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일본차가 부상할 때 미국과 유럽은 관세정책을 동원해 막으려 했다. 일본차는 수출자율규제와 현지생산이라는 전략으로 세계화에 나섰다. 먼저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그 와중에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GM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2013년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고 2015년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일본차는 2018년 2,864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2023년 일본차는 2,454만대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는 3,009만 대를 넘었다. 수출도 491만대로 세계 1위였다. 지금은 기술기업까지 나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에 17.4%~37.6%의 추가 관세가 7월 5부터 부과됐다. 소폭 인하했지만, 당초 25~30%로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이다. 이번 추가 관세는 잠정적이다. 유럽연합의 반보조금 조사는 앞으로 4개월간 지속된다. 최종 결정되면 추가 관세는 보통 5년간 적용된다. 유럽 위원회는 중국 측과의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관세 추가 부과에 대해 중국 업체들은 유럽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관세를 부과받은 BYD 시걸의 유럽 시장 시판 가격이 2만 1,500달러로 여전히 저가 전기차에 속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추가 관세가 38.1%로 가장 높은 SAIC는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21%에 해당하는 니오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BYD와 니오는 유럽에서 판매 가격을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BYD는 지난주 태국공장을 오픈했고 브라질 공장 건설을 건설중이며 멕시코 공장도 추진 중이다. 샤오펑은 유럽에 생산거점을 설립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상하이자동차는 MG 브랜드 프랑스 법인을 통해 11월까지 차량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EV 모터스와의 합작사를 통해 바르셀로나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은 올해 안에 진행될 예정이며, 추가 생산 거점도 찾는 중이다. 지리홀딩그룹 산하 폴스타는 관세와 차량 가격에 대한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완화책을 강구하고 있다. 테슬라는 추가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응해 모델 3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그런 한편으로 독일자동차공업협회는 유럽연합 유럽위원회가 결정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중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제조사에 악영향을 미치며, 중국에 의한 보복관세 위험으로 인해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큰 독일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독일의 대중국 승용차 수출액은 중국의 수입액의 3배 이상이었으며, 부품 공급업체의 수출액은 수입액의 4배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장기적으로 유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100% 관세가 부과됐지만 직접 진출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에는 반 중 정서를 노린 정치적 수사로 여겨지고 있다. BYD의 왕찬푸 회장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중국으로
여기까지의 상황은 20세기 말 일본차 상륙을 막으려 했던 미국차를 떠 올린다. 1970년대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기름 덜 먹는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소형 저가차로 시장을 공략했다. 1975년에는 토요타와 닛산이 미국 수입차 1, 2위를 점령했다. 그때부터 비로소 미국 메이커들은 일본 메이커들을 경쟁 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두된 것이 통상마찰이었다. 무역 역조를 내 세워 어떤 제재를 가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유럽 메이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과 유럽에 제안한 것이 수출자율규제였다. 미국과 유럽으로 연간 수출 대수를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한도 ‘미국과 유럽 메이커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였다.
그런 제안과 동시에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그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 냈다. 수출 자율규제는 대수 제한이라는 점을 활용했다. 소형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 대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또 하나가 현지 생산이었다. 일본산(Made in Japan)이 아니라 판매되는 곳에서 생산한다고 하는 일본제(Made by Japan)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일본차의 세계화가 시작됐고 더불어 미국 메이커들은 일본 자동차회사들과 협력했다. 크라이슬러가 미쓰비시의 제품을 닷지 브랜드로 팔았고 GM은 토요타와 제휴했다. 한국 수입차 초기에 국내에도 들어 온 크라이슬러의 이글 탈론은 미쓰비시 이클립스의 라이선스 모델이었다.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혼다는 1979년 브리티시 레일랜드와 협력하기 시작했고 혼다에 트라이엄프와 로버의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일본차는 2018년 최대 2,864만 대까지 판매됐었다. 2023년에는 2,454만대로 줄어 들었다. 2023년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는 3,009만 대였다. 그런 흐름에 관해서는 이미 이 난을 통해 정리했다. 이번에는 중국에 자동차를 가르쳤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물론이고 중국 기술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지금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던 자동차산업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일본이 중국 자동차의 세계화를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 시장 재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것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중국 기술기업들과의 협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차만들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압도하면서 시장 지형이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내 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4%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일본 브랜드는 13.8%로 2.2%포인트, 미국 브랜드는 8.2%로 1.8%포인트 하락했다. 그들의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으며, 3월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54.8%를 기록했다.
BYD 왕찬푸 회장은 향후 3~5년 이내에 합작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10% 감소한 40%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배경에는 AI와 소프트웨어 정의자동차 등 미래 기술에서 파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있다. 테슬라가 다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지만 그것은 테슬라가 화재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뿐일 수 있다. 연간 2,000만 대라는 이야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CATL, 텐센트, 바이두, 샤오펑 등 글로벌 포식자의 등장
토요타 자동차는 2024 오토 차이나에서 첨단 지능형 주행 솔루션 개발을 위해 중국 정보 기술 기업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텐센트가 토요타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AI,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닛산도 바이두와 AI 및 스마트카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공동 개발 및 연구, 바이두의 AI 솔루션을 중국의 닛산 차량에 통합하기 위함이다. 목표는 스마트 시스템과 AI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역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중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요타자동차의 중국 합작회사 광저우토요타는 화웨이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콕핏을 공동 개발하고, 2025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에 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멘타의 스마트 드라이빙 솔루션을 채택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모든 도로에서 작동하는 엔드 투 엔드 풀 시나리오 지능형 주행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토요타의 전기차 bZ3X에 채용되어 출시된다. 모멘타는 2020년 토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메라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한 HD 지도 및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에서 토요타의 AMP(Automated Mapping Platform) 상용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토요타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에 대해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 BYD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는 이미 시장에 출시됐다.
닛산도 바이두와 AI 및 스마트카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공동 개발 및 연구, 바이두의 AI 솔루션을 중국의 닛산 차량에 통합하는 것이 포함된다. 목표는 스마트 시스템과 AI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역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중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차만들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과 중국 시장에서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와 관련된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샤오펑의 최신 E/E 아키텍처를 공동으로 개발하여 폭스바겐의 중국 메인 플랫폼(CMP)에 통합할 예정이다. 공동 개발한 E/E 아키텍처가 2026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폭스바겐 브랜드 전기차의 베이스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펑이 자체 개발한 E/E 아키텍처는 수직 통합형 풀스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핵심으로, 이를 통해 ADAS 및 커넥티비티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기본 하드웨어 및 차량 플랫폼에서 분리하여 크로스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반복할 수 있다고 한다.
샤오펑의 최신 E/E 아키텍처는 중앙집중형 컴퓨팅 및 도메인 컨트롤러 기반 아키텍처를 활용하여 고성능 차량 내 컴퓨팅 환경과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제공한다. 중앙 도메인과 ADAS 도메인 컨트롤러 간의 기가비트 이더넷 고속 데이터 전송을 지원한다.
샤오펑은 상당한 수의 전자 제어 장치가 도메인 컨트롤러에 통합되어 고도로 통합된 아키텍처와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갖추었다고 강조했다. E/E 아키텍처는 고객의 차량과 제조 라인 말단의 차량 모두에 대해 효율적인 전체 차량 OTA를 지원한다.
폭스바겐은 이것이 중국에서 혁신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한(In China, For China)”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은 폭스바겐이 샤오펑과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2023년 7월 약 7억 달러를 투자해 샤오펑 지분 약 4.99%를 인수해 중국 중형차 시장을 겨냥한 폭스바겐 브랜드 전기차 모델 2종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오펑과 폭스바겐은 각각의 핵심 역량인 샤오펑 G9 플랫폼과 커넥티비티 및 ADA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두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샤오펑은 폭스바겐과 공동 소싱을 통한 협업 모델 개발 가속화와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은 허페이에서 샤오펑과 공동 개발한 두 개의 폭스바겐 브랜드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며, 그 중 첫 번째는 2026년에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중형 SUV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중국시장이 미래를 지배할 것”
재규어랜드로버는 중국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사용해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체리재규어랜드로버는 체리의 전기차 플랫폼과 프리랜더 브랜드를 사용해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 타타자동차의 자회사인 재규어랜드로버와 체리는 중국에서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네덜란드에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프모터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CATL과 협력하여 유럽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배터리의 자체 생산 계획을 유지하면서, 중국 업체의 저가 배터리를 그룹 내 모델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LFP 배터리를 생산해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다.
현대차그룹도 중국시장 재건을 위해 중국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력 MOU’를 맺었다.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지능형 교통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진일보한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또한 중국의 데이터 규제 강화에 대응해 바이두의 스마트 클라우드를 활용한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중장기 소프트웨어 전략 SDx (Software-defined everything) 가속화를 위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바이두와 2014년부터 올해로 10년째 협업하고 있다.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음성인식 서비스, 카투홈•홈투카,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 등 바이두와 공동개발한 다양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합작회사를 통해 자동차를 배워온 중국이 이제는 그들의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시장 독재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돈의 흐름에 밝은 투자자들은 답은 시장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와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중국시장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지금은 ‘In China, For China’ 시대다. Created in China, Made in China를 넘어 ‘Made by China’ 시대로 가고 있다. 일본의 세계화보다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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