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법인카드 골프 금지령
골프장 법인카드 제한 기업 늘어
최근 골프장 이용객 6.5% 감소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취임 이후 신세계그룹 임원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바로 법인카드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용진 회장은 취임한 지 2주 만에 이마트의 첫 전사 희망퇴직을 신청받으며 인적 쇄신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AAM)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도 근속 15년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사실상 법인카드를 사용한 임직원의 골프접대는 불가해졌다.
특히 이에 대해 이마트의 한 관계자가 “업무와 관련해 필요성이 포함된 명백한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 경비로 결제하지 않고, 개인 돈으로 골프를 쳐야 하는 방침이다”라고 밝히며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에 제한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정용진 회장과 같이 코로나19의 방역 조치 해제 이후 많은 기업이 법인카드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계의 예상보다 경제 성장력이 둔화한 추세를 보이는 결과로, 기업들이 경영 실적 부진 개선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기업의 경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골프장 사업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골프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 2022년 골프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1년부터 적용된 법인세법 개정안에 따라 기업들이 비교적 단기간에 법인카드 사용액을 1조 원 가까이 늘리며 접대비의 손금 산입 한도가 늘어나 비용처리가 가능한 접대비가 커졌기 때문이다.
접대비가 커짐에 따라 법인카드를 이용한 접대골프의 가능 한도 역시 늘어났으며 지난 2019년 1조 2,892억 원을 기록했던 골프장 법인카드의 매출은 지난 2022년 2조 1,625억 원을 기록하며 67.7%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법인세는 기업의 수익금에서 손실과 비용을 의미하는 손금을 빼고,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 손금이 많을수록 법인세를 적게 내며, 법인세법에 따라 접대비에 대해 수입금액별 일정 금액 한도로만 손금산입을 인정하게 된다.
접대비의 경우 기업의 기본공제 한도와 매출 유형별 한도를 합산해 산출하며, 기본공제 한도는 일반 기업이 1,200만 원, 중소기업이 3,600만 원 수준이었다. 당초 지난 2019년 2,400만 원이었던 중소기업의 공제 한도는 법인세법의 개정 이후 이같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실내 모임에 제약이 생기자, 주요 접대 장소가 골프장이 되는 경향이 높아졌으며, 한도가 늘어난 법인카드를 사용해 골프비용 및 선물, 식사 가격을 모두 지불하면서 골프장 내 법인카드 사용액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 매출의 4분의 1이 넘는 금액이 법인카드 결제를 통해 이루어지며, 국내 골프 문화에 기업의 접대 성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대부분의 골프장의 이용객 수가 지난 2022년부터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높은 골프장 이용료에 거부감을 느낌 골퍼들이 늘어나며 코로나19 기간 이어졌던 특수 분위기가 잠잠해짐과 동시에, 일부 기업들이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을 금지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2024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58개 골프장의 이용객 수는 약 440만 1,800명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조사된 470만 9,373명 대비 6.5% 감소한 수준으로, 골프장이 지난해보다 1곳이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21년 48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골퍼들이 국내골프장이 아닌 해외골프장, 스크린 골프 등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법인카드 골프장 사용 금지를 선언한 정용진 회장은 최근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 수뇌부를 전격으로 교체하며,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이커머스 조직에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 15일 회장 취임 100일을 맞은 정용진 회장이 앞서 밝힌 실적 중심의 수시 인사에 대한 결정으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 코리아 총괄을 G마켓 대표로 선임하는 행보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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