 이들은 최근 3~4년 사이 이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현재 의사 14명과 제약회사 관계자 8명을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수사는 공익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4월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을 조사하던 중 구조적인 문제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에 경찰은 다른 제약사로까지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호 청장은 “구조적인 문제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고 말하며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더 들여다봐야 해 세무 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 측은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받는 의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금품을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명 내용에 따라 경찰 측이 밝힌 1,000여 명 중 입건자 수는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날 조지호 청장은 현재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휴진 예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집회·시위 관련 일관된 기조에 따라 신고된 집회는 얼마든지 보장하겠지만, 신고 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엄정 조처하겠다”고 강조하며, 불법 행위가 포착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경찰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 등으로 고발된 의협 간부 중 한 명인 임혁택 회장을 최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임현택 회장은 1시간이 채 안 돼 조사를 거부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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